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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초상 가을날의 초상 趙司翼 햇살처럼 버들가지 나부끼는 개울 따라 나뭇잎 붉은 가을이 억새 우거진 두렁길로 왔다 이를 증언하듯 달과 별이 머물다 간 문밖에는 하늘 한구석이 갈색 깃발 펄럭이며 높이를 밀어 올리고 이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일수록 심각성을 꿈에서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 때나 외로운 것들이 불꽃처럼 터지는데 어쩔 것이냐! 이 한없는 그리움을, 몸부림을 해서라도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어야 한다 내 쓸쓸하고 외로운 생각이 헤맨 밤 어둠에 묻힌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르고 이슬에 젖은 가을밤은 쓸쓸한 그리움이 된다 달 뜬 밤 무엇이건 원고지에 쓰다 말고 골목을 기웃기웃 인사동에서 무명 시인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처럼 온통 모든 것들이 가을날 초상이 된다 제목 2023. 10. 3.
가혹한 참회 가혹한 참회 趙司翼    한때는 나도 꽃 같은 인생이었다만다하지 못한 무엇 때문에 또 한 세월이 허공 어디쯤 여백으로 무성한데안개 자욱한 밤 그 어디에도 벌은 뜨지 않고머리맡에서 뜨거운 숨결만 울부짖는다꿈이거나 희망이거나벼랑 끝에 내몰리게 될까 봐문밖에서 철야를 지키면서 뜬 눈으로 새웠다어차피 운명은 격리된 침묵이런 걸 두고 인생은 고독하다고 하는 것일까차라리 자각(自覺)과 이상(理想),그 눈 뜬 날로 다시 돌아가자더블린 도서관에서 참회의 몸짓 쏟으며인생이여 살아가자삶이여 행복하자아니 그러하냐, 앞날은 운명에 맡기고 2023.09.30 - 더블린 '러셀 memorial hall' 에서  조지 윌리엄 러셀 (George William Russell) * 국적 : 아일랜드 더블린 * 출생 : 1867년 4월.. 2023. 10. 2.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趙司翼 시(詩), 그 서정처럼 들꽃 향기 익어 가고 스치듯 들머리를 지저귀는 바람소리 오늘 밤도 세레나를 연주하는 성화의 선물에도 문득 돌아보면 나 홀로 쓸쓸했고 거뭇거뭇 얼굴에 잡티가 나부끼는 낙엽처럼 슬픈 것은 오래 산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인내와 침묵을 미덕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슬픈 사슴처럼 영혼의 울부짖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길가에 널린 흙냄새만큼 슬픔 수북하게 씹어 뱉은 연기처럼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아직도 생애가 살아 흐르는 니체, 릴케, 괴테, 모네, 고흐, 쇼팽, 모차르트, 베토벤......; 그들 이야기가 영혼 되어 내게로 온 것이다 병 지닌 가슴에도 별 같은 희망이 피어 그러므로 요란한 돌풍에도 지치지 말 일이다 제목 2023. 9. 30.
자크 프레베르 . 고엽 고엽 . 자크 프레베르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한 나날을 그 시절 삶은 훨씬 더 활발했고 인생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갈퀴로 긁어모은 마른 이파리 나는 그 나날을 잊을 수가 없어 나는 또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모으고 있다 갈퀴로 긁어모은 마른 이파리들 추억과 후회 또한, 망각의 추운 밤 속으로 북풍이 그들을 데려가고 있다 있잖아, 난 잊지 않았어 당신이 나를 위해 불러준 노래 그것은 우리를 닮은 노래이다 우리 둘이서 같이 살았는데, 나를 사랑한 너 당신을 사랑했던 나도 하지만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아무 소리 없이 바다는 모래에서 지워지고 연인들의 발걸음이 제 갈 길을 갔다 Jacques Prévert by The Dead Leaves Oh I wish so much you.. 2023. 9. 29.
가을비 쓸쓸한 밤 가을비 쓸쓸한 밤 趙司翼탱자나무 울타리를 퍼득이는 열매에게도 살아가는 이야기 있듯 들국화와 코스모스, 여러 들꽃들도 삶의 무게는 있어 부러질 듯 목덜미를 쥐어 잡고 찬 비 내리는 밤 그 냉기와 가속을 받아 내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이별 이야기가 가을로 든 길목에서 저마다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장독대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감나무 붉은 잎에도 생기는 남아 있어 그 짜릿한 중독성처럼 마루판에 낡은 캔버스를 펼쳐 놓고 인적 끊긴 밤 홀로 외로이잎새들 이별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제목 2023. 9. 28.
가을이 오면 가을이면 趙司翼 이슬 촉촉한 밤을 웅크린 수탉이 몸을 터는 동안 새벽을 뿌리치며 투명한 빛줄기가 열린 문틈으로 기어 드는 햇살 모습에서 이릴 때 고향집 옛 생각들이 목화꽃 익어 가는 너른 벌판처럼 쓸쓸해 온다 그 숱한 나날 개울가를 여동생과 징검사리 새우 잡던 기억이 머뭇거리고 부뚜막서 밀 빵 굽던 할머니가 희끗희끗 생각이 난다 어느새 나뭇잎이 불긋거리고 바람벽을 갈대가 부르짖는 이러한 날 아득히 기억도 기억이지만 첩첩한 세월 거느리느라 노을 길 산등성 산마루를 떠돌다가 홀로 그렇게 그런 가을 외로이 달 푸른 밤을 그리운 것들만 오고 가는 이러한 가을로 외롭고 쓸쓸할 것만 같다 제목 2023. 9. 25.
해 질 녘 속리산 法住寺 해 질 녘 속리산 法住寺 趙司翼 아득히 또 하루가 느린 걸음으로 이야기 여러 줄거리를 만들면서 쑥독새 슬피 우는 숲을 지나 귀향길 황혼을 간다 산사, 그리웠던 때를 생각하는 동안 법주사 흐린 빛과 어둠 평화로운 고요에서 쇠북보다 아련한 목탁소리 여울진 계곡을 나뭇잎 하나 떠가는데 해 질 녘 문장대를 만지작거리며 별을 기다린다 때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텅 빈 허공 바위 벽을 기대서서 이렇게 홀로 외로운 나에게 오리숲 바람이 간격을 유지하면서 법주사 뒷동산에 별을 보내온다 솟는 눈물 뚝뚝 지는데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되는 속리산 밤이다 제목 2023. 9. 23.
분카 롯폰기 서점에서 분카 롯폰기 서점에서 趙司翼 존 아르기로풀로스18세기 비잔틴 철학자 르네상스 철학을 선물하기로 하고 모퉁이 서점에서 나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온갖 기대를 자극하는 책표지 화려한 입 놀림 널브러진 진열대가 사방으로 삐~잉 둘러앉아 대감댁 잘 차려진 궁중전골에 보리굴비 한 상처럼 언제 와도 서점은 그러하다 마음 설레는 흥분된 까닭이 너무 크다 보니 결과에 대한 한탄을 되풀이하는 습관 때문이었는지 오늘도 그리될까 봐! 그래서인지 이마를 두드리듯 쾅! 하고, 전두엽이 미친 듯이 날뛴다 멍하니, 이게 뭐지? 마법에 끌리듯 집어 든 한 권의 책 '한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자'.......!! 결코 서점을 찾은 대답은 아니었으나 은연중 내 안의 비옥한 집착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나를 모르겠다 팔자에도 없는 탐욕을 날.. 2023. 9. 22.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저 바라만 보았다 趙司翼 바람이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해안가 수평선 멀리 모래 풍이 걸어온다 높은 들창 가에 하늘이 찰락거리고 몸을 웅크려봐도 종달새에겐 죽음과도 같은 시간이다 절박한 나의 손짓이라고 해봐야 새의 깃털처럼 떨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악마의 행동이라 말하기엔 이 모든 것들이 엘니뇨로 몸살을 통곡하는 지구의 절박한 경고의 말을 외면한 탓이다 보면서, 보고 있노라니 오후의 햇살도 잠시 그림자 깊어지면서 비바람 울음도 희미해지고 격렬하던 나무들 몸짓 모두 주저앉아 울부짖는 통곡뿐이다 정체불명의 으르렁 소리는 멀리 있는 몇몇 집들이 사라지는 소리였다 널브러진 거리는 인간 울음이 움푹 파인 자연은 지구 울음이 편집등록 . 신유라 제목 2023. 9. 21.
친구의 바다 친구의 바다 趙司翼 친구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 이별했던 시간 흘러 그 여름이 다시 오고 기억을 우선처럼 펼쳐봐도 저 바다만 깊은 밤을 소리 없이 울고 있다 항구에서 우두커니 캄캄한 밤 이별했던 시간을 지우면서 예전처럼 둘이 함께 별을 봤으면 좋겠다 송전탑 깜박이는 해안선 멀리 무인도는 너도 슬픈 등대 그림자가 빈 골목 가로등처럼 쓸쓸한데 고기 잡는 어부 모습이 되어 이따금씩 텅 빈 바다에 모싯돌만 덤벙덤벙 홀로 외로이 친구 이름 불라 봐도 나가사키는 친구 바다가 있는 곳이다 2016.10.18 -나가사키 항구에서 편집등록. 성우혁 제목 2023. 9. 19.
獨白, 어두운 밤 달맞이꽃 獨白, 어두운 밤 달맞이꽃趙司翼인문학은 너무 크고두뇌는 너무 작고서럽고 잔인한 진실의 분노 앞에머릿속은 폭풍이 휘몰아치고 우울증만 쌓이고내가 지닌 한계의 모순그 서럽고 견딜 수 없는 슬픔이 돋친 나를,기왓장 허름한 대폿집서 울고 있는 나를,세상 사람들아! 친구들아!머뭇하지 말고 모르는 관계처럼 바람같이 지나가게나 요즘 세상 권세가, 불평등이, 속임 수가우리를 노리었을 때굴복보다 비싼 진리를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네깊은 밤을 홀로 외로운 달맞이꽃처럼손 때 묻은 시집, 그 괴로움처럼울적한 숲을 생각 없이 오솔길 혼자인 것은진실과 양심을 일망타진한 위선자들이 추악한 세상을 어깨동무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네세상 사람들아! 친구들아!이렇게 이러한 요즘 세상에서진실도 아닌 왜곡된 슬픔 이루 말할 수가 없네잠깐 왔다 .. 2023. 9. 18.
박노해 . 가을볕 박노해 . 가을볕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 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Autumn sunlight by Park Nohae) I love the autumn sun The harvested peppers are dried in the sun. The red peppers spread out in the dirt yard It evaporates water and illuminates the transparent inside The laundry hung in the high blue sky It .. 2023. 9. 16.
시골 간이역에서 시골 간이역에서趙司翼계절마다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예술적 영감에도 해가 갈수록 붓질 흐려만 지는 모순의 목덜미를 쥐어 잡고 거대 도시를 피해 오듯 피해 오면서 가로수 설레게 익어가는 남원행 시골 간이역 그 오랜 기억 거세게 밀려들면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촉촉한 눈가에 술래잡기 하던캔버스 주위를 산책하는 어릴 때 친구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그 천진하던 얼굴을 그려야겠다 박 냄새 익어 가는 초가주막 쉼터에서 간직했던 시를 술상 곁에 펼쳐 놓고 가을달 둥근 밤 별을 기다리는 동안 아득히 노을 먼 하늘이 물결처럼 곱다 계절은, 가을은, 갔다가 되돌아온데나 홀로 쓸쓸한 새벽돌아올 수 없는 징검다리 길 별 보며 간다  제목 2023. 9. 15.
흑산도 슬픈 연가 흑산도 슬픈 연가趙司翼바다 품을 파고드는 쉴 새 없는 노을 멀리파도 떼가 갈팡질팡 눈덩이처럼 밀려들고깊은 어둠 물결 휘몰아치는데등불 몇 개 뱃머리에 걸고 새벽까지홍어 잡는 어부는 텅 빈 시간을 그물에 싣고어둔 바다만 훌쩍훌쩍 파먹고 돌아오기 일쑤라 했다이런 밤 흔히 말하는 번뇌도 아니고그렇다고 혼자라는 외로움도 아니다홀로 쓸쓸해도 울컥하지만 않으면 된다흑산도 앞바다 파도 출렁이는데머리맡에 새벽 별을 풀어놓고바다와 한 몸 되어 있는 동안섬사람들 서러운 인생 이야기가깊은 밤 소리 없이 서성거리고 있다2016.08 - 흑산도에서 제목 2023. 9. 14.
운명을 듣는다 운명을 듣는다趙司翼문과 문사이 유리창을 기대 있다 보면 느릿느릿 바람 나부끼고 보이지 않는 빛들의 눈부신 경험 나의 우월이라 말했던 이젤에 놓인 캔버스 오늘 이야기도 저항뿐 인 흔적으로 찬란했던 푸른빛도 비참하게 영혼 없는 문장들만 곤경에 처해 있고 이제 와서 나 더러 어쩌라고, 이 모두 차마 어쩌라고, 지금에 와서 그것은 짚신짝처럼 외면했던 운명이었다 세월에 패인 발자국이 너무 깊어 앞날은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불길함 또다시 매몰될까 두렵고 사실,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다 이제껏 그래 왔다 운명을 듣지 않았다 이를테면, 운명대로 될 리 없다는............ 그런데도 넘보게 되는 것은 일처럼 쌓여만 가는 지친 모습에서삶이 한 번이라도 슬펐던 사람들자신의 운명 이야기를 들어볼 일이다 제목 2023. 9. 12.
도시의 결혼식 날 도시의 결혼식 날 趙司翼어쩌면 나는 무릎을 꿇고 태어났는지자비의 입맞춤 속에 태어났는지거리는 완벽하게 끔찍한 인형 공장에서 출고된 것들로언제나처럼 내가 왜 이렇게 도시와 논쟁을 하고 있을까나를 미라처럼 감싸고 입술 얄팍하게설교자들 우글거리는 희생양 찾아 떠도는 발자국들 뿐인간 이야기 절박한데들불처럼 온갖 수단들만 타오르고어느 비 오는 날 퇴근길 쓰레기통 신문에서50대 가장의 고독한 죽음, 슬픈 운명도 가슴 아픈데비수에 꽂혀 죽어 가는 젊은 사람들요즘 이야기를 견딘 다는 건요단강을 건너는 어느 날이 올 때까지 하늘이시여, 지구여,옹이가 박혀 뒤틀린 의자처럼 도시에서지친 영혼 쓸쓸한 이야기 속에 세상 태어날 때운명에 쓰인 대로, 인생 다하는 날까지 살아가기엔뿌리까지 흔적 없이 끝내 멸종을 항해하는회전목마를 .. 2023. 9. 10.
송수권 . 시골길 또는 술통 송수권 . 시골길 또는 술통 자전거 짐받이에서 술통들이 뛰고 있다 풀 비린내가 바퀴살을 돌린다 바퀴살이 술을 튀긴다 자갈들이 한 치씩 뛰어 술통을 넘는다 술통을 넘어 풀밭에 떨어진다 시골길이 술을 마신다 비틀거린다 저 주막집까지 뛰는 술통들의 즐거움 주모가 나와 섰다 술통들이 뛰어내린다 길이 치마 속으로 들어가 죽는다 The Wine Barrel and the Country Road (Song Su-kwon) The wine barrel jostles on the bike carrier. The grass smell turns the spokes. The spokes make the wine splash. The gravel jumps up over the barrel and falls on the gr.. 2023. 9. 10.
이별하는 밤을 말없이 이별하는 밤을 말없이趙司翼그 푸르게 단단했던 몸통이 상처처럼 휘청휘청 몸을 구부리고 이별길 홀로 외롭게 간다 어느 훗날 하루 가고 이틀 가면 빗길 쓸쓸하게 단풍잎도 구겨진 낙엽으로 연기처럼 어디론 가 뿔뿔이 그렇게 아닌 밤중을 잊힌 이름이 되어 떠돌 것을 생각하자니사루비아 지친 꽃이 울부짖는  애원의 모습 그런 걸 그저 바라만 본다 도처에는 목놓아 울어야 할 외로움만 가득하고 빛과 계절 뒤엉킨 틈에 섞이어 남겨진 시간이 외상값 피해 가듯 말없이 간다2023.09.06  제목 2023. 9. 8.
고요한 순간 고요한 순간趙司翼불씨처럼 소용돌이치며 미끄러지듯 떠오르는 아침 해 찬란하게 이슬 내린 새벽 대지의 가을 문이 활짝 열린다 빛나는 태양 아래 맥문동 보라 꽃이 속삭이고 멀리 시화호 안개 낀 물결이어도 잠에서 깬 처음 잠시 동안 풀린 눈꺼풀을 그냥 둔 채로 가을 뛰는 맥박 소리에만 집중했다 제철냄새 푸르던 푸성귀 작은 텃 밭도 잡풀 무성한 질경이에게 모두 주고 이슬 맺힌 거미줄서 늙은 거미가 하품을 한다 아침 딱딱한 문턱에 턱을 괴고 쑥쑥 커가는 가을 향기를 지켜보면서잠시 동안 미친 듯이 홀려 있었다2023.09.06  제목 2023. 9. 6.
아담 미키에 비츠 . 바다의 고요함 아담 미키에 비츠 . 바다의 고요함 천막 위의 깃발은 간신히 흔들리고, 태양 아래 잔잔한 파도가 일렁인다 젊은 처녀의 꿈, 그리고 그 약속이 이뤄질 듯 깨어나는 기쁨, 돛에 매달린 원통형 실린더 위의 돛은 전쟁이 끝났을 때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다 쇠사슬에 묶인 배는 물 위에서 흔들리고, 선장 선원들과 함께 웃음 짓는 승객들. 오 바다여, 당신의 행복한 생명체 사이에서, 그 아래 폴립들이 폭풍 속에 잠들어 있다 긴팔을 치켜세우고 날려버릴 준비를 한다 오, 힘들었던 기억, 복잡한 생각, 졸림 어느 혹독한 날 평화롭게 모든 것들을 지울 것이다 그리고 모든 흔적을 너의 고요한 가슴에 새길 것이다 ◆ (The Calm Of The Sea by Adam Mickiewicz) The flag on the pavili.. 2023. 9. 5.
친구 딸 결혼식날 친구 딸 결혼식날趙司翼신부의 장밋빛 입술은 진주 미소를 드러내고 목선 흘러내린 머릿결 가냘프게 안개꽃 흐드러진 은회색 실크 드레스가 꽃길에서 푸른 풀밭으로 흘러내린다 차려입은 감청 슈트, 청자색 넥타이 잔칫날 신부 아버지 모습이어도 딸 손을 잡고 행진하는 동안 저렇게도 눈물 글썽이며 떨고 있는데 눈꽃 가루 식장 가득 우렁찬 박수소리도 부녀의 슬픈 눈물을 담아내지 못했다아내 빈자리를 함께한 딸 이들 둘에겐 30년, 그 세월이 한없는 눈물이었다2017.10.29 - 친구 立原道造 딸 결혼식에서 제목 2023. 9. 4.
웃는 해바라기 모습도 웃는 해바라기 모습도趙司翼풀 방천을 웃고 있는 해바라기 햇살 입맞춤도갈색 바람 살랑이며 오르락내리락수수 알 익어 가는 밭길에서도랑물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에도다락 논 대열을 이루고가닥가닥 고개 숙인 나락들 익어가는 풍경에도들판 모두 여름 문이 닫히면서목련꽃 지던 날, 올 때 한 약속처럼 그 계절이 말없이 간다아쉬움이거나그리움이거나지평 멀리 이별 이야기는뒷 날 어느 한가할 때 듣기로 했다뭐건 간에 이별이란 쓸쓸함이 된다 2023.09.03 - 수리산 들녘에서친구들과 만남 뒤엔 계절 같은 허전함이 남는다  제목 2023. 9. 3.
푸른 밤을 달빛 아래 푸른 밤을 달빛 아래趙司翼전직 교장선생네 철 지난 장미꽃이 덩굴 담에 피었다마루 등 불빛을 풀벌레 소란스런 밤'슈퍼 블루문'은 이토록 그리움을 던져 놓고이천삼십칠 년을 기약하며 그렇게 멀어져 간다어느 한세월이 날리듯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데우리 이렇게 이별하는 동안안개꽃 같은 은하수 어린 눈빛도 쓸쓸하고오늘 같은 수없는 밤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그 무엇도 이별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외로운 밤이다바쁘게 귀로(歸路) 길이면서 누가 오라고 했나살랑살랑 갈바람은 나뭇잎새 훑어 놓고오늘처럼 가을이 올 적마다모질고 싸늘한 기억 헤매게 될까 가 두렵다은행나무 질끈 동여 맨빨랫줄에서 흰색 모시적삼이 졸고 있다너와 나는 지구 위를 조용히 지나가는 중이다2023.08.31 밤. 이웃한 교장댁에서  제목 2023. 9. 1.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 趙司翼 별이 빛나는 밤 반딧불이 등불 삼아 말없이 간다 극지점이 물결치듯 녹아내리고 대륙이 활화산처럼 불타 오르고 갈기갈기 대지는 내장을 드러 내놓고 피눈물 잦아질 날 없는 세상 소리 피해 가듯 여름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간다 대지가 몸을 달구고, 바닷물 끓어 오르고 네 잘못도 아닌데 얼마나 소연(蕭然)하랴 갈색 구름 하늘 많아지면 캔버스 속 푸른 풍경이 그리울 것만 같고 밤 귀뚜라미 원음 잦아질 때면 어느 낯선 골짜기에서 펑펑 널 찾아 헤맬 것 같다 벌링턴 언덕에서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너를 '여름'이라 말하며 잊지 않겠다 시낭송 같은 봄이 가고 수선화 꽃 질 때 우리 만나자 * Let's meet when the daffodils fall by David.. 2023.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