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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등산45

페닌 알프스에서 페닌 알프스에서趙司翼 유령들 포옹 속에 피를 나누며 내 영혼을 살해하고 땅 속 깊이 봉인한 밤이었다 스치듯 새벽 별 마주치는 순간 도망하듯 상처뿐인 밤이 귓전에서 멀어져 간다 땀내 흥건했던 밤을 머리맡에 내어 놓고 심장 뿌리 깊은 피의 범벅에서 어둠 뒤에 숨은 새벽이 보이는 순간 악몽으로 떨었던 밤 마지막 물결이 가고 산 여우 밤새 울던 텐트 밖 보라 빛 라벤더 향이 안갯속을 바람처럼 날아간다 선돌인지 묘비석인지 주변 공기가 희소하며 삭막해진다 잠자리는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군 산악대대의 매몰지였다 표지판이 4군데나 있었어도 날 어두워 접근금지 표식을 보지 못하고 수만 유골 무덤에서 악몽의 밤을2017년 3월 18일 야영지였던 몽블랑 드 셰이론(Mont Blanc de Cheilon)은 스위스 발레 .. 2024. 8. 25.
그랜드캐년 작은 숲 그랜드캐년 작은 숲 趙司翼 협곡이 울부짖어도 손 내밀 수가 없어 눈을 딴 데로 지나치려 는데 늙은 나무가 말했다 " 이봐요 우리는 콜로라도 먼지바람에 실려 천길 낭떠러지 캐년계곡에서 시작된 숲이랍니다 사시사철 절벽이 무너져 내리고 자갈 널브러진 비탈면 골짜기 황토뿐으로 패인 상처 달래려 해도 이제는 가슴마저 말라버리고 고향 아닌 고향에서 소나무, 미루나무, 참나무, 너도밤나무까지 신음하듯 우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살아갑니다" 귓가를 스치듯 들려오는 소리는 계곡물소리만인가 했더니 바람의 몸을 빌려 숲이 우는 소리였다 그런가 하면 신음하듯 때때로 들려오는 소리는 가슴 적시며 내게서 지는 눈물이었다 2017.08.19 - grand canyon에서 제목 2024. 3. 28.
돌로미티 산간마을 돌로미티 산간마을趙司翼   들쭉날쭉 절벽 울부짖는 바람 울부짖더니통나무집 처마 끝에 수정처럼 백합 화환을 내 걸고내가 동경하는 땅! '밸류노' 언덕을 숲나무들이 허리를 굽히고 비탈면에 누워 있다 저 불안한 절벽의 외침이 '라바레도' 창백한 하늘을 질주할 때 산꾼들 오래된 영혼이 통곡하며 울부짖는 소리다 오늘도 하늘엔 눈물이 배었고 그대들 슬픈 생애와 묻힌 이름 위로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데 슬픈 감정을 마음 깊이 문신으로 새기며 아침 해가 현관문에 남아 있을 때 떨고 있는 슬픔을 원고지에 남겨야겠다 땅 속 깊이 봄을 기다리는 새싹들이 물결처럼 피었다2017년 3월 12일 - 벨루노에서  돌로미티 (Dolomites)는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알프스 산맥으로 이탈리아 3개 지역인 (베네토, 트렌티노 알토 .. 2024. 2. 12.
버려진 민족 버려진 민족  趙司翼흙먼지 무겁게 바람에 날리는 여백을 헐떡이며 부서진 꿈이 잔해물로 넘쳐나고 타고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고 달리 표현할 길 없어 나는 이곳을 운명이라 부른다 거리는 생사를 넘나드는 아우성이고 또 하루를 견뎌보기로 한 나조차도 죽어야 끝이라는 느낌이 눈앞에서 얼쩡 얼쩡견딜래야 견딜 수 없는 고통인데 어쩌다 마주치는 눈빛은 할 말 가득해 보여도 너덜거리는 삶의 자락을 만지작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새처럼 저승길 그림자가 날아다니고 세상 눈에서 멀어져 가는 민족 이들을 보면서 눈물이 글썽이고 멸종만이 답이라고,............!! 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까 봐 못내 두렵다2018년 2월 5일 - 아프가니스탄 Syria에서  제목 2023. 12. 28.
이별의 흔적만 이별의 흔적만 趙司翼새벽 별 흐릿하고 쌓인 눈 속을 친구는 갔을까자일에 몸을 맡기고 사투에도 등성에 이르지 못했다따갑도록 찬 햇볕아래 빙벽뿐 친구 모습은 없었다눈물을 껴안고 죽지 못해 살아 있는 나는이렇게, 전생에서 다하지 못한 무슨 이별이 남아 있기에또 마주치고 마는 이별 앞에 피눈물이 나고이 세상엔 저승만 존재하는 것 같고나 이렇게 핏물을 머금고 모진 눈물에도저것 봐, 미치도록 환장할 듯 별 푸른 밤이 못내 원망스럽다이별이 운명으로 예비되어 있었을까내 몸에 서린 슬픔만 글썽이고캄캄한 도솔천의 밤처럼 깊은 밤을 혼자 울었다하늘 멀리 거기 누구였을까, 해도산 머리엔 눈 가득 별뿐이고날이 밝도록 친구 모습은 돌아오지 않았다 2014.10.17 - Mont Blanc Mont Blanc  제목 2023. 10. 25.
검은 새 검은 새 趙司翼 도시가 타버린 공기의 분자처럼 창백한 뼈대 속에 온통 물든 것들로 히틀러 지문이 가득했고 당시를 살다 간 시인의 동산 길 오르다 마주친 나치 시대 욕된 하늘에 하켄크로이츠 검은 깃발이 아직도 펄럭이고 일본만 모르는 욱일기 피의 공식처럼 유대인이나 조선인이나 피의 물결 그 만행들이 폭풍처럼 눈앞에서 갔다가 오고, 왔다 갔다 하는데 두 시간 전, 또 누군가가 히틀러 찬가를 부르며 골목으로 기어 든다 작은 이슬에도 깨질 것 같은 불면의 밤 가지를 끊어놓을 듯 찬바람에 낙엽 날리는 바로크식 백색 창틀에 기대어 서서 헤르만 헤세의 발자취만 기억되고 부러진 날개 파닥이는 검은 새를 그렸다 2023.10.20 - Berlin Lichtenberg 에서 제목 2023. 10. 24.
그레이록 캠핑의 밤 그레이록 캠핑의 밤 趙司翼 미친 듯이 내가 회절(回折)하는 슬픈 한탄에도 해 질 녘 촛대처럼 나선형 구름이 솟구친다 바람 충실한 사냥개처럼 날뛰기만 하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풍지처럼 이웃들과 어깨 토닥여 봐도 서글픈 위안의 말뿐이다 우박덩어리 문틈으로 쏟아붓고 밤을 허공이 우렁차고 격렬하게 울부짖는다 그저 침묵만 늘어뜨리고 성난 자연에 인간이 매몰될 일이라는 게 이 밤처럼 군색한 푸념만 그럴 운명이라는 걸 알았다 어둑어둑 맑은 하늘 붉은 해를 재촉해 봐도 오존 냄새 안개처럼 흐르기만 하고 흐릿한 주변엔 꽃 한 송이 없었다 2023년 8월 17일 - Greylock Mountain Photo - New River Gorge Bridge 제목 2023. 8. 28.
마운트 그레이록 캠핑에서 마운트 그레이록 . Mount Greylock 떡갈나무 숲을 새들은 떨린 눈동자를 하고 있을까 손자, 손녀를 가슴에 꼬옥 소나무 빽빽한 숲이 흔들리는 것을 본다 환상처럼, 공포처럼, 느껴본 적 없는 계절이 산등성에 부딪치면서 거센 바람과 싸우는 소리 두꺼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또 하루가 동물처럼 몸부림치며 그 푸르던 숲이 사라져 가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바람은 거인의 숨결처럼 휘파람을 불고 주변이 흔들리고 번개가 번쩍이고 날카로운 바람이 울부짖고 천둥이 내리칠 때 품 안으로 기어 드는 손자와 손녀 어린 영혼들 따뜻한 심장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나무를 기대 사는 새들의 이유를 알게 되고 손주들 놀란 가슴 다독이면서 기댈 나무가 된다는 것, 나는 키 큰 나무였다 내가 나인 이유.. 2023. 8. 19.
몽블랑 몽블랑  趙司翼성전과도 같은 인적 없는 눈 위를 걷자 자연 그 신비와 몸을 섞는 순간을 알기 위해 시인, 화가, 철학자가 태어났는지도! 나 지금 하도 외로운 전나무 숲 그 모든 것이 간직된 땅을 묵묵히 날개 펼치려 한다 폭포와 바람이 주변 절벽을 다투는 이 무섭고 어둔 계곡 아래 환상을 묵상하며 빙의해서라도 영혼의 날개를 진지하게 펼쳐 날으며 삶과 죽음, 그 간극의  베일을 벗겨야겠다절벽을 사이에 두고 먼 하늘 바위벽 갈린 틈새에서 몽블랑을 본다 지친 걸음은 이마에 얼룩을 남겼고 그것은 무서웠던 순간을 말하는 것 거친 호흡이 소리로 움직이고 숨 쉬는 모든 것2019.10.24 - Chamonix, France https://poem-poet.tistory.com/292 몽블랑 poem-poet.tisto.. 2023. 7. 9.
헤세를 만나던 날 헤세를 만나던 날 趙司翼 어둠 홀로 저물어가는 이 낯선 곳을 내가 왜! 그 어디에도 걸어온 길은 흔적도 없고 영자(靈者) 같기도, 혼령(魂靈) 같기도, 또는 혹자(或者)들 소행 같기도 한 얼핏 본 사람인데 육체적 표현은 없었다 함께 손잡고 어둔 바다를 배회할 뿐 깨어보니 온통 모르겠다 잿빛 하늘 아래 울부짖는 그림자 그 낯선 세상 모두가 꿈이었단 말인가 필시 잃어버린 아침 극락조가 내 문밖에서 아우성이다 잠에서 깨어나라고, 그런가 하면 문밖 검은 달그림자를 밟고 그의 발자취가 소리 없이 스쳐간다 2016.08.15일 헤세가 그의 걸작을 썼고 지금 묻혀 있는 곳 2016년 여름방학 때 '헤르만 헤세'를 만나기 위해서 '루가노로' 를 방문하였다 헤세는 1919년부터 1962년 사망할 때까지 마을 외곽에서 살.. 2023. 6. 26.
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趙司翼 몇 달에 걸쳐 그려낸 캔버스에서 코르크 따개 모양 갈래 머리 소녀의 슬픈 운명은 없었다 토담길 미로처럼 좁다란 골목에서 상처 난 팔 어루만지던 가난한 눈동자 흘러내리는 눈물이 황톳길처럼 먼지 자국을 하고 피가죽뿐인 우그린 육신은 핏기 한 방울 감돌지 않는 마치 접이식 나무 막대 의자, 그 모습인데 나는 왜 걸작을 꿈꾸며 밤낮 모르고 매달렸던 그 오랜 시간들 어젯밤 소리 없이 내린 비로 크림색 백합꽃 화사함이어도 타락과 익숙한 거래 로 하여 캔버스 속 소녀를 여인의 시선으로 미소 짓게 했던 진실을 외면해 버린 나는 소녀를 두 번 죽였다 2018년 1월 9일 -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만난 소녀 제목 2023. 6. 9.
해인사에서 탬플스테이 초저녁 밤이 바람을 떠는 가야산 작은 능선에서 일몰 후 내가 어둠에 덮이는 모습을 보면서 삶은 일시적이고 죽는다는 것은 영원한 것, 신이 주신 재산 안에 머무는 것일 것이니 사는 날까지 빛의 중심을 서서 침묵하면 되는 것이다 해인사 지붕 위로 갈색 안개 흐르는 밤 해인사 그 하늘을 배경으로 이따금씩 밤새 지저귀는 산세에 쌓여 기진맥진, 허리에 감긴 도시 불빛 소음 공해로 떨리는 심장 부여잡고 캔버스에서 잃었던 별 빛나는 밤을 호흡한다 모공은 풍화된 육신으로 움푹 움푹 벌어진 맥박에 대항하여 관절의 팽창된 그림자를 응시하는 동안 바람에 너덜거리는 인생은 그만하고 싶다 밤공기 소용돌이 속을 울며 헤매느니 백기를 들어 올리자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인사 지붕을 보고 있노라니 2004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2023.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