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내 번역시47

최돈선 . 겨울나무 그림자 최돈선   .  겨울나무 그림자 거기, 누가 아직도 남아있을 것만 같다 바람이 햇빛을 몰고 간 자리 햇빛의 상처만 거뭇거뭇 그을어 남은 자리 아직도 이야기할 무엇이 있기에 기다림에 지친, 목이 긴 사람들의 얼굴이 돌아앉아 조용조용 웅얼거리고 있을 것만 같다 타버린 실핏줄처럼 땅 위에 누운 채 왠지 거기 오래도록 잊혀진 나뭇잎의 그리움들이 흔들리고 있을 것만 같다 The Winter Tree’s Shadow by Choi Don-sun There, someone still appears to stay. The site where the wind has driven away the sun, the site where only the blackishly tanned scars of the sun remain,.. 2024. 9. 9.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 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아아,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그러나 지금 우리는불로 만나려 한다.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저 불 지난 뒤에흐르는 물로 만나자.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올 때는 인적 그친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If We Could Meet in Water  by  Kang Eun kyo If we could become water and meet Wouldn’t any family of d.. 2024. 8. 27.
곽재구 . 은행나무 곽재구 . 은행나무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대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2024. 8. 23.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속에 내 얼굴이 남어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줄에 주리자 - 만(滿) 이십사(二十四) 년(年) 일(一) 개월(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웨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속에 나타나온다. Yun Dong-ju  . Confession   The fact that my face still remains .. 2024. 8. 14.
2024.08.14 - 정지용 . 고향 정지용 .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Homeplace   by   Jeong Ji-yong  Here I am back at my homeplace But it is not the home I've longed for Wild pheasants nurse their eggs         Cuckoos calling as they do in season         Only my heart isn't embracing i.. 2024. 8. 12.
정호승 . 미안하다 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I'm sorry by  Hoseung Jeong There was a mountain at the end of the road There was a road at the end of the mountain There was a mountain at the end of the road again. You were at the end of the mountain I was crying with my face buried between my knees and knees. I'm sorry.. 2024. 5. 9.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Natasha, the White Donkey, and Me by Baek Seok Tonight the .. 2024. 4. 13.
이정하 . 마지막이라는 말은 마지막이라는 말은 by 이정하 마지막이란 말은 하지 말기를 설사 지금 떠나서 다시 못 본다고 해도 마지막이란 말은 결코 하지 말기를 앞으로 우리 살아갈 날 수없이 많이 남아 있으니 지금 섣불리 마지막이라고 단정 짓지 말기를 사람도 변할 수 있고 사랑도 변할 수 있는 법 지금 공연히 마지막이라는 말을 해서 다음에 만날 수 있는 그 가능성마저 지워 버리지 말기를 숨을 거두기 전까지 우리 절대로 마지막이란 말은 입에 담지 말기를 最後という言葉は by イ・ジョンハ 最後という言葉を口にしないこと。 たとえ今、別れ、再び会うことがないとしても 最後という言葉は決して口にしないこと。 これから私達が生きていく日々は数え切れないほど多いのだから。 今、軽々しく最後だと決めつけないこと。 人も変わっていくし 愛も変わっていくもの。 今、不必要に最後.. 2024. 3. 26.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었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을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가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白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故鄕)에 가자. Yet Another Home - Dongju Yun The night I came back home My bones that followed lay in the self-same room. The dark chamber was on.. 2024. 3. 15.
김소월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Mom and Sis by Sowol Kim Mom and sis, let's live by the river; In the yard the glistening golden sand; From over the back gate the song of the reeds. Mom and sis, let's live by the river 제목 2024. 2. 23.
오세영 . 겨울 들녘에 서서 오세영 겨울 들녘에 서서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Standing by a Winter Field by Oh Sae-young A person suffering from love even once should visit .. 2024. 2. 19.
김영재 . 천왕봉 김영재 . 천왕봉 오르는 길 멀고 길지만 머무를 시간 너무 짧구나 이제껏 오르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본 곳 단 한번 꼭 오르고 싶었던 내 삶의 정수리 내 대신 누가 험한 산길 오르고 오르겠느냐 두 무릎 꺾이며 꺾이며 어리석었던 나를 버렸다 산아래 고요히 누운 세상 아! 그걸 보며 나를 또 꺾는다 Heavenly King Summit by Kim Young-jae The ascent was far and long but I stayed there only a moment– the place that I used to see only from afar, having never climbed; the top of my life that I wished to climb surely once. Who would .. 2024.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