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 가을은 개처럼
가을은 개처럼 덮쳐온다.
황혼의 마비된 다리 에 찾아오는 매독과 죽음 같은 가을 .
모든 것이 습기를 잃고
길의 경계는 닳아 없어지고
레코드판 위의 늙은 가수의 목소리는 휘어져
안녕, 죽순이냐? 안녕, 죽순이? 죽순이?
전화선은 텅 빈 허공에서 수화기를 잃고
떠난 연인들은 꿈속에서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기억의 고인 물에서 끝없이
말 오줌 냄새가 진동하는 시간의 술집에서
, 나는 헝클어진 차림으로 혼
수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의 목소리로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왔는가? 강이 바다로 변하는 것을 보려면
얼마나 가야 하는가 ?
Autumn Like a Dog by Choe Seung-ja
Autumn invades like a dog.
An autumn like syphilis
and death visits on
twilight’s paralyzed leg.
Everything loses moisture
the borders of roads wear down
the old singer’s voice on a record warps
hello, is this Jooksun? Hey Jooksun? Jooksun?
a phone line loses a receiver in the empty air
and lovers who leave never return, not even in dreams.
And at time’s barroom where memory’s stagnated water
reeks endlessly of horse piss
I, disheveled, ask in the voice of a person waking from a coma
How far have we come? How far should we go
to see the river turning into the sea?
'● 국내 번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상 . 오늘 (6) | 2025.04.17 |
---|---|
윤동주 . 봄 (55) | 2025.02.17 |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45) | 2024.12.19 |
이시영 . 서시 (42) | 2024.12.16 |
최돈선 . 겨울나무 그림자 (7) | 2024.09.09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15) | 2024.08.27 |
곽재구 . 은행나무 (57) | 2024.08.23 |
윤동주 . 참회록(懺悔錄) (49) | 2024.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