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文學 . 2022년 . 2023년89 방황하는 영혼 방황하는 영혼 趙司翼또 한 해가 널 판지처럼 세월의 강 건넌다 벼랑 같은 시간만 먼지처럼 쌓이고 날개 없는 새의 모습뿐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오늘도 도시의 절규 피해오듯 돌아오면서 유학시절 타국에서 시간을 놓고 살던 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길에 깔리는 어스름 마주칠 때면 잠잘 곳, 예비된 것 하나 없이 내가 울고 있는 동안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하늘의 별뿐이었다 이제는 인생 꼭짓점을 지나 내리막에서 몹시 내가 외로워 보이고 쓸쓸하게 홀로 걷는 것만 같고 흙냄새에도 자주 눈물이 글썽이는데 왜 그런지! 구걸하듯 이유를 묻느니 차라리 슬프자 2023.11.23 - Prague, Czech Republic 제목 2023. 12. 24. 축제의 밤이어도 축제의 밤이어도趙司翼하얀 밤 깃발 나부끼는 중세마을 작은 광장 하나씩 둘씩 꿈과 희망을 모아 수만 방울 반짝이는 성탄 불을 별빛처럼 내 걸었다 해일처럼 인파 속을 축제의 밤 누구에겐 복된 소망 캐럴 울리는데 그 쏟아지는 아우성에 뒷전으로 밀린 가난한 얼굴들이 차고 무건 어둠을 걸 터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들 모두 시간을 놓고 살아야 날이 새고 해가 뜬다는 것을 알고 있다더러는 웅크리고 더러는 졸고 뺨을 스치는 바람 더욱 거센데 허수아비처럼 텅 빈 들판을 홀로들 그런 밤이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고작은 기도를 위하여 굳게 시린 손등을 문질러야 했다 2023.12.15 - Brussels Belgium에서 제목 2023. 12. 16. 부러진 날개 부러진 날개 趙司翼 내 울부짖는 영혼이 훨훨 나는 나비였으면 좋겠다지친 내가 뭔 가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핏물 가득 멍으로 우거진 세상이 항상 거기에 있었다손에 잡힐 듯 별이 맑기에쏟아지는 알프스 푸른 별에 시선을 묶고살아가는 동안 어느 계절이 오면다시 만날지도 모를 참된 세상을 기다리자고,본받고 싶어 책에서라도 그 인내를 빌려보려 했으나창문밖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는 거기뿐그 이상은 오지 않았고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떠도는 일로 한가할 때를 찾지 못해삶이 궁색하고 근심스러운 사람처럼생각했던 모든, 부러진 날개 펴지도 못하고또 한 밤을 뜬 눈으로머뭇머뭇 고향생각 아득해 오는데나차럼 외로운 달이 헤이그 허공에 쓸쓸하다 2023.12.12 - Netherlands Hague 제목 2023. 12. 13. 묻어버린 시간 묻어버린 시간 趙司翼 어제 일들이 안개처럼 쌓인 코펜하겐깊어 가는 밤 별을 품고 날리는 눈 이야기도 공황장애, 그렇게 불안 깊어지면서 알 수 없는 내일이 발을 굴리고내 이러하길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미로의 검은 밤을 한겨울이 분별 모르고 울어댄다 지금 나에겐 계획했던 일정이 눈처럼 쌓이고 유럽의 시간조차 질척거리는지지칠 대로 지친 영혼 앞에서는 짐짝일 뿐 고립에 불과한데속절 없이 내리는 눈이 부럽고철없이 깊어 가는 밤이 못내 부럽다 저기 먼 어둠에 시간을 내 던지고 별만 빛나는 하늘 아래 나를 재우고 싶다 2023.12.10 - Copenhagen, Denmark 제목 2023. 12. 11. 사람의 길은 없었다 사람의 길은 없었다趙司翼내 가난한 슬픈 사람아해질 무렵 어둠을 짓누르는 도시의 공포가 구름처럼 일렁인다거리는 전쟁 같은 숨결이 파편처럼 나부끼고혼자든 둘이든 촉촉한 싸락눈에 젖어세상과 등 돌린 사람들이쉴 새 없이 차 오르는 서릿길 어둠 속을타다 만 송판때기 사그라드는 골목으로허기진 육신 식어가는 혈관을 움켜쥐고 가만가만히천만년 같은 이 넓은 세상에서거리를 번뜩이는 트리라 할지라도이들에겐 눈시울 붉어지면서 눈물 꽃에 불과하고어느 것 하나 사람의 길은 보이지 않았다금이 간 눈물 덜어내면서내 이러한 위안의 중심엔 슬픔만 있다 2023.11.11 - spain catalonia 제목 2023. 12. 3. 잊힌 세월 그곳에는 잊힌 세월 그곳에는趙司翼잎사귀마다 먼 별처럼 작은 햇살이 희끗희끗 신갈나무 우거진 숲으로 잡히지 않는 바람이 분다 풀숲을 촉촉이 에델바이스 고개 숙인 어딘가 엔 시인의 눈물 같은 생애가 기억에 있는데 비애를 운명으로 고뇌를 투쟁처럼 살다 간 영혼 그 낮달이 시리다 설령 태양이 내리쬐고 은하수 물결처럼 흐르는 낮이 있고 밤이 있다 한들 지금은 헐벗은 땅 눈 덮인 묘비석을 어루만지며 세월을 걷어 내고 먼지를 털어 내고 침착했던 내 의지가 눈물 흘리는 동안 한겨울을 알몸으로 느릿느릿 바람이 들을 지나 눈 내리는 숲으로 쓸쓸히 고요한 시간에 2023.11.30 - 폴란드 시인 '시엔키비츠' 흔적을 찾아서 제목 2023. 12. 1. 11월, 그 이별 앞에서 11월, 그 이별 앞에서 趙司翼 무너질 듯 칼슈테인 성벽에 벼락처럼 눈보라를 입혔다 성안의 성자들 수행 같은 나무들이 성곽의 순례자 행렬 같은 나무에서 매몰될 낙엽 피의 절규가 뼛속 깊이 사무치고 가을은 그렇게 눈에 맺힌 이별의 눈물을 지워내고 있다 찬바람 얼어든 입술마저 둔감하고 창문 밖을 라일락 꽃잎처럼 눈은 날리는데 함박눈 펑펑 내리는 프라하 캄캄한 밤 이별의 끝자락에서 시대의 영혼들이 얼굴을 맞대고 새벽 두 시, 쏟아지는 눈보라 속을 울고 있다 11월이 톱밥 난로 근처에서 말없이 눈물만2023.11.25 - Prague .프라하에서 제목 2023. 11. 25. 프라하, 눈 오는 밤 프라하, 눈 오는 밤趙司翼 고요가 별을 품고 잠든 밤 눈동자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블타바강 물결 위로 열린 창을 바라만 본다중세시대 그림자 속을 헤어 나지 못하고피로한 육신은 짐승처럼 그렇게옭아 맨 정신 줄을 갈기갈기 허물고 있었다예전처럼 그 많은 이별 이야기가 떠도는 프라하의 밤어둠에 싸인 낡은 시집에서시대를 살다 간 시인에도 슬픈 창은 있었으니성비투스 성당의 밤도 완전한 것이 아니었고눈 내리는 창문 밖을 카를교가 함께할 뿐나 또한 죽는 날까지 슬픈 창이 있다는 것을 2023.11.22 - In Prague, Czech Republic 제목 2023. 11. 24. 세상 소란에 직면한 내가 세상 소란에 직면한 내가 趙司翼 갈조류 보라색 얼룩으로 물든 바다 물결은 어디로 가나억년 세월로 신전처럼 분리된 암벽 어귀마다간극을 공명하는 발트해 바람 운율이 키를 달리하며 슬픈 것은누군가의 수많은 영혼이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하얀 돛단배처럼 떠가던 하루가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렬하게 녹아 흐르는 핏빛 노을을 지켜보면서계절이 환생할 때 그 평화로운 날처럼지금이야 말로 엄숙한 바람아 하염없이 울어라푸른 언덕에서 타는 숨결 뜨건 혈관을 뜨겁게 느끼고 싶다오늘도 세상 소란에 직면한 나는월계수 그림자 흐릿한 잔도(棧道)의 굽이진 언덕으로첫 승선한 겨울이 소리 없이 쌓이는데견딜 수 없는 고통 강물에 쏟아내듯하늘에서 차가운 별 슬픈 울음이 하염없다 2023.11.10 - Germany Rostock 제목 2023. 11. 19. 본에서 쓰는 편지 본에서 쓰는 편지趙司翼이 차갑고 힘든 세상으로 우울함만 커지고갈고리처럼 검은 분노가 나를 사로잡는다절규로 우글거리는 어둠의 공포가 쓰나미처럼 밀려들고내가 만난 모든 슬픔 중에서 잘못된 믿음,그 오류의 사슬에 묶여 불멸의 증오뿐 거리는 피의 물결이 펄럭이고또 다른 제국처럼 끓는 영혼이 부르짖는 가면을 봤던 것이다구덩이처럼 검은 밤을 라인(Rhine) 강은본(Bonn )을 지나 발트해로 유리강처럼 흐르는데옭고 그른 물결 가득 거리를 에워싼 다툼의 절규가별을 지나 어둠 걷히면서오로라처럼 피어오르기 만을..............나는 대부분의 밤 시간을문밖에서 벽에다 대고 명상하였다물불 모르던 분노의 아우성도무엇이든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알고 있지만방문 열쇠를 잃어버리고당황스러운 시간을 견딘 다는 것이 2023... 2023. 11. 14. 파리의 하늘아래 파리의 하늘아래趙司翼 차량 불빛 조약돌처럼 쉴 새 없이 구르는 낯선 거리에서바람 행렬 지나가는 것을 지켜만 본다발끝까지 불안을 가중시키는 어둡고 칙칙한 밤대양을 항해하는 돛단배처럼 공포가 차 오르고에펠탑을 기대 서서 불러보는 이름빅토르위고, 보들레르, 랭보, 폴 베를렌, 아폴리네르, 의 슬픈 그람자가길섶 위에 이슬처럼 아련한데칠팔십 년대 내 모습이 도시의 오열에 섞여 상처로 남아 울고 있는 영혼을 보면서노틀담 성당 종소리 울적한 골목길 노천카페에서고독에 잡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또 다른 고독이 내 쓸쓸한 얼굴을 지켜보고 있다2023.11.05 - in Paris, France 제목 2023. 11. 8. 그렇게 슬펐다 그렇게 슬펐다趙司翼중세 사람들 가난한 이야기 그늘진 시간에 갇혀 어둡고 차갑고 시름만 깊어지는 내가 싫고이 같은 세상 꽉꽉 눈을 감고 하늘빛 시선으로 앞을 거렸다 아무런 표정 없이 무겁지 않으려 해도 눈폭풍이 바위 벽을 울며 새는 밤 겨울로 얼어드는 알프스 내리는 눈을 그저 바라만 본다 어둡게 낡아버린 내 이름 석자 금이 가고 자꾸만 금이 가고 또 다른 세상 길손이 된다는 것을.................... 빈 몸으로 비어가면서 잊힌 이름이 되고그 머나먼 황혼 속을 발자국 찍으며 간다는 것을 진즉 알았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겹겹이 예리한 산허리를 밟고 서서 멀리 비엔나도 다뉴브강도 갈빛 사이프러스 키 큰 나무를 보고서야 유럽에도 가을이 깊게 익어 있음을 낯선 나라 린츠(Linz) 작은 .. 2023. 11. 1.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