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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2년 . 2023년89

가혹한 참회 가혹한 참회 趙司翼    한때는 나도 꽃 같은 인생이었다만다하지 못한 무엇 때문에 또 한 세월이 허공 어디쯤 여백으로 무성한데안개 자욱한 밤 그 어디에도 벌은 뜨지 않고머리맡에서 뜨거운 숨결만 울부짖는다꿈이거나 희망이거나벼랑 끝에 내몰리게 될까 봐문밖에서 철야를 지키면서 뜬 눈으로 새웠다어차피 운명은 격리된 침묵이런 걸 두고 인생은 고독하다고 하는 것일까차라리 자각(自覺)과 이상(理想),그 눈 뜬 날로 다시 돌아가자더블린 도서관에서 참회의 몸짓 쏟으며인생이여 살아가자삶이여 행복하자아니 그러하냐, 앞날은 운명에 맡기고 2023.09.30 - 더블린 '러셀 memorial hall' 에서  조지 윌리엄 러셀 (George William Russell) * 국적 : 아일랜드 더블린 * 출생 : 1867년 4월.. 2023. 10. 2.
獨白, 어두운 밤 달맞이꽃 獨白, 어두운 밤 달맞이꽃趙司翼인문학은 너무 크고두뇌는 너무 작고서럽고 잔인한 진실의 분노 앞에머릿속은 폭풍이 휘몰아치고 우울증만 쌓이고내가 지닌 한계의 모순그 서럽고 견딜 수 없는 슬픔이 돋친 나를,기왓장 허름한 대폿집서 울고 있는 나를,세상 사람들아! 친구들아!머뭇하지 말고 모르는 관계처럼 바람같이 지나가게나 요즘 세상 권세가, 불평등이, 속임 수가우리를 노리었을 때굴복보다 비싼 진리를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네깊은 밤을 홀로 외로운 달맞이꽃처럼손 때 묻은 시집, 그 괴로움처럼울적한 숲을 생각 없이 오솔길 혼자인 것은진실과 양심을 일망타진한 위선자들이 추악한 세상을 어깨동무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네세상 사람들아! 친구들아!이렇게 이러한 요즘 세상에서진실도 아닌 왜곡된 슬픔 이루 말할 수가 없네잠깐 왔다 .. 2023. 9. 18.
도시의 결혼식 날 도시의 결혼식 날 趙司翼어쩌면 나는 무릎을 꿇고 태어났는지자비의 입맞춤 속에 태어났는지거리는 완벽하게 끔찍한 인형 공장에서 출고된 것들로언제나처럼 내가 왜 이렇게 도시와 논쟁을 하고 있을까나를 미라처럼 감싸고 입술 얄팍하게설교자들 우글거리는 희생양 찾아 떠도는 발자국들 뿐인간 이야기 절박한데들불처럼 온갖 수단들만 타오르고어느 비 오는 날 퇴근길 쓰레기통 신문에서50대 가장의 고독한 죽음, 슬픈 운명도 가슴 아픈데비수에 꽂혀 죽어 가는 젊은 사람들요즘 이야기를 견딘 다는 건요단강을 건너는 어느 날이 올 때까지 하늘이시여, 지구여,옹이가 박혀 뒤틀린 의자처럼 도시에서지친 영혼 쓸쓸한 이야기 속에 세상 태어날 때운명에 쓰인 대로, 인생 다하는 날까지 살아가기엔뿌리까지 흔적 없이 끝내 멸종을 항해하는회전목마를 .. 2023. 9. 10.
이별하는 밤을 말없이 이별하는 밤을 말없이趙司翼그 푸르게 단단했던 몸통이 상처처럼 휘청휘청 몸을 구부리고 이별길 홀로 외롭게 간다 어느 훗날 하루 가고 이틀 가면 빗길 쓸쓸하게 단풍잎도 구겨진 낙엽으로 연기처럼 어디론 가 뿔뿔이 그렇게 아닌 밤중을 잊힌 이름이 되어 떠돌 것을 생각하자니사루비아 지친 꽃이 울부짖는  애원의 모습 그런 걸 그저 바라만 본다 도처에는 목놓아 울어야 할 외로움만 가득하고 빛과 계절 뒤엉킨 틈에 섞이어 남겨진 시간이 외상값 피해 가듯 말없이 간다2023.09.06  제목 2023. 9. 8.
고요한 순간 고요한 순간趙司翼불씨처럼 소용돌이치며 미끄러지듯 떠오르는 아침 해 찬란하게 이슬 내린 새벽 대지의 가을 문이 활짝 열린다 빛나는 태양 아래 맥문동 보라 꽃이 속삭이고 멀리 시화호 안개 낀 물결이어도 잠에서 깬 처음 잠시 동안 풀린 눈꺼풀을 그냥 둔 채로 가을 뛰는 맥박 소리에만 집중했다 제철냄새 푸르던 푸성귀 작은 텃 밭도 잡풀 무성한 질경이에게 모두 주고 이슬 맺힌 거미줄서 늙은 거미가 하품을 한다 아침 딱딱한 문턱에 턱을 괴고 쑥쑥 커가는 가을 향기를 지켜보면서잠시 동안 미친 듯이 홀려 있었다2023.09.06  제목 2023. 9. 6.
웃는 해바라기 모습도 웃는 해바라기 모습도趙司翼풀 방천을 웃고 있는 해바라기 햇살 입맞춤도갈색 바람 살랑이며 오르락내리락수수 알 익어 가는 밭길에서도랑물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에도다락 논 대열을 이루고가닥가닥 고개 숙인 나락들 익어가는 풍경에도들판 모두 여름 문이 닫히면서목련꽃 지던 날, 올 때 한 약속처럼 그 계절이 말없이 간다아쉬움이거나그리움이거나지평 멀리 이별 이야기는뒷 날 어느 한가할 때 듣기로 했다뭐건 간에 이별이란 쓸쓸함이 된다 2023.09.03 - 수리산 들녘에서친구들과 만남 뒤엔 계절 같은 허전함이 남는다  제목 2023. 9. 3.
푸른 밤을 달빛 아래 푸른 밤을 달빛 아래趙司翼전직 교장선생네 철 지난 장미꽃이 덩굴 담에 피었다마루 등 불빛을 풀벌레 소란스런 밤'슈퍼 블루문'은 이토록 그리움을 던져 놓고이천삼십칠 년을 기약하며 그렇게 멀어져 간다어느 한세월이 날리듯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데우리 이렇게 이별하는 동안안개꽃 같은 은하수 어린 눈빛도 쓸쓸하고오늘 같은 수없는 밤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그 무엇도 이별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외로운 밤이다바쁘게 귀로(歸路) 길이면서 누가 오라고 했나살랑살랑 갈바람은 나뭇잎새 훑어 놓고오늘처럼 가을이 올 적마다모질고 싸늘한 기억 헤매게 될까 가 두렵다은행나무 질끈 동여 맨빨랫줄에서 흰색 모시적삼이 졸고 있다너와 나는 지구 위를 조용히 지나가는 중이다2023.08.31 밤. 이웃한 교장댁에서  제목 2023. 9. 1.
기내에서 기내에서趙司翼어둡게 높아지면서 지구 행성이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는 불빛 이글거리는 도시의 밤 뉴욕이 있었다 고요인 듯해도 별들 슬픈 이야기 떠다니고 각기 다른 방향을 가고 있으나 교신음 쉴 새 없는 비행기 오고 가고 뭉게뭉게 바다 같은 하늘 아래 또 다른 불빛들이 국경선 머리를 맞대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뜨겁게 포옹도 하고 박 터지게 으르렁 거리기도 하는 예견했던 일이지만 빠그락 빠그락 막히고 트이고 귓구멍이 윙윙윙윙열서너 시간,  내 나라 영해에 들 때 동해바다 격한 포옹에 눈물이 흐르고굽이진 섬동네 언덕진 들녘무리 지어 손짓하는 해바라기 꽃들이 곱다2023.08.30  제목 2023. 8. 31.
여름은 그렇게 잊힌 이름이 된다 여름은 그렇게 잊힌 이름이 된다趙司翼일몰 후 '에버렛 산' 말없이 뜨는 이별들이여지난해 처럼 풀별레가,호수 나지막히 개구리 울음 경청하는 동안에도암벽을 곤두박질로물줄기는 강으로 크게 자라 저만의 이름표를 달고허드슨강, 니세코그 강, 넓고 긴 물길을 가득 피워낸다캐츠킬 산맥 위로 소리 없는 달이 떠오를 때아쉬운 이별 쉴 새 없이 컥컥거리며눈물 참아봐도 작별을 말하면서 별빛이 떨어진다 잔잔하게 어둡던 밤, 소리 없이 가던 길을 초라한 모습으로 빛바랜 여름이 현관문에 남아 있다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마주치지 말자 이별 길은 괴테에게 맡기고 평소 삶의 방식 대로 덜 깬 잠을 발로 문지르고 대문밖을 보았다 계절은 항상 이런 식이었지, 세월이 계절별 경로를 기억하듯 그 길 따라 가을 자국이 길거리에 떴다 2023년.. 2023. 8. 25.
노천카페 샤갈의 마을 노천카페 샤갈의 마을趙司翼갈빛 나부끼는 거리에서 나뭇잎 하나 햇살 쌓인 레드 우드 테이블에 놓다 말고가을이었는데, 어느날 센강 길거리 카페에서쓴맛에 울상하시던 어머니 그 미소가 사무치게 생각나서나는 지금 투명한 유리 벽에 손가락으로 새기다 말고눈물은 또 어디에서 왔을까추억한다는 것이 때로는 넋을 놓고 울어야 한다피아노 소리 노을에 젖는 시선에서아들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쓰다 만 원고지는 낯선 길 어느 골목길로 날라 갔을까나 떠난 어느 날오늘 추억을 못내 그리워하며추적추적 비 내리는 낙엽 길쓸쓸하게 홀로 왔다 돌아 설 아들 생각하니,.........나처럼은 말아야지,나처럼은 말아야지,땀에 젖은 얼굴 닦아주면서2023년 8월 20일 - 보스턴 노천카페에서  제목 2023. 8. 24.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趙司翼별이 빛나는 밤 반딧불이 등불 삼아 말없이 간다극지점이 물결치듯 녹아내리고대륙이 활화산처럼 불타 오르고갈기갈기 대지는 내장을 드러 내놓고피눈물 잦아질 날 없는세상 소리 피해 가듯 여름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간다대지가 몸을 달구고,  바닷물 끓어 오르고네 잘못도 아닌데 얼마나 소연(蕭然)하랴갈색 구름 하늘 많아지면 캔버스 속 푸른 풍경이 그리울 것만 같고밤 귀뚜라미 원음 잦아질 때면어느 낯선 골짜기에서 펑펑 널 찾아 헤맬 것 같다벌링턴 언덕에서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동안나는 너를 '여름'이라 말하며 잊지 않겠다시낭송 같은 봄이 가고수선화 꽃 질 때 우리 만나자2023.08.21 - Burlington 언덕에서 제목 2023. 8. 23.
아름답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趙司翼오렌지색 구름은 하늘을 얼싸안고알게 모르게 바다로 저물어 가는 태양비너스가 은빛 물에 젖어들 때실루엣 윤곽 날리듯 나무들 그림자 뒤엉키면서불타는 하늘 떠있는 구름의 유혹 눈 덮인 산봉우리 절벽이이도전나무 늘어진 가지에서 날리는 잔설눈여우가 소리 없이 지나가고얼었던 계곡의 봄날 입맞춤 속에땅속 꽃단장을 준비하는 에델바이스 부엌일 끝낸 후 찻잔 건넨 아내 손 잡아줬을 때 그렁거리는 눈동자 어깨를 기대 아리랑 바이올린 연주하는 딸 무릎에 안겨 똑딱똑딱 심장소리 울컥케 한 손자와 손녀 퇴근 길 기다리다가  자동차 키 건네받을 때 아무 말 않고 가슴에 안기는 아들2023.08.19  제목 2023.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