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畵集(4) : 길 위의 날67 밀퍼드 사운드 (Milford Sound) 밀퍼드 사운드 (Milford Sound) 趙司翼 융기 침식으로 풍화작용은 더욱 빨라지고기후가 너무 가파른 까닭이다 어둡고 험준한 벽 고립감만 깊어지고 신의 분노와 지구 감정을 공유하지 못한 결과이다 지뢰처럼 몸을 숨긴 거기, 고조된 크레바스 아가리가 나를 주시한다 하늘이시어! 니 이렇게 심장 뒤엉켜 벌떡거리기만 하고 죽음이 나를 부르는 듯이 불쌍한 여행자를 살펴 주소서2016 . 03 , 16 - Milford Sound, New Zealand 제목 2025. 7. 8. 물망초.勿忘草 물망초.勿忘草趙司翼비바람, 재난에도 너는 우아했다 영적 진리를 듣는 듯 너를 보면 실존주의 명상이 되고 보라색 졍연(井然)한 너를 볼 때마다 "나를 잊지 말아요" 그렇게 외로운 날엔 상징적 슬픔만 생각했는데구절초, 쑥부쟁이를 비롯 이것저것, 잡풀 주변을오롯이 의연하게 너였던 것을 알지 못하고 이별과 눈물만 생각했던 내가 밉다, 한없이 밉다 너를 매개로 미화 하려 했던 내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2025.06.20- In Central Park, Manhattan 제목 2025. 6. 22. 로마는 아픔이고 슬픔이었다 로마는 아픔이고 슬픔이었다 趙司翼 은밀한 쾌락, 그 떠도는 비밀처럼 외진 곳 건물 오래된 실루엣이 되려 낭만의 예술성과 역사의 두께를 말하고 있다검투사 피의 얼룩을 간직한 채 물빛 울면서 '테베레강'은 애절함만 그렇게, 나는 묻혀 있는 세월을 한없이 슬퍼했다영적 내력을 탐구하지도 않았는데 흔들의자처럼 느릿느릿 바티칸 주변을 쩔렁 쩔렁 말방울 소리가 마구간 길 멀어지면서 어스름으로 간다그 행렬을 지켜보는 동안 콜로세움, 팔라티노 언덕에 밤이 내린다 2024.12.08 - 팔라티노 언덕에서 제목 2025. 6. 2. 쓸쓸해서 외로웠다 쓸쓸해서 외로웠다趙司翼 황혼의 눈동자가 저물녘을 쓸쓸히 어두워 오는 틈에 끼어 비명을 지른다 땅내음 고개 숙인 언덕갈풀 사이 하얀 들꽃처럼 그렇게 시인 생애 말고, 어떤 존재도 없었다 가을걷이 자국마다 서리 결이 쌓이고 나 외로워 흘린 눈물 어느 천 년 그 세월에 묻어야 했다 밀밭 들녘 적막한데 단풍나무 검은 가지에서 시인의 영혼인 듯 초저녁별 하나가 나를 보고 있다 2017.11.29 '폴란드 볼라 오크르제스카'에 있는 시인 '헨리크 시엔키비츠' 기념비에서 https://poem-poet.tistory.com/892 제목 2025. 4. 12. 둘레길 산책로 둘레길 산책로趙司翼 오르는 꽃 순 곰달초가 샛노랗게 주춤주춤 가지 일렁이는 도시의 둘레길 갇힌 듯 에워싼 벚꽃길 너머파랗게 오르는 언덕을 발끝으로 눌러 밟고 종달새 떠 있는 하늘 한 자락을 끌어다 이 순간을 연필 끝에 모아봐도 산뽕나무 연자색 숨결조차 눈에 담지 못했다 두 볼에 봄을 문지르며 이토록 꽃향기를 담아내려 해도 굶주린 내 정서가 너무 약한 탓이다 꽃술로 피어 나는 봄일지라도저물어 가는 황혼을 우두커니 외롭지 말고 그저 하얗게,먼 곳으로 눈동자만 아득하자2016.04.02 제목 2025. 3. 27. 페닌 알프스에서 페닌 알프스에서趙司翼 능선자락 별똥별이 추락하고 새벽이슬 자욱한 페닌 알프스에서 폐허처럼 고단했던 세월 발등까지 차오른 서러웠던 그런 날을 오늘에 서야 실컷 드러내 놓고 눈동자를 끄덕끄덕 내 슬픈 운명을 통곡하며 울었다 인생항해를 오대양에 선원처럼 풍랑 속에 묻혀 살면서 눈물로도 찾을 수 없는 슬픈 세월이었음을, 풀벌레 울음 자욱한 저녁 들판에서 문득 보게 되는 낯선 얼굴 하루의 오후 6시쓸쓸한 외길 위를 몹시 서러웠다2018. 10. 29 - Pennine Alps 제목 2024. 12. 2.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趙司翼 중세 모습이 요즘 세상과 살을 맞대고 지루한 논쟁처럼 뒤적거리는 모습은 각기 달랐지만 하늘의 별은 고요히 빛났다 국경을 떠돌면서 발자국을 찍는 동안 원시성(原始星), 그 풍성한 자그레브에서 변두리 싸구려 호텔 벽면 가득 로렌체티, 안드레이 루블레, 파블로 네루다, 미켈란젤로, 자국으로 남아 있는 그들 이야기가날 밝으면 이별 앞에 눈물일지라도 차라리 아드리아해 물결 소리가 외로워서 좋다 풍경처럼 옛날 일이며 그림자처럼 모든 것이 그러한 순간 슬픔 만연해 와도 밤을 노는 앵무새 푸른 자유가 좋다 2016. 10.22 - Croatian Zagreb 제목 2024. 10. 7. 꽃이 되고 싶다 꽃이 되고 싶다 趙司翼 풀숲 우거진 억새꽃 저리도 무성한데 사는 동안 나는 무엇을 남기며 살아왔을까 눈물을 꾹꾹 그저 견디기엔 슬퍼 오면서 떨린 가슴만 절름거리고 옆구리를 툭툭 무언가가! 그것은 들길을 하염없는 내 모습이었고 풀벌레 울음 같은 저녁 들판에서 무게를 더하며 어두워 가는 달맞이꽃 외롭고 쓸쓸하고 보고 있자니 눈시울이 붉게 젖어 나도 너처럼 달을 기다리는 꽃이 된다 가물가물 나뭇잎들이 풍선처럼 그런 계절이라 더욱 그렇다 2020.10.08 - 長岡京(나가오카교) 제목 2024. 9. 22. 에게해의 밤 에게해의 밤 趙司翼 저 바다 물빛 같은 별이 정수리로밤의 여신 닉스의 축복이라 한들 여관집 남색 창문 어둠 깊어지면서 야심할수록 발길 뜸한 거리의 불빛만 거세어 오고 사람 그리운 정을 이기지 못해 이럴 땐 차라리 윤곽뿐인 일상이 되자 오늘도 세상 물정이 이별하고 죽어 가고 나 혼자인 것을 알게 되면서 드러난 고독의 무게를 억제할 수가 없어 얼굴에 쌓인 눈물 털어 내봐도 홀로 숙연한 시간을 빗물처럼그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거무스레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말고,일주일을 함께 했던 어부 Yannis Moralis 씨는 코로나로 2021년 3월 19일 아테네 리모스텐 병원에서 사망하였다는 메일을 아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제목 2024. 8. 29. 린든나무 산책로 린든나무 산책로趙司翼 일던 바람 못 견디게 꿈틀거리기도 하는 린든나무 줄지어 선 릴케의 산책로 무한 고독을 인지하는 순간 꽃향기 우거진 무덤 터를 목전에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고 세월 거슬러 시인의 구체(具體)가 숨결처럼 울렁인다 어렴풋이 그 세월을 짐작하는 동안 바람에 우는 잎들 슬픔도 슬픔이지만 나 지금을 어떻게 뉘우쳐야 할까 그도 나처럼 천상을 생각하며 울었던 적 있었는지! 달 밝고 별 빛나는 어느 날 밤남은 세월 그 완성을 빌던 기도를 내려놓고 별이라 불리는 느낌을 찾아 푸르고 늘 푸른 세상으로 가야지 2016.08.27 - Switzerland Beiras Muzot에서 제목 2024. 8. 19. 꽃들과 밤을 이야기하면서 꽃들과 밤을 이야기하면서 趙司翼 별 반짝이는 깜깜한 언덕으로 여명(黎明) 열리더니 먼 데서 시선이 날아든다 달팽이처럼 늦잠을 꾸물대던 별 몇 개가 눈 뜬 하늘로 지워지면서 나는 무너지는 밤을 혼자 서 있었다 밤을 놀던 여우가 비명을 등에 업고 도망을 한다 이 아침은 어디서 놀다 왔을까 별 지닌 밤은 또 어디로 가고 있을까 온타리오 메이 마운틴 수만 기슭마다 계절 색을 띤 나무들이 얼굴 부대끼며 사는 모습 그러하듯 꽃들과 밤을 이야기하면서 호수가 물결 더불어 사는 것처럼 2017 8 27 - Ontario Maple에서 제목 2024. 7. 28. 내 영혼 슬픈 날 내 영혼 슬픈 날趙司翼 잎새들 부서지는 풍경이 못내 마음 아프고시인의 오랜 생애를 생각하면서그가 잠든 공원에 촛불 하나 걸어 놓는다온통 슬픈 것들은 어디서 오나세월의 자락을 넘나들 때마다그림자처럼 무너지는 슬픔을 언제까지 울어야 할까쓰다 둔 글, 그 간절함 인지도 모른다나는 끝내 폴 베를렌의 서사를 쓰지 못한 채어두워가는 그림자만 끌어안고무심한 타국의 하늘을 혼자 누워분간 모를 눈물만 한가득슬픈 영혼이 울고 있는 새벽공원 관리소 경광등 불빛들 뒤엉켜어딘가로 흩어지는 밤을 홀로 외로이 2017.11.18 - '폴 베를렌'의 묘지 '바티뇰'에서 Solveig's Song - Barbara Bonney 2024. 7. 23.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