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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4) : 길 위의 날60

리버티 섬을 흐르는 강 리버티 섬을 흐르는 강 趙司翼 그 많게 여러 내력(來歷)을 한 도시의 불빛에도 아무 말 않고 뉴저지를 흐르는 강 어디 한 번만이라도 나는 너처럼 별이 빛나는 눈동자를 간직하지 못했다 오히려 밀려드는 색다른 것들로 하여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흐르고 마른 침묵이 너무 깊어 쿨컥쿨컥 나는 누구에다 대고 허전한 마음을 좀처럼 야기할 데가 없다 쿠르즈 선 마지막 배 떠나는 항구 물에 똔 자유의 여신상도 애연(藹然)이, 물결 속에 아무 말이 없고 재즈 바에서 술잔을 마주 하고도 허전한 마음 야기할 데가 없어서 우두커니 버려진 모습으로 홀로인 것은 강의 모습일 수가 없는 까닭으로 편집등록(성우혁) . BGM - PattiPage(TennesseeWaltz) 제목 2022. 12. 3.
오늘도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오늘도 내 마음 같지 않아서 趙司翼 하루가 저물 무렵 그 끝으로 노을이 지고 바둑판처럼 모습을 한 누런 들녘 바닥이 드러난 가을걷이 남은 흔적엔 모습을 잃어가는 허수아비가 홀로 쓸쓸하다 저물어 가는 햇살 붉게 물든 낮은 언덕 아래 작은 마을에서 여러 색을 하고 피어 오른 저녁연기가 초저녁 바람과 몸을 바꿔가며 어두워 가는 하늘 저 멀리 사라져 간다 풀로 무성했던 들판이 작은 파도처럼 물결 지는 곳 차가워진 바람은 소리 없이 굳어가고 잔디가 말라 고개 숙인 언덕배기엔 쭈그리고 밤을 준비하는 할미새의 침묵뿐이다 초저녁 달이 뜬 하늘 아래 갈기갈기 날개를 펴고 기러기 나는데 어두워 가는 하늘 먼 곳서 은빛 치장을 하고 별이 무성해온다 편집등록(신유라) . BGM - Schumann (Traumerei) 제목 2022. 11. 21.
몬테 로사 . Monte Rosa 몬테 로사 . Monte Rosa 趙司翼 고요가 자취를 감추려 들고 산새가 머물기를 거부하고 떠나기 비롯하면 가늠이 안 되는 전쟁 전야와도 같은 고요 울림이 계곡을 따라오는 동안 이 무서운 백야를 눈앞에 뿌려 대고 그 많던 봉우리들이 무더기로 없어졌다 폭설이 내 시야를 질질 끄는 통에 펼쳐 논 텐트와 배낭, 화구와 캔버스를 버리고 조끼 주머니에 여권과 비행기 표만 구겨 넣어 못다 그린, 눈이 부시게 흰 세상 '몬테 로사' 날 선 부리는 남겨둔 채 나도 모르게 폭설의 그물망을 찢으며 걷다가 뛰다가 구르기를 비롯했는지! 수년이 내게 오는 동안 그날의 기억은 죽어야 했던 어둠이 되어 대낮인데도 백야를 경험하는 그 순간 캔버스가 미완의 자취로 남아 눈뿐인 세상 한구석에 뒤엉켜 있고 혼돈이며, 어렵게 잊혀진 것들.. 2022. 11. 6.
알프스 체르마트 알프스 체르마트 AlpsZermatt 趙司翼 그대 외로운 봉우리, 산령의 가슴이여! 전장, 두려움 없는 기마병 모습을 하고 세상의 흔한 찬미를 멀리한 수녀처럼 고요의 안식을 외면한 채 희생의 고통으로 창백하다 설산을 둥지로 사는 새들의 절규는 눈 폭풍을 불러온다는 신호이다 불멸의 알프스가 올려다보이고 텐트 밖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곳 지글지글 베이컨 냄새는 전나무 향에 향기를 더하고 이 무슨! 와중에 은총을 빌며 말하여도 생과 사의 갈림길은 닫힐 줄 모르는데 오 하느님! 두 손 모아 뜨거운 혈관을 웅크리고 이변((異變)으로 무사하기만을 바랬다 이 모든 게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살거나, 죽거나 혼란 마주하지 말고 순간을 스치는 이승이거나, 저승이거나 편집등록(신유라) . BGM-돌아오지않는강(River .. 2022. 11. 5.
자작나무 숲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趙司翼 이 외진 곳에서도 외로울 새가 없다 자작나무 숲에 석양이 지고 산자락 지워져 가는 별이 푸른 밤 괴테, 고흐, 모차르트를 만나면서 나도 서정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다 침묵 속에 여치들이 합창을 하는 동안에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시낭송을 듣게 되고 오로라가 피어오를 때마다 하늘에 걸린 '별이 빛나는 밤'을 구경하면서 나뭇잎 흔들리는 기억의 들판에서 '피아노 소나타 3악장'을 감상한다 자작나무 잎이 살랑이는 숲에서 가만가만 밤을 누워 별이 빛나는 밤 시간을 묶어 놓고 나는 서정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다 핀란드 오우나툰투리'에서(Finland Ounastunturi) 편집등록 성우혁 BGM - Anne Murray (You Needed Me) 제목 2022. 10. 20.
절망을 그리는 화가 절망을 그리는 화가 趙司翼 캔버스가 핏물로 가득하다 주위는 대학살로 반발력이 묘사되고 붉은색, 불길한 상징이 알몸으로 드러나 있다 변형된 세 개의 부푼 눈이 심하게 얽혀 도살된 동물의 찢어진 몸통 팔, 다리, 머리가 모두 잘린 채로 눈구멍 위에 놓여 있다 저승길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 땅은 황폐하게 녹슬고 끔찍한 기근 무시무시한 상처는 피가 솟구치고 찢긴 피부는 핏덩이를 도려내고 숨을 몰아 쉬는 목구멍은 외침을 뿜는 이 처참하게 사리 짐으로 하여, 생명은 어디로 갔나 분해된 근육 덩어리에 송곳날처럼 예리한 뿔로 얽힌 머리 이 모든 게 공포의 절망 속에 울부짖는다 요즘 세상을 비유적으로 한 작품을 보며 편비등록 성우혁 BGM - Sergey Grischuk (Rain Rain) 제목 2022. 10. 17.
베네토 베네치아 베네토 베네치아 . Veneto Venetian 광장에서 현을 켜는 첼리스트 구경꾼 모두 흥얼대며 놀짓들인데 토마소 알비노니 음악에 취해 나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길을 잃었다 말라모코를 일렁인 잔물결이 토르첼로 항구에 닿을 때마다 물결 속절없음이 하도 슬퍼 나는 또 산마르코 광장에서 길을 잃었다 세인트 마크 종탑으로 석양이 하루를 감싸는 것이 지친 여행자 안식을 위한 이유라 해도 노을마저 운하에 잠기어가고 바닥난 감정은 뼛 속까지 가난한데 어둠에 잠기어 가는 잿빛 하늘 아래 광장 만상은 적멸한 듯 고요한 밤 먼발치 유람선엔 작은 등이 깜빡이고 뱃길엔 불빛들이 기엄기엄 물 위를 흐른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kate purcell (slan abhaile) 제목 2022. 9. 26.
황지천 (黃池川) 황지천 . 黃池川 趙司翼 암반수로 흐르던 때가 절실한, 여과의 기미는 요원하고 물풀들 밑동 문드러진 줄기마다 흐물거리는 황 갈빛 물길 버티느라 몸통을 얽어매고 뒤틀린 채로 살겠다고,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붉게 흐르는 침출수에 심장을 내뱉는 수생이건, 수변이건, 살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죽어야만 끝을 보는 하루만이 흐르는 황지천 차마 못 보겠고, 통곡 흐르는 물소리가 두렵다 내장을 뱉어서까지 견디고 있는 고통이 가슴 아프다 뜨건 햇살이 물에 닿을 때마다 산화(酸化)로 뻘겋게 흐르는 물살 고통만 더할 뿐 황지천을 터로 사는 이 모든 것들에게는 죽는 것 외엔 기다림이란 없다 뼈를 갉아가며 죽어가는 황지천 인간의 이기가 흐르게 하였으니 이제라도 인간 양심이 흐르게 해야 한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Saddle.. 2022. 9. 24.
새벽 첫차를 타는 사람들 새벽 첫차를 타는 사람들 趙司翼 사철 새벽을 세월로 먹고사는 먼동인데도 대낮 모습을 한 걸음은 어디로 가나 낡은 거리를 허둥대며 하루, 이틀 지나면 사나흘씩 더 멀리 앞서가 버린 희망은 새벽 첫차를 타야 할 세월만 늘어나고 허기진 마음 고된 침묵이 토하는 한숨소리만 애처롭다거나 동정이 아니라 오며 가며 보게 되는 얼굴 그러한 그들과 마주할 때마다 너나 나나 우리는 따뜻한 시선 한번 보낸 적 있었는지!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여러 시선 가로지르며 거리를 채우는 얼굴 무엇을 더 바랄 것 없이 새벽 그림자만 지울 수 있어도, 그때엔 태양이 주는 그림자를 동무하겠지 새벽 첫차를 타는 모두 그러한 호흡할 날이, 편집등록 성우혁 BGM - 저하늘별을찾아 제목 2022. 9. 24.
신이 버린 땅 신이 버린 땅 지친 여행자의 고독을 잊기 위해 스페인산 와인을 마셨다 초저녁 달빛 아래 고갈된 의식마저 허물어지는 밤 낮이 머물고 간 대지는 혹독한 비명뿐 저승길보다 냉혹한 '흐비타 강' 계곡 따라 창백한 세상 보이지 않는 어둠 안에서 정적이 점령한 밤 살아 숨 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늙은 여우의 울음소리와 나의 고갈된 의식 여행자의 고독을 알고 있는 고뇌의 울음뿐일지도 모른다 마비된 감각은 턱밑까지 들이대는데 소멸된 내 청춘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간헐천 황산가스 시체 썩은 냄새로 자극되는 촉수에 그나마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헛것처럼 저승세계가 휘날리는 것을 보았고 끝끝내 오월의 남국을 꿈꾸며 광야에서 길을 잃었다 이내 얼어버리고 마는 눈물 방울 뺨을 스치고 강을 타고 흐르는 '굴포스' 전설이.. 2022. 9. 22.
서울역 에트랑제 서울역 에트랑제 趙司翼 그래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고독한 생애가 아킬레스건으로 맥박의 그림자마저 지워버리는 소멸돼가는 의욕과 음울한 삶의 벼랑에서 독한 소주라도 부어가며 질식해가는 목구멍을 뜯어말리는 것이다 폭풍이 휩쓸고 간 사막처럼 푸석한 먼지바람 모래 언덕을 서글피 검은 파도가 압도하는 인생의 바다 위를 떠가는 저승길 운명처럼 검은 외투를 두르고 괴도를 이탈한 시간의 공포 속에 우울하게 서울역 초조한 밤이 깊어 간다 2014. 08. 15 étranger = 이방인 편집등록 신유라 BGM - 고목나무 제목 2022. 9. 14.
他人의 距離 他人의 距離 趙司翼 이단(異端 )들 관행이 우짓는 도시의 그늘 끼어 살아야만 하는 내 처한 현실이 가슴 아프다 존재 희미할 뿐, 나는 보이지 않고 타인들 영혼으로 가득하기만 한 그릇된 교리의 영향을, 누구랄 것 없이 根本主義건 資本主義건 종속(從屬)되어야만 하는 인간 아우성이 들불처럼 메아리치고 모세의 기적처럼, 그럴싸하지만 밤낮 없는 저승길 외침들로 혼란스러움이란! 허황이 번쩍이는 네온빛에 감전되고 마는 끊일락 말락 숨통을 쥐어뜯는 아우성 속에서 삼 년 전 별이 빛나는 아라비아 황무지에서 여건을 탓하며 밤을 새 던 모기떼 집단을 앓던 때가 오히려 그리운 횡량했던 사막 그 하늘 별 뜬 밤이 못내 그립다 미시시피를 흐르는 강물처럼 거대 시간의 강이 흐르는 뉴욕에서 어쩔 수 없는 이 모든 현실이 빗길 재촉하.. 2022.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