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116 화가의 죽음 (친구와 이별하던 밤) 딜런 자화상 (친구 갤러리에서) 친구와 이별하던 밤趙司翼옆구리가 이완되면서 느껴지는 이것은 무엇일까나만 모르는 슬픔이 있었던 까닭이다해 질 녘 능선자락이 섬뜩하게 솟아오르고텅 빈 하늘 무지개 빛 연기가피어오를 때 친구는 가고 있었던 것이다이 순간을 무엇으로 기억해야 할까?우리 우정에 슬픈 궤적을 남기고일 년 전, 캠프의 밤을 어디에 두고 너는 갔을까슬프게 진부한 눈물만 반복되는 동안이 장엄한 영혼의 소란이 울리고하늘 길 다리 난간을 기대 서서친구 영혼에 내 슬픈 가슴을 문질렀다 2023.10.17(Logan Dylan과 이별하던 날) 제목 2025. 5. 26. 모래바다 해안마을 모래바다 해안마을趙司翼핏빛 황홀한 시대의 아픔 살아 내느라 낡은 고깃배도 빈 손인데 몇 마리 저어새가 갯벌에서 몸을 떨고 있다 무엇 모두, 삶이 가난해서 그렇고맘 편히 속 시원한 구석 하나 없는 늙은 어부가 그렇다 왜 그런지! 이 밤 볼테르와 비애(悲哀)를 주제로 사색하려 해도 황혼길 일몰에서 마구잡이 해일처럼 부서지는 요즘 세상허구로 구성된 허구일 뿐왔던 영혼, 그 근원 찾아날 때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2015.7.10 - Mozambique Beira 2025. 5. 6. 病床日記 (응급병동) 病床日記 (응급병동)趙司翼몸통 영역 더 깊게 파고들면서 그 많게 정의된 생의학을 무력화시키고 '산 者' 세상이, '죽은 者' 세상을 넘나들 때마다 고통이 만삭으로 포화된 병실 듣는 가슴 찢어질 듯 숨이 막히고 어느 순간! 호흡 느릿하게 누군가가 생의 임계를 지날 때요절을 거슬러 병실 모두 울면서 주저앉는다 운명 앞에 등을 굽히고 기도의 결의가 시들기 전에 차게 굳어 가는 세포 줄기마다 역삼투, 그 기적 같은 현상이 병실 가득 모두에게,...! 손 모으며2012.03.18-병실에서 제목 2025. 4. 27. 캔버스의 봄은 오지 않았다 캔버스의 봄은 오지 않았다趙司翼 그리다 만 꽃들 붓자국 어수선하게속옷 나부레기가 바람을 나부끼는 빨랫줄 그러하듯타버린 시간들만 캔버스에 나자빠져 뒹굴고인상주의 '클로드 모네'의꽃밭 여인들 안갯속 풍경처럼낮에 봤던 꽃 향기를 찻잔 속에 녹이며그런 봄을 팔레트에 으깨 봐도아흐레가 지나도록 붓 끝만 허둥지둥뭐가 문제인지,사실을 깨닫기도 전에차 오르는 울화통을 견디면서노을 뒤로 오는 어둠 안에 나를 묻는다 2016.04.10 제목 2025. 3. 30. 고 향 고 향趙司翼 기억엔 있는데 자국이 없어서캔버스에 점하나 찍어 보면 차오르는 어떤 의미,이걸 그리움이라고 하던가도화지 흰 여백으로흐릿한 기억 분분하게 오랜 추억을그저 흐득이며 바라보는 마음이 서글프다숲처럼 푸르게 물빛같던 청춘이 가고불러보는 연가(戀歌)가 서글플 때면양팔 가득 향수를 품어 안고불빛 흐린 골목에서 눈물만 펑펑했던 날처럼오늘이 그런 날인지 모르지만늦은 밤 시야가 어둔 뉴욕의 그늘에서나의 살던 고향은목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된다 2018.11.10 -Brooklyn, New York 제목 2024. 8. 15. 떠도는 구름처럼 방황을 했다 떠도는 구름처럼 방황을 했다趙司翼숨어 지낸 세월이 너무 길었던 걸까봉인된 입술 미소를 모르겠고뜸뜸이 전봇대가 서 있는철길 쓸쓸한 간이역으로 몰려드는 밤길 건너 철강 공장 사내들이 무너지면서곤한 몰골을 술집 평상 위에 펼쳐 놓고취한 밤을 모습들이 둘러앉아부어라 마셔라 술잔이 도리뱅뱅을 한다더러는 가고, 더러는 남고,둘러앉은 사람들 틈에서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나는 방황을 했다먼 하늘에서 길섶 위에 내린 별처럼그런 아이들 모습이 생각나고또 아이들처럼 웃는 세상이 보고 싶다2020.10.29 이별노래(한상훈색소폰) 2024. 7. 3.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趙司翼 抒情도 아니면서 浪漫도 아니면서어쩌자고 세월 슬픈 흔적만안개 자욱한 벳푸의 저녁 들판을 말없이 간다풀 냄새 가득 십자가 외로운 성당에서전후 맥락도 없이 손 모으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그토록 단단했던 내가침묵은 많아지는데 말수는 줄어들고그 많던 사랑의 말도 훌훌 떨린 채나 스스로를 뭉개버린 고통이독살처럼 원주(原株)로 남아가슴을 움켜쥐고 숨이 막힐 때마다살면서 그래도 참아내던 인내가버럭버럭 불길처럼 솟아오르고노을빛 뉘엿뉘엿 해당화 핀 시골인데도못내 안타까운 눈물만 이러한 내가 된다 2021. 05.09 - 大分 別府(오이타 벳푸)에서 Sergei Trofanov-Djelem 2024. 6. 23. 고독에 대한 송가 고독에 대한 송가 趙司翼 서서히, 시나브로, 발끝까지 퍼지면서 아득히 먼 듯 한없는 어둠에서 나는 이윽고 고독한 나무가 된다 홀로 외로운데 빈 오케스트라가 울리는 스위스 바젤을 흐르는 라인강 무릎 부근에서 삶의 윤리를 고뇌하며 빗속 노을 같은 생의 한 자락을 계절처럼 내어 놓고 그렇게 머물다 간 프리드리히 니체, 칼 융, 칼 야스퍼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비롯 헤르만 헤세까지 시대를 살다 간 시인들 생애가 세월의 그림자를 마시며 또한 세월 따라 라인강을 흐르고 물 위를 아른아른 내 모습을 보면서 낯설고, 무색하고, 외로워서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스스로를 운다2017. Swiss Basel 제목 2024. 6. 14. 끝내 슬픈 여행이 된다 끝내 슬픈 여행이 된다 趙司翼울타리 너머 쌓인 세월을 바라보는 동안 굳게 닫힌 시선 허물어지면서 꿈인 듯 사실처럼 오랜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내 지쳐 울던 지난날은 어디쯤에 있을까 더부룩하게 늙어 가는 발자국을 뒤로하고 들장미 외롭게 핀 강변 따라 무심한 세월 홀로 중얼거리며 은둔(隱遁) 한 여행자는 끝내 눈물이 난다 빗방울에 시든 꽃이 고개를 들고 물결처럼 기폭을 흔든다 해도 언젠가는 창백한 공허 속에 메아리만 남기고 영혼의 행렬 따라 슬픈 여행자가 된다 비록 내가 하나님처럼 오래 살도록 선고를 받았다 할지라도2018, 9, 12 - Trafalgar St. James London 제목 2024. 6. 3. 세상을 앞서 간다 해도 세상을 앞서 간다 해도趙司翼푸른 밤을 창백하게 별빛 흐르는데오늘도 누군가와 이별 하면서 슬픈 세상이 죽음의 찬가를 부르며 간다 이 세상과 언젠가는 이별하는 내가 쫓기듯 견딜 수 없는 슬픔일 까가 못내 두렵다 피눈물이 구름처럼 그늘진 계곡에서 내 모습을 껴안고 눈물짓기 전에 내가 먼저 이 세상과 이별을 하고 요단강을 건너 도솔천으로 미련 남기지 말고, 말씀인 즉 은, 분별 가득 정의로웠기에엄마가 첫 아이를 낳고 환희처럼 나도 그랬다고, 하며 먼저 간다 해도, 맙소사! 오 마이 갓! 천국이 이웃 사람들처럼 왔다가 간다(2006, 10, 18 - 병상에서) 제목 2024. 5. 27. 항구의 슬픈 밤 항구의 슬픈 밤 趙司翼뱃일처럼 고단한 밤 파도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가 화산처럼 솟구칠 때마다 해거름 보았던 어부의 무사귀환을 빌며 몸을 다해 기도를 껴안았으나 내가 지닌 힘으로는 윤곽뿐 모순에 불과했는지짠내 나는 밤 넋을 놓고 그저 허무하게 어촌마을 사람들 텅 빈 시선 속에 희미하게 동해가 흔들리는 새벽을등 푸른 파도가 울부짖고 또 한 가족 슬픔을 가슴 깊이 낙인찍은 밤이었다 죽변항 어둠을 털고 아침 오면서 눈시울을 묻어 두고 그래도 그 바다로 어부들 출항 채비가 뱃전에 쌓일 때까지 모두는 몸에 지닌 슬픔을 말하지 않았다2018 - 울진 죽변항에서 제목 2024. 2. 20. 아버지 세월 아버지 세월 趙司翼야심한 밤 무슨 일로 절규하듯 설움 모르겠고뜬눈으로 마디마디 뼈아픔도 설원인데목련 꽃눈이 나비처럼, 그럴 때쯤 오래전 아버지를 눈물 속에 여의었지 눈보라 가난한 그날에도 주말이면 아버지의 술 취한 저녁자식들 심장을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시던 아버지 가난으로 아픈 그 시절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자식 사랑, 아버지는 그러하셨다지고 또 지고 세월 흘러도 그래도 남은 슬픔 다 하지 못한 날 당신의 뜨거운 숨결 구름처럼 이는데아직도 엉킨 눈물 가슴속을 짜낼 수 없는 그리움이 깊게 깊게 맺힌다 1990.01.18 제목 2024. 2. 9.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