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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114

첫사랑 첫사랑 趙司翼 때로는 비 내리는 클래식 노천 바에서 운명교향곡이 연주되던 날또한 퐁네프 다리 난간을 기대 서서 머릿결 황금색 컬이 가냘프게 아름다웠던 이국 여자 세월로 잊힌 줄 알았는데내뱉는 담배연기 분산하는 달빛 멀리 그 오랜 사랑의 말이 비명을 내 지르고 잠 설친 백일몽(白日夢) 새벽세렝게티 징조처럼, 가슴 떨릴 때면안 하던 짓이 뚝뚝 눈물이 흐르고때때로 그녀가 깨어날 때마다호수 면에 진수된 안갯속을 눈물짓는다한때는 진실했던 사랑의 모습이른 새벽을 별빛처럼 가르랑거린다  제목 2023. 6. 15.
비처럼 음악처럼 비처럼 음악처럼 趙司翼 판잣집 그늘진 마루판 참상에서 보게 되는 땅을 기는 개미들 그런 울음 마음 아프고 저 하늘이 내려다보기엔 폭풍 속을 나부끼는 나 또한 그런 몸짓에 불과함을, 그게 내가 사는 세상이니까 천상에서 지상으로, 순간 또 가슴으로, 작은 캔버스에 소네트를 노래 부르려 해도 어떤 책에서도 일러준 적 없고 정적 세계로 도망 다니고 있다는 것을, 그 모습 너무 멀리 와버린 지금이라도 무한한 사랑으로 운명의 영역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다 남택상.비애 2023. 6. 10.
로댕의 지옥문 로댕의 지옥문 趙司翼 이 놀라운 형상 무리에 방문자는 굴복당한다 저주받은 영혼 지옥 불을 삼키는 혀, 어둠 속을 울부짖는 괴 생명체처럼 미친 듯 비명 가득 떼 지어 통곡을 내 지르고 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들, 그 영혼 차가운 그림자가 못내 두렵다 단테가 묘사한 나약한 영혼 몸부림은 고통의 뒤틀림이냐! 정욕의 몸부림이냐! 까마귀 떼 피의 만찬이 격렬하게 울부짖는다 그냥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눅눅한 지옥문에서 음산한 바람, 천둥소리가 기진맥진한 정적을 응시하면서 유리 표면 피의 물결이 요동친다 2014.08.21 - 취리히 쿤스트하우스에서 제목 2023. 6. 7.
망향 望鄕 망향 望鄕 趙司翼 해는 저물고, 표정 없는 불빛 산만한데 침묵 속에 내 그림자를 밟고 서서 신음하듯 흔들리는 강바람에 오르세 미술관역 시계탑에 몸을 기대 봐도 밤물결만 흐를 뿐 센강도 말이 없고 끝없는 외로움을 어디에 대고 얘기할 데가 없다 비 개인 밤을 홀로 쓸쓸히 망향 깊어 몸을 떠는 일은 예사롭지 않고 거리를 떠도는 병든 몸이 될까 못내 두렵다 무리 지어 흔들리는 바람 역 광장을 말없이 기다려봐도 고향 가는 밤열차는 오지 않았다 1977.10.20 - Orsay Museum Station에서 제목 2023. 5. 29.
찔레꽃이 내게로 오는 동안 찔레꽃이 내게로 오는 동안 趙司翼 깊은 밤 여관집 창문 밖을 희끗희끗 바람에 날리더니 새벽안개 걷힌 후에야 알게 된다 찔레나무 흰 꽃잎이 눈처럼 날리었다는 것을, 태백 가는 국도변 동해바다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파도의 거친 손짓으로 하여 어릴 때 첫사랑을 다시 그리워하는 슬픔으로 깨어난다 젖은 안갯속을 새벽이 내게로 오는 동안 그 추억은 현실의 근거지에서 멀어진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하굣길에서 영희, 춘자, 봉순, 계춘, 명수, 미자와 가시가 찔러도 좋아라! 찔레순 꺾어 허기 채우던 그날 피 맺힌 슬픈 기억으로 새벽까지 악몽을 꿨다 남원 ~ 광주 간 국도 변에서 찔레꽃 한아름 손에 쥐고 하늘로 간 미자, 나는 어린아이였고 나약했어도 이 작은 가슴을 첫사랑으로 남아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 2023. 5. 20.
백조의 호수 백조의 호수 趙司翼 발자취에서 인고의 세월이 피 흘리는 것을 보았다 결코 두려움을 무릅쓰지 않고서야, 그럼에도 새가 날듯 몸동작을 보면서 열병에 걸린 중환자 되어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무대 위를 발걸음이 차오를 때마다 오, 가슴이 멎을 듯한 경외심을 안긴다 마치 무중력을 활공하는 비행물체처럼 객석의 박수소리에 이끌려 울어버리고 싶은 눈동자는 애써 미소를 보이지만 멍든 영혼은 색조 짙은 양탄자를 감싸 안고 사후경직처럼 몸부림에서 추상적인 비명 소리를 들었다 오, 맙소사 내 창자가 울부짖는다 마법의 성처럼 반짝이는 무대는 발레리나의 창백한 얼굴이 보랏빛으로 녹아내리는데 객석 모든 얼굴도 환희의 시선은 고갈되고 백스테이지에서 울려오는 흐느낌! 고통의 지난날들이 뺨 가득 하염없이 흐른다 오, 나는 너를 슬픈 운.. 2023. 5. 17.
무심 . 無心 무심 . 無心 趙司翼 홀로 외로운 밤 무심히 별은 빛나고 지중해 저 바다가 삼키려 들 때마다 오히려 해변은 운율의 밤을 추억으로 범람하는 그 추억을 향수가 지배하고, 달빛 흐르는 아노풀리스 새벽 3시 갈망을 사치스럽게 흥청거리며 여러 국적 이야기들이 와인 바에서 야망의 밤을 웅성댄다 해안선 흔들리는 공허함 속에서 귀환을 약속하며 떠났던 내가 6년 7개월 만에 돌아왔건만 비석처럼 해묵은 영혼만 외로이 조개껍질 널브러진 그때 그 자리는 검은 파도 해안의 밤만 쓸쓸하고 크레타 푸른 바다 그 추억과 이별을 한다 2016.08.21 제목 2023. 5. 9.
인생열차, 그 짧은 여정에서 인생열차, 그 짧은 여정에서 趙司翼 언제부턴가 옆선에서 내 인생을 지켜보기만 했다 오늘도 태양과 경쟁하는 물리학은 천상을 뒤흔들면서 우주의 땅이 새롭게 탄생하고 또 다른 별을 찾고 화성의 길을 찾아가는데 나의 철학은 변한 세상을 놓고 살았다 시간의 평온한 모래 언덕을 베고 누워 밤의 외침만 울먹이는 원시적 자기주장 속에서 물결처럼 동심원 터널에 갇힌 세상에 취해 별똥별이 어두운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희망찬 붓칠 한 번 꿈꾼 적 없었다 푸른 바다 옆 작은 마을에 앉아서 거짓이 무기일 수 있어도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둠은 있어도 빛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엑소시즘, 푸닥거리를 해서라도 지식이 칼끝일 때는 피 흘리지 않는다는 것을,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4. 27.
항구의 난파선 항구의 난파선 趙司翼 밤바다 밀려드는 파도의 물거품 속에 난파선, 그 아름답던 선체는 흔적을 모두 잃은 채 산산이 부서져 찢어지고 녹이 슬고 선실을 삿삿히 물고기 산란하는 수많은 생명, 그 탄생의 순간을 울부짖는 숭고한 경이로움도 있지만 녹슬고 뒤틀린 잔해물을 바라보면서 저 흉물스러운 뼈대만 앙상하게 남겨진 유산 잔유물조차도 파도와 조수에 맡겨진 운명으로 모래벌에서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을 생각하니 못내 안타깝고 거센 풍랑 격하게 요동치는 어느 날 해수면으로 장승곡이 울려 퍼질지라도 잊힌 지 오래된 이야기로 평범한 존재에 불과할 것을 생각하자니 슬픈 비애가 폭포수처럼 요동친다 (하코다테 해안마을에서) 편집 등록(성우혁) . BGM - 岡千秋(花はあなたの肩にく) 제목 2023. 4. 17.
인생은 모순이다 인생은 모순이다 趙司翼 자고 날 때마다 낯선 세상을 만난다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로 하여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어느 길로 가기에는 저울추에 얹혀 어리바리 차일피일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을', 이분(二分)의 논리, 그 모순에서 지극히 단순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올바른 가치를 찾는 노력일 뿐 하루하루, 급기야 마주치고 마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기도문이든, 소원이든, 애원이든 마법 같은 주문을 먹고 사는 게 인생이다 편집 등록 . 정민재 제목 2023. 4. 11.
영흥도에서 영흥도에서 趙司翼 몸부림을 울어대는 오후 쓸쓸한 바닷가에서 이들 운명이라기엔 발전소 독성 물이 구름처럼 떠있는 하늘 아래 갯벌을 터로 사는 이 모든 것들이 통곡하며 울부짖는 영흥도 아픈 소리를 외면해서는 어니 될 일이다 차마 가슴이 아파 내가 피해 지내는 동안에도 깊게 파인 갯벌 분노의 눈물을 보면서 인간 이기가 원흉이 되어 죽어야 끝을 보는 이 무능 떠난 종들의 숙주(宿主)를 귀담아야 한다 내가 걷는 옆선에서 몸부림하는 뻘을 지나 비릿한 갯내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잿빛 가물거리는 멀리 인천 앞바다가 못내 마음 아프다 편집 등록 . 정민재 제목 2023. 3. 15.
나를 잃어버린 시간 나를 잃어버린 시간 趙司翼 정녕 인생이란 수만 겹 산등성 같고 바다 폭풍 너울이 의미하는 것처럼 피할 수 없는 "기복(起伏)을 어루만져야 할 운명인가 자고 날 때마다 잿빛 세상 높은 봉우리는 좌절을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불빛 바람에 흔들리는 골목을 홀로 쓸쓸히 풍파를 안고 돌아 서는 내 뒷모습을 버려둔 채 어두운 밤 깊어가는 밤 별을 헤며 굴러가는 침묵의 바다 중심에 서서 내 작은 이야기 하나 나눠 볼 사람 없이 구름처럼 외로운 방황 속에 쌓인 눈물방울을 끊어 내려해도 넋을 잃은 외로움만 옷자락을 젖어 흐르고 노트르담 숭고한 울림마저 허덕이는 기슴 깊이 창날처럼 박혀 오는 어찌할 수 없이 몰려드는 향수에 절어 나를 잃어버린 시간만 까마득히 역으로 가는 골목길 벤치에 앉아 깊은 밤 젖은 눈동자를 부둥켜안고 .. 2023.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