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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114

가을이 시린 새벽 가을이 시린 새벽 趙司翼 창가 참나무는 거친 세월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새벽 숲을 울며 가는 철새들 혼돈 속에 밤 내내 떡갈나무 이파리의 아린 이별 사라져 가는 모든 것은 나의 아픈 추억 무심히 내리는 싸락눈 희끗한 새벽 골짝을 튀어 오른 바람은 거문고 원흉을 울고 있다 추서리 찬 바람은 배아 잎에 눈물 뿌리고 그냥 바리만 보는 속절없음에 나의 지난 회상마저 목놓아 눈물 흘릴 줄이야 여러 날이 분산하는 청학동에서 새벽이 내게로 오는 동안 허공을 꾸물대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 Paul Mauriat (La Ragazza Di Bube) 제목 2022. 10. 28.
꿈은 사라지고 꿈은 사라지고 趙司翼 아무 걱정 말라고, 다 잘될 거니까 학창 시절 품었던 꿈은 나에게 그랬다 숨이 턱밑까지 헐떡이면서도 당시엔 미아리고개가 눈물 고개인 줄 몰랐다 고개를 기대 살던 돈암동 산동네는 빈곤한 비탈길 난간에 걸쳐 있고 세찬 서릿바람을 날로 살던 날마다 몇백 계단 수 없이 오르고도 크고 작은 꿈이 있어 행복했는데 이제는 많이 멀어져 간 것들로 하여 초조한 두려움에 두리번거리디가 생각했던 작은 꿈조차 지워버리는 일이다 경험으로 미루어, 연명하면서도 간혹 꿈 하나 간직하고 싶을 때면 상상과 환상으로 꿈을 이루기도 한다 환상은 종종 현실보다 더 타당성을 갖기에 편집등록(성우혁) . BGM- 눈물의 부르스 제목 2022. 10. 23.
시월을 바람처럼 시월을 바람처럼 趙司翼 외로워서, 가뜩이나 외로운데 돌아보면 후회만 아파 있고 마른 풀잎처럼 가을인데도 마음이 적료(寂廖)하다 생각하는 오후의 햇살 아래 유연한 추억 하나만 간직했어도, 주위엔 흙먼지만 날리고 시선이 보는 아득히 길은 멀어도 하나, 둘, 오동잎이 날린다 아, 얼마나 그리운지! 갈꽃 향기가 날리는 가을 햇살 들꽃 같은 시월을 가슴이 따뜻한 바람처럼 살고 싶다 편집등록(신유라) . BGM - Jim Reeves (He'll Have To Go) 제목 2022. 10. 21.
스산한 거리에서 스산한 거리에서 趙司翼 무늬만 경쟁이지 침묵을 투쟁하면서 줄지어 가는 다중 언어 복잡한 율동을 보며 나도 그랬었지, 마음을 째고 지폈던 불꽃이었기에 후회 있을까 싶어 뒤도 안 봤는데 청춘의 그림자가 검은 빌딩 그 끝을 앉아 있다 오후 4시의 번잡한 맨해튼 월가 홈리스는 햄버거집에 시선을 박고 오로지 한 가지 소원을 두 손에 꽉 쥐고 있다 뛰는 사이를 걷기만 하다간 낙오일 것 같고 유혹의 성취를 맛본 자들의 분주한 거리에서 매듭에 묶인 자본의 퍼즐 한 조각 찾아 웃다가 울다가 감격과 좌절 속에 나 또한 지극히 뜻 모를 이 생, 목덜미를 쥐어뜯어야만 하는 이 번잡한 거리에서 문득 보는 나의 그러한 모습이 두렵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 남택상(Le Temps D'un Et) 제목 2022. 10. 17.
가을 낙엽 가을 낙엽 趙司翼 백두를 휘어도는 대류 타고 온단 말이냐 너로 인한 나의 외롬 까닭 않고 온다는 거지 굴곡진 곳을 사투로 펄럭이고까지 천왕봉 흐르고 흐른 계곡물 따라 구천동 멀리 먼길까지 바람 타고 온단 말이냐 당시만 해도 우리 세월이 가난을 운명처럼 살던 때라 자고 나면 절로 기억하는 배고팠던 시절 아잇적 추억이란! 낙엽을 불쏘시개로 쓰는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픈 기억 까닭 않고 온 단말인지 서릿발 눈바람에 지리산 어느 산맥을 떠돌다가 아궁이 불길을 동행하고 나서야 연기로 날려 사라지는 허무함이 비록 순환의 이치라지만, 너는 나의 고독하고 외로운 이름이 되고 있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 Elvis Presley(Anything that's Part of You) 제목 2022. 10. 10.
잊힌다는 건 너무 슬플 것 같아 잊힌다는 건 너무 슬플 것 같아 趙司翼 자주색 가방을 든 갈래 머리 소녀였을 때 약속이라 너도 나처럼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 그래도, 그래도, 간직하고 살았는데 간밤을 소스라쳐 깨어보면 까막눈처럼 지워져 가는 이 모든 기억이 잊힐까 두려워 눈물짓는 슬픔보다 내 의지로 지울 수 있을 때 아린 마음 견디고라도 우리 추억을 잊어야겠다 교문 밖서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보아뒀던 하굣길 빵집에서 곰보빵을 나누며 아름답던 추억도 돌이켜 더듬기엔 낯설게 변해버린 지금에 와서 그래도 애틋이 기억되길 비롯한다면 노을이 가고 깜깜한 시선처럼 간직해 온 기억 또한 그리 될까, 두려워 함꼐 걷던 정동길 추억을 잊히기 전에 잊어야겠다 하루하루 어깨를 마주했던 추억이기에 또 한 계절 오갈 때마다 생각이 나서 쓸쓸한 그리움에 기.. 2022. 10. 9.
가을날의 수채화 가을날의 수채화 趙司翼 덕수궁 미술관 옆을 지날 때마다 말없이 떠난 이름이 추억으로 스쳐지나지 차마 그립다는 말도 모르던, 수줍게 겨우 맹세했던 약속이 수채화 풍경처럼 모습을 하고 나 홀로 눈물짓게 하는 무심한 사람아 비애와 같은 추억일지라도 그래도 못내 그리울 때면 홀로 외로운 쓸쓸함일지라도 단풍이 날리는 돌담길 찻집에서 우리 추억을 만지작 거리는 동안에도 밤으로 가는 길목을 노을이 서성인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 이연실.노을 제목 2022. 10. 5.
세상 모르고 살았다 세상 모르고 살았다 趙司翼 세월이 많이 흘렀다 눈 깜빡할 사이에 즐겁고 행복했던, 슬프고 힘들었던, 순간순간이 순간처럼 지나갔다 쉽지 않은 게 인생이야 피 터지는 투쟁이었고 소중한 시간이었고 그냥 신경 쓰지 않았던 시간들도 누군가와 동행을 생각했지만 때로는 혼자 있었고 눈물로 가득 찬 밤을 지나 새벽을 뜬 눈으로 이제 나이 들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모두 내가 세상에 온 이유가 아님을 세월이 가고 나서야 날 괴롭히던 많은 것들 쫒기만 하던 사이 사랑했던 수많은 사람들 왔다가 말없이 갔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이별의 종착역 제목 2022. 9. 30.
그랜드 캐년 그랜드 캐년 . The Grand Canyon 협곡은 인간의 영혼을 위한 감옥이며 무덤이다 캐년, 당신은 정녕 무엇을 말하려는가 낫 장처럼 떨던 구름은 기절을 하고 오팔, 금빛으로 깊어지는 색의 심장이 터질 때 바위벽 붉은 사파이어가 핏물처럼 하늘로 튀며 오른다 억년에 갉힌 절벽은 계곡이 연기처럼 흐르고 햇살 일렁일 때면 날리는 빛과 그림자 떨어진 햇살은 캘리포니아 멀리 멀리로 꺼지지 않는 불꽃이 만든 화산처럼 인간의 발길을 거부한 아가리 진 계곡은 수천 길 절벽을 흐르는 파란만장한 심연(深淵)이다 신이시여! 감히, 감히, 이 경외의 걸작을 만든 힘은 무엇입니까 누가 황무지에서 이러한 경이로움을 만들어 냈습니까 절벽을 뒤덮는 혼탁한 붉은 파도를 지으셨는지 그랜드 캐년, 당신은 전능하신 분의 가장 아름다운.. 2022. 9. 28.
점봉산 곰배령 점봉산 곰배령 찰진 숲을 머리에 이고 사는 꽃들에겐 고개 내 밀고 햇살 찾는 몸부림 처절한데 곡물 보따리 머리에 이고 넘던 늙은 아낙네 가난한 옛적 숨길처럼 곰배령은 바람길 참혹히 고개 숙인 금강초롱이 목 창을 열고 울부짖는 통곡으로 찬바람 한가득 산자락을 서슬처럼 요동친다 바람 울부짖는 구절초와 동자꽃 또한 고갯길 능선 무수히 고개 내 민 노루오줌, 물봉선 향기는 파편처럼 날리는데 오래전 시대를 버티며 살아온 꽃들의 원초(原初)들도 바람길 따라 곰배령을 넘었을 것이다 바람 잘날 없는 곰배령 잿 마루는 억새 흐르는 능선 자락 고갯길 따라 부산했던 하루가 뉘엿거리며 붉게 노을로 진다 2009.10.12 편집등록 성우혁 제목 2022. 9. 28.
오산 사성암 (鼇山 四聖庵) 오산 사성암 (鼇山 四聖庵) 趙司翼 또한 세상, 안개 자욱한 무릉 천국을 생각한 적 있는지! 고대 삼국부터 그랬을, 여기가 천국인 거다 원효대사 숨결 숨 쉬는 세월 더불어 햇살 희끗거리는 섬진강 물비늘이 감아 도는 분지처럼 자리한 구례를 품어 앉고 울림의 산중에서 이 모든 천년 흔적을 듣는다 저문 해 노을 멀리 붉게 흐르는 강 태어난 후 눈 감은 적 없는 섬진강도 광양만을 가느라 장천의 물길로 흐르고 흘러 이별하는데 귀에 잡히면 잡힐수록 아파 오는 바람소리 쓸쓸한 하루 해는 북쪽으로 흩어지고 기억하고픈 시선이 먼저 울어버리고 마는 그래서 더욱 외롭고 외로운데 칠월 중순 달이 천왕봉을 떠오르자 사성암(四聖庵), 오산(鼇山)은 밤을 홀로 서있다 2012.07.14 편집등록 성우혁 제목 2022. 9. 23.
옹진 덕적도의 밤 옹진 덕적도의 밤 趙司翼 사흘씩 이레씩 출항했던 배들이 항구로 온다 수고했다 쉬어라 모레 보자 잠시 그렇게, 이제부터 항구는 휴식이다 윤 칠월 눈썹달만 밤물결에 씻기 울뿐 모두 잠든 덕적도 선착장 해무 가물거리는 해안선 멀리 등대 깜박이는 서포 해변 불빛 따라 간혹씩 우는 어린 파도가 투정을 부리는 수면에 든 바다엔 그 물결만 일렁인다 제목 편집등록 신유라 2022.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