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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114

겨울 南大川 겨울 南大川 趙司翼 온갖 것들로 하여 눈처럼 쌓인 잔인한 물길 지어미가 그래 왔듯 영혼의 고향에서 상처 입은 가슴조차 살을 뜯어 피의 물결을 하고 대를 잇는 몸부림이 있고서야 연어들은 지천 상류 자갈 밭서 한 생을 죽어갔다 줄무늬처럼 굴곡진 모랫길 오래된 시간은 찬물 결로 흐르는데 옛일이 되어가는 처절했던 세월도 빛바랜 참빚처럼 뼈의 모습을 하고 희끗희끗 영혼이 되어 남대천을 떠다닌다 이 어둠 속을 겨울 깊어 가는 밤 혹한의 물소리에 내 가슴도 울컥한데 밤하늘로 달이 휘영청 밝아오는 것은 나의 애끓는 마음을 진정하고부터이다 가슴이 시리도록 찬 밤을 눈은 날리는데 남대천은 물결만 소리 없이 오고 가고 편집등록 . 성우혁 BGM-남택상(Orphelin) 제목 2022. 12. 5.
混沌 홀로 견디며 混沌 홀로 견디며 趙司翼 지녔던 꿈같은 꽃이 피지 않아서 번잡한 도시 외로운 우울로 내 스스로를 웅크리고 깊이 묻어야 했다 대낮 느슨한 센강 모습도 인제는 싫고 삐죽 구두를 한 여자들 수다 소리에도 나의 처한 여건이 흥겹지가 않아 얼룩진 바람 설레는 강변에서 고향 그리워서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 온다 플라타너스 샹젤리제 길 떠다니며 푸른 꿈이 연기처럼 모습을 하고 구름으로 떠도는 몽마르트르에서 피에로 가면극을 해서라도 미쳐야만 했고 누군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날 불러 줄 사람 있을까 싶어 인사말 한마디 가슴에 품고 콩코드 광장 '에뚜알'서 무수히 방황했다 편집등록(성우혁) BGM- Salvatore Adamo (Tombe La Neige) 제목 2022. 12. 1.
영혼이 피눈물일 때에도 영혼이 피눈물일 때에도 趙司翼 거리를 떠돌며 노천카페에 그림을 팔기로서니 내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 많던 꿈도 부평초 신세여서 눈물 흘리면서도 본 뜻을 외면해야 했다 이러한,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 지폐 몇 장 받아 쥐고 영혼의 뜨건 눈물 지며 헛되이 몸만 덧없는 시간에도 타고난 재주라고, 믿음이었기에 어느 한순간도 게을리 한 적 없었다 작은 햇살만 보는 쪽방에서 허허벌판처럼 텅 빈 캔버스만 나뒹굴 때에도 진실된 맘 굳게 믿고 내 어린 시절 과거를 그리다 보면 가난한 붓질에서도 우울한 걸작이 위로를 노래 불렀다 편집등록(성우혁) . BGM-Art Sullivan (Mourir ou vivre) 제목 2022. 11. 30.
낙산사 . 洛山寺 낙산사 . 洛山寺 趙司翼 불타고 상처에도 의연한 천년고찰 불공하는 정좌(正坐)의 모습에서 소원 비는 이들 마음이 내 마음 같고 묵언이고, 침묵 속에 어느 고승 윤회를 마중하는 낮 달이 떴다 탱화 속 그림을 하고 해무가 흐르는 오랜 세월 그 많은 이야기들이 내면 깊숙이 여러 사연으로 가득해도 주지승 목탁 소리는 묵묵할 뿐 어느 천 년을 또 세월로 울림 할까 절벽 아래 동해 바다도 푸른 물결 파도 흩어지듯 여러 소원 빌던 마음 모두 떠난 하늘 먼 석양으로 하루가 지고 긴 침묵도 법문이라 했다 외롭긴 해도 이러한 나의 마음도 편집등록.성우혁 BGM - 보석시 제목 2022. 11. 29.
내가 널 그리워하듯 내가 널 그리워하듯 趙司翼 길을 가다 생각이 나서 돌아 보면 거리의 온갖 수다 속에 홀로 모습을 한 내 그림자뿐 찻집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보다 더 외로워오는 너도 나처럼 이런 모습일 때가 있는지! 쏟아지는 소낙 줄기 속에서도 예전 추억이 아른아른 모습을 하고 그 외롭던 순간순간이 매듭에 묶여 가슴 아프게 너만 그리워하는 인생 살이었다 잊었다고, 모두 잊었다고! 내 자신을 속이려 하면 할수록 그럴 때마다 달려드는 그리움은 쌓여만 가고 내가 지닌 단 한올만큼 만이라도 긴긴밤을 너도 홀로 그러했던 때가 있었는지! 그러면서도, 이러한 내 모습이 견딜 수 없이 비굴하다 세월의 나뭇가지도 가을이 지고 겨울로 피는데 이제라도 이런 맘 나도 지녀야겠다 내 영혼의 안과 밖을 어릴 때 별을 찾는 마음으로 깊게 깊게 푸르른.. 2022. 11. 28.
어머니, 그 가을이 ! 어머니, 그 가을이 ! 趙司翼 잡을 수도 없고, 참말로 가을이 가겠단다 이별을 손짓하며 귓속말만 내 가슴에 두고 간다는데 나는 모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젖어 있는 갈대 풀 길 서성여 봐도 여러 추억이 소리 없이 오고 갈 뿐 내 세월이 늙어 오는 동안에도 기억하는 모시적삼 쪽진 모습으로 곱게곱게 물결처럼 살다 가신 어머니를 잎이 지는 철이 되면 더욱 잊지 못하겠고 하늘로 와도 수 만리 길, 그마저도 3년 만인데 떠 드린 죽 한 숟갈 입에 머금고 잡았던 손 마저 툭! 놓아 버리신 그 게 전부였고 마지막 이별이 되고 말았으니, 이러한 불효조차 품어 안고 그 먼 길 떠나기를 비롯하신 어머니 당신과 이별했던 날이 가을이라 이렇게 또 그 계절이 이별을 말해 올 때면 여러 이치(理致)로도 진정이 안 되고 빛이 바래가.. 2022. 11. 22.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 Auschwitz concentration camp 趙司翼 홀로코스트, 그 많게 억울했던 슬픈 영혼은 지상 최악인 악몽의 시간만 남겨 두고 비밀처럼 수용소는 오늘도 아무 말이 없다 봄이 푸르게 피어가던 삼월 어느 날 시간이 기억하고 땅이 기억하는 여러 흔적들 속에서 당시의 뼈아픈 역사를 나는 보았다 철조망 울타리, 백만의 피범벅이었을 병영, 벌집처럼 총알구멍과 산더미 같은 신발들 저승사자 아가리를 하고 있는 오븐과 가루가 되어 묻힌 흙구덩이 침울하게 쓸쓸하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들어서는 순간 견딜 수 없는 울분이 폭발하며 뼈마디가 부러지고 파열하는 장기의 뒤틀린 고통이 아프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눈두덩을 흐르고 당시가 헤매며 입이 마르고 혀가 말린다 통곡의 절규로 타오.. 2022. 11. 18.
가을이 離別을 말할 때 가을이 離別을 말할 때 趙司翼 겨울 첫눈이 내릴 때에도 나는 눈밭을 홀로 쓸쓸히 늑대처럼 그럴 것이다 설령 때 되어 떠나기로 서니 간밤 이별을 말하는 너는 준비된 마음 없는 나를 눈물짓게 했다 뒤뜰 찬바람 무거워지고 어디나 낙엽 쌓이는 일이 잦아질 때면 헤어질 날이 임박해 옴을, 나의 일방적 사랑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순간이라도 경멸했던 적 있었으면 하고, 한숨짓는 순간에도 이제 와서 착각을 반추(反芻) 해 본다 한 들 심리적 안정의 방해물일 뿐이고 창백한 황홀경만 한이 없을 것 같아 웃으면서 이별하기로 했다 인내가 모자라 그리움 쥐어짤지라도 심장의 기괴한 천둥은 무심결에라도 숨 쉬지 않겠다 편집등록(성우혁) . BGM - Jim Reeves (He'll Have To Go) 제목 2022. 11. 10.
Montmartre 늙은 화가 몽마르트르 늙은 화가 趙司翼 창만 열면 보게 되는 그곳엔 오늘도 이름 없는 늙은 화가가 앉아있다 먼 하늘처럼 무명의 세월 누구든 다가 와 이름 불러 주길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철의 장막(鐵-帳幕)' 같던 나의 당시, 누군가 내 이름 불러 주던 때처럼 나라도 가서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이름 없는 화가들 운명이 교차하는 결국엔 의미 없는 그러한 장소일 뿐 그들 모두 표정만 두고 간, 내 어머니도 내 꿈을 부둥켜안고 눈물짓던 몽마르뜨는 몸서리치는 나의 당시가 울던 곳이다 등록 (신유라) . BGM - Paul Mauriat (Arirang) 제목 2022. 11. 9.
초겨울 順天灣 초겨울 順天灣 趙司翼 저문 갯벌 휘적이며 노을이 들 때 어두워가는 햇살 위를 푸념 어린 구름 떠가고 뻘밭 사각사각 갈대 흐득이는 싸락눈 날리는 뒤숭숭한 소란에도 순천만을 터로 사는 수달과 노랑부리백로, 흑두루미, 망둥어와 짱뚱어 이 모든 물질 소리도 어느 날 눈보라 치는 겨울 벌판 몇몇이 동력 잃은 목선처럼 죽었다고 싸늘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다 겅둥한 갈대밭 노을이 지고 어둑어둑 들판을 이사천은 흐르는데 이런 날은 나의 외로운 상처 들어내 놓고 울컥했던 맘 눈물지며 펑펑 쏟고 싶다 그리라도 실컷 쏟고 싶은 순천만 나의 유년과 같은 슬픔이 있다 편집등록(성우혁) . BGM(물새 한마리) 제목 2022. 11. 5.
안개 낀 베네치아 안개 낀 베네치아 趙司翼 오랜 과거가 남긴 이별 이야기가 안개로 흐르는 베네치아 오월(五月)의 오후가 색색을 하고 물결 질 때마다 느닷없이 내 영혼을 어지럽힘으로 하여 그리다 만 캔버스 모서리마다 핏물이 뚝뚝, 심장은 붓끝을 놓아버리고 열이틀째 밤이 추억처럼 비록 낭만이라 할지라도 그럼에도 눈시울 뜨거운 것은 고향의 정을 만날 수가 없어서 눈물겨운 동안에도 달빛은 베네치아를 말없이 서있고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 웅성대는 어두워가는 산마르코 광장 세월 가도 속절없는 이름으로 셰익스피어 ‘베니스 상인들’ 역사가 전설로 흐르는 고향이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HAUSER (Caruso) 제목 2022. 11. 4.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趙司翼 소란에도 누구나 홀로 모습을 하고 사람들 웅성웅성 어디로 들 가는 걸까 지친 몸 외로움만 커지고 노을이 널린 미라보 다리 밑을 지나 오르세 미술관 숙소 가는 길 더러는 목이 긴 제 그림자 끌어안고 누구나 모두 혼자였다 신발 코가 흙투성 될 때까지 나는 오늘 무얼 했을까 지녔던 꿈도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밤 깊어 썰물처럼 텅 빈 거리 꿈까지 해서, 여려 생각 미뤄 두고 나도 돌아가야겠다 이 밤도 잘 있거라 밤늦은 강변, 누구나 혼자였다 편집등록 성우혁 BGM - Art Sullivan (Mourir ou vivre) 제목 2022.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