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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114

명성산 억새도 명성산 억새도趙司翼어떤 때 문득문득 이슬 맺힌 은방을 꽃이 그립듯이를테면,산마을 수수밭에 허수아비 서 있고익어 가는 다락논 고추잠자리 날며 노는그 모습이 못내 그리운 시인들처럼가야지, 떠나야지, 이별을 말하는 여름!나도 언젠간 명성산 푸른 능선이 그리울 것만 같고삼각봉 우거진 억새 풀밭귓가를 두드리는 산새들 노랫소리가 슬프다 엊그제 같던, 일 년 전 어느 날이국의 낯선 땅 나가사키에서 별이 된 친구그 좋아했던 명성산도, 산정호수도이제는 함께할 수가 없어서도시락 나누던 자리만 깊게 깊게 눈에 박히고웃는 모습 사진 한 장 억새 밭에 묻고하산 길 노을 속을 친구가 아련하게 흔들린다귀로(歸路)에서 혼자라는 슬픈 눈물만2017년 9월. 포천 명성산에서  제목 2023. 8. 20.
비애를, 눈물을, 슬픈 생각을 비애를, 눈물을, 슬픈 색각을趙司翼나뭇잎 뒤척이며 바다가 몸을 떠는소리는물길 불빛으로 타오르는 슬픈 세상이 밀려 드는 징조였다산등만 한 파도가 해안 마을을 집어삼키고마치 그것은 절규로 우는 지구 종말 한 맺힌 서막이었다해안 벽이 대혼란 속에 휘말리는 순간부풀며 바다가 휘이고, 부러지고, 뒤집어지고,목덜미를 뛰는 맥박은 터질 것만 같고침묵 속에 고요하던 미야기현 해안 마을은피를 부르는 '프로메테우스'처럼지구 몸부림을 대신 울어 주는 절규의 행동이었다병든 인생 어두운 뒷골목처럼길고 긴 밤 외로운 불빛 옆에서이 모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은저승길 종말이 예비되어 있다는 것,나는 비애를, 눈물을, 외로움을, 슬픈 생각을 별에 두었다뻘밭뿐 풀냄새 모두 허허벌판처럼그래도 끊질긴 목숨들이 나뒹굴고피눈물 .. 2023. 8. 17.
인생길 가다 보면 인생길 가다 보면趙司翼운명을 말하면서 황혼에서 새벽까지 꿈 가득 이것저것 챙겨 들고 은하수 길 밟으며 시간여행 근엄한 자비의 친구가 되고 숨결이 되어 영원을 미소 짓는 눈동자 숭고하게 인간 본연의 핵심을 정의하는 별 뜬 새벽 풀냄새 가득 이슬에도 때로는 아비규환 속 절박한 우리네 운명울음 타는 눈물 끊일 날 없는 설한을 문풍지처럼 떨리는 몸짓은 비명 속을 울부짖는 피눈물만 뚝~뚝 삶의 오케스트라 하모니 운율을 부수고 인간 진리 그 본질을 시험하는 적이 되기도 한다찬비 내리는 운명 앞에 날리는 눈처럼눈썹 위에 서러운 인생 이야기가 굵은 자국으로정수리에 그 많게 아픈 발자국을 찍어 놓고무엇이 운명이고,무엇이 인생이냐!동무처럼 어깨에서 슬픈 울음이 흐른다  제목 2023. 8. 12.
노르망디! 잊힌 이름이 되어 노르망디! 잊힌 이름이 되어趙司翼지중해가 예전처럼 해안 벽을 슬피 운다피의 역사, 그 기억이 오히려 익숙한노르망디 상륙작전오래된 일로 지평선을 가물가물잊혀가는 이름이 된 청춘들칠십 년 세월 거슬러 아직도이곳은 웅웅 거리며 파도가 울고 있다전쟁터처럼 소용돌이는 초조하고백악질(白堊質) 바위 해안당시처럼 애가 타게 파도만 울고7년 전 내 흔적이 눈물겹게 쓸쓸하다2016년 6월 6일 -Normandy에서 2023. 8. 3.
가시고기 사랑 가시고기 사랑趙司翼고추가 널린 양철 지붕 솜사탕 구름을 쫒아동구밖 늙은 나무를 기어올라 또한 솜털 같은 집게손가락 발버둥에도 무심한 하늘은 구름을 내어 주지 않았고 대문밖 흑암색 자갈길 헐떡거리는 그 뜨겁던 뙤약볕 열기 속을 느티나무 가지에서 나이 많은 할아버지 놀란 가슴을 보았다 오뉴월께부터 별 뜨는 밤이면 일과처럼 모깃불 살피시던 할아버지 기침소리 그 사랑을 먹고 자란 어린 손자 오래 보낸 할아버지 시간은인생의 음표가 되고 멜로디가 되고 어느 여름  입술 떨며 이별을 울던 어린 손자는가슴에만 있는 할아버지 그 모습이 되었다2023.07.26  제목 2023. 7. 26.
새장의 저주 새장의 저주趙司翼헤어날 수 없는 미로만이 까무러치고 그 간절함도 깃털조각만 새장 밖으로 날아오른다 헤쳐진 풀숲에서 최후의 결별처럼 날개 퍼득이다 주저앉고 마는 도무지 새에겐 죽음이 무섭지 않았다 영혼이라도 날고 싶은 죽음을 재촉하는 주술을 울부짖어도새에겐 죽어 될 영혼조차 내어 주지 않았다 분노는 너의 친구가 되었고 슬픔은 너의 집이 되었으니 너는 그렇게 자연과 격리되어 산다는 것이 내일이 와도 오늘뿐이라서 피눈물이 흐르고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라기엔 어둠에서 죽음조차 딴 데로 빗나가고 그토록 갈망하는 허공엔 홀씨 된 민들레 보풀들만 희끗거리고  제목 2023. 7. 22.
사랑의 기하학 사랑의 기하학趙司翼가만있어도 원심력 여러 물질 그 원리처럼사랑도 그럴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달 밝고 별 뜬 밤 가슴을 맞대고 굳은 다짐도불변의 사랑이라기엔, 예전 사람들처럼물방아 간 순애보적 사랑은 오래전 에나 있었던 일이다사랑에도 의무가 주어졌으니기울지 않게 원심력을 유지하는 것이다교집합(交集合)엔 매듭이 있고 각(角)으로 하여틈을 노리는 물결 한 자락에도토사처럼 와르르 쑥대밭으로 변하는 게 사랑이다예리한 것이 사랑이고, 장미 가시 같아서작은 몸짓에도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이 사랑이다이별이 손짓해 올 수 없게손 꼭 잡고 지구본처럼 둥글게검은 촛대 위를 이별선상 그날이 올 때까지   제목 2023. 7. 15.
人生 列車는 簡易驛이 없다 (四) 人生 列車는 簡易驛이 없다 (四) 趙司翼 그마저도 첫차뿐인 인생열차 차창밖 사계절만 반복되는 그 먼 철길 위에 앉아 계신 그대들이여 만나고 이별하고, 웃고 울고, 가다 보면 홀로 쓸쓸히 주변은 저만치 멀어져만 있고 불꽃 튀는 레일 위를 달리다가 끼~이익, 소리에 깨어 보면 나였음을! 탄식할 틈도 없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우리는 가고 있다 가슴 따뜻한 사람과 어깨를 마주하고 이러한 모든, 충족된 레일에 올라 별 무성한 꽃밭 걸으며 하늘길 종착역에 다다르고 싶은데 잦아드는 균열음 얼키설키 그 흔들림은 엇박자만 잦아지고 궤도 이탈 일지 모를 불안을 가슴에 품고 인생열차 종착역을 우리는 가고 있다 제목 2023. 7. 4.
우리가 예전처럼 우리가 예전처럼 趙司翼 꺼질 듯 촛불처럼 불안하고 숨 막힐 때밤늦게라도 집둘레를 걸어보자텅 빈 채 홀로인가 싶어도바람 불고 별 뜬 밤을 풀벌레 울음 울고걷던 길 잠시 서서 침묵에 있다 보면이 작은 행위에도들불처럼 끓어오르는 심장 맥박을 보게 된다입 다문채 고통이라 말하기도 했고그 무겁게 짓눌렸던 것 모두슈베르트와 바흐에게 몸을 맡기는 동안이윽고 영적 존재처럼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굳어 있던 무언가가 녹아내리고들로,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예전처럼  제목 2023. 6. 27.
캐년, 그 아름다움의 역설 캐년, 그 아름다움의 역설趙司翼시간이 고대 이야기를 속삭이는 그랜드캐년세월로 빚은 갤러리, 영겁의 예술성,협곡의 뜨거운 맥박이 내 안에서 뛰고 있다자연의 요새처럼 솟아오른 붉은 성벽산비탈을 녹아내리며 메마른 땅을 관통하는 협곡콜로라도 물줄기는 울새들의 젖줄 오랜 과거부터 엄숙한 메아리 속에또 다른 밤 웅장한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 밤이 오니 작은 것들은 침묵 속으로 물러나면서삶과 죽음, 환생의 조화 속에멈춤 없는 삶의 순환, 재생 과정을 동반하고존재의 덧없는 본질을 일깨워준다오 사랑, 지난 사랑이 있고오 분노, 죽어가는 빛의 분노가 있는원하면 기억하고 원하면 잊으란다  제목 2023. 6. 21.
해당화 해당화趙司翼그 깊던 밤을 숨은 새벽이 오고바다가 쉼 없이 몸을 떠는 일로제방 언저리를 파도가 기웃거리고도처에 바람 잘 날 없어꽃잎 떨어지고 추억 희미해지는딱딱한 종이 풀처럼찔레밭 억새풀 엉겅퀴 그 모습이어도여름밤 몰래 핀 해당화 꽃잎이어느 가을 쓸쓸한 단풍잎처럼펑펑 눈물 자국을 하고 모래밭을 울고 있다그 곱던 향기도 갈기갈기나는 너를 간직할 수가 없다  섬마을선생님(임일용) 2023. 6. 20.
새벽 바다, 죽변항 새벽 바다, 죽변항趙司翼먼바다 등대처럼 소망을 주문하는 시간동해바다 깊은 밤을 붉은 해가 떠오른다날개 퍼득이며 별나라를 떠돌고 싶은 마음 하나로뱃머리 붙잡고 출항을 목전에서새벽 부두엔 찬비가 내리고 한결같은 결심에도 비명만 내지를 뿐 거친 파도는 길을 내주지 않았다평소 경험으로 살아 가게 그냥 둔다면, 하는 간절하게 신음해 봐도삶의 나침판 위를 떠도는 영혼뿐으로이 광적이고 비인간적인 바다는항해하려는 정직마저 외면하고 만다태백산 계곡 물도 죽변항 푸른 바다와 몸을 섞는데  제목 2023.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