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 편지 . 수필36 오늘 (新幹線鉄道周辺で) 오늘 (新幹線鉄道周辺で)趙司翼찔레꽃 희게 날리는 신칸센 철길 주변헛간처럼 잡동사니 얼기설기 얽힌 먼지막 아래정복자들 발 밑, 구겨진 종이짝 같은 심장들을 보면서알량한 정의에 걸려 넘어져 운동화 풀린 감정의 끈을 서둘러 묶었다밤을 기다리며 조용한 오후의 시간처럼행위와 말과 소원이 그것이라면 우리가 신의 심장에 도달할 때까지"함께 갑시다"라고 말 못 한, 오! 나의 부끄러운 연민뿐인 굴욕중독된 심리학을 펼치지도 못하고 꽉 쥔 채로손바닥에 누워있는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이것저것오늘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찢어 없애기로 했다늘어진 해 그늘은 도시를 질러 흐르고가로수는 노을에 물든 하늘과 마지막을 키스한다오늘도 자본 논리는 억눌린 자들 뿌리를 짜 먹고먹힌 자들, 겁에 질려 폭시 같은 비명의 시선으로어린 시절 자.. 2023. 6. 14. 病床日記 . 임박했던 운명을 여행하면서 病床日記 . 임박했던 운명을 여행하면서 趙司翼 석양이 아직 작별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보다 물방울 노을에 반짝이는 호수 그늘진 옷장 속을 하얀 거짓말처럼 애써 믿음을 갖고 내 운명을 엮었지만 여행자는 일시적 환영(幻影)의 밤이 되고 숲은 조용히 잠든 나뭇가지가 된다 초저녁 별 그림자가 물에 뜨고 흑청색 굳게 다져진 별이 촘촘한 밤 병동의 그 시간이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믿음 갖지 못해 기도를 망설이던 그 문턱을 수많은 얼룩이 별처럼, 밤은 그런 광경을 말없이 바라만 본다 2012.08.15 - 소양강 나룻터에서 제목 2023. 5. 31. 바이올린 선율 속에 바이올린 선율 속에비 개인 창문 밖을 조용히 서서황금빛 태양이 내리쬐기를 기다리고 있다캔버스 속 풍경처럼 안개 흐르는 정원은열병처럼 앓던 봄이 꺾이고로즈민트 차 한 잔처럼 그 무성한 풀내음 속에성숙한 여름 이야기가 몸을 비비는 동안열린 주방 문틈 사이로겨자색 니트를 걸친 아내의 손길 분주하게브런치 타임 빵 굽는 냄새가 구성지다샐러드 오렌즈 소스와 커피 향 희미해질 때까지앞마당 앵초가 핀 풀밭으로청록색 햇살 푸르러오기만을수국이 핀 베란다 의자에서 기다리는 동안열린 문에서 들려오는 소리,내가 착각했다햇살이 아니라 막내딸 바이올린 선율이었다 제목 2023. 5. 24. 나의 살던 고향은! 객지로, 타국으로, 어느 도시를 떠돌던 수십 년 세월 갈증만 더욱 커지고 어린 때 추억에 향수병 앓았던 날 많았고 아버지 어머니 만나서 인생이 시작된 곳, 아랫녘인데, 2012년 10월 9일 요천강이 흐르고 광한루원이 자리한 남원행 고속버스에 오른다내 추억처럼 고향은 고지 곧대로 잘 있는지! 몇 날 밤 더불어 추억을 배낭에 꾹꾹 눌러 담고 깨복쟁이적 물장구치던 너른 들판까지는 아니어도 일수네와 춘자네, 순애네와 명수네 집 모두와 앞마당 곤달추와 치자나무는! 뒷산 범바위와 집성촌을 이룬 소나무들은 제 끼니 챙기며 들, 잘 있는지 하도 옛길이라 오는 내내 멀리만 생각했는데 지친 걸음 그 무엇이 잡아당기는지! 이끌리듯, 헐떡이는 숨 고를 겨를도 없이 멀리서 손 저으며 반기는 고향을 보고 나서야 짓눌린 추억이.. 2023. 2. 17. 日記 (2023년 새해 에는!) * 어제는 역사가 되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신의 선물이다 * 상상력은 지식보다 강하고 희망은 경험보다 우월하다 * 희망은 우리들 삶에 있어서 코드(계획, 목표)와 같은 것이다 * 훌륭한 교사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2023년 새해 에는 희망을! 긍정된 마음가짐으로 세상 살고 싶어도 창백하기만 한 세상에서 앞날을 생각할 틈도 없이 너무 산만하다 목장 같던 세상 푸른 초원을 늑대 떼가 맴돌고 급기야 전염병과 역병으로 오염된 세상, 긴 호흡 하기도 두려운 하루가 다르게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없는 힘도 솟게 하는 희망이라는 긍정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리라 다만 이러한 역경에 부딪쳤을 때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나름대로 대처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2022. 12. 26. 日記 (가족 크리스마스) 가족 크리스마스 현관문에 걸려있는 겨우살이와 똬리를 한 덩굴에서 반짝반짝 고드름이 빛나고 있다 가족 모두 크리스마스트리 주위로 둘러앉아 여러 색상을 한 조명으로 물든 거실에서 건강하고 복된 일 년의 향기가 저물어가는 동안 타오르는 벽난로 주위에서 'Andy Williams'가 The First Noël을 노래 부르고 손주들, '그레이슨'과 '에밀리아' 천사처럼 환한 미소가 거실 가득 울려 퍼진다 케이크를 조각 내고, 샴페인을 터트리고, 쨍! 하고, 축배의 잔을 들어 올릴 때 성탄을 축하하는 웃음꽃이 집안 가득 흘러넘친다 나는 손주 둘을 무릎에 앉히고 'The Night Before Christmas'를 읽어주면서 슈가 쿠키와 코코아는 산타를 위해 남겨두기로 꼬맹이들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였다 집에서 보.. 2022. 12. 22. 日記 (자이니치. 在日韓國人) 자이니치. 在日韓國人 趙司翼 심장에 비수를 꽂는 아픔보다 더 한 고통의 4반 세기, 존재에 대한 갈등의 눈 떴을 때 조상을 원망하며 울어야 했던 세월 정체성 혼란으로 칠흑 같은 터널에 갇혀 있을 때에도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도 아름다운 꿈이 있기에 이방인이라고 외면당하고 더러운 비아냥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훗날 아름다운 꿈이 있기에, 참지 못할 고통이 어깨를 짓누를 때면 익숙하지 못한 선술집에서 술잔을 비우며, 잠시 일탈로 상처투성이인 자아를 달래며 꿈을 키웠었는데 자이니치는 비 내리는 ‘사이타마현 요리 이 마치’ 하늘을 보며 한숨만 내 쉰다. 인격은 실종되고 배타가 우글거리는 열도에서 집단 따돌림과 비아냥이 너절 부레 한 일본에서 배회하는 자이니치 눈물이 슬프다. 계절 색을 보지 못하고 바람소리 .. 2022. 12. 20. 日記 (吾耳島에서) 와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 바다, 바닷가가 아니다 텅 빈 하늘엔 갈매기도 없고 비랜내 들어 찬 갯내음도 없다 고깃배 낡은 모습들만이 쓸쓸할 뿐 검은 모습을 하고 말라 가는 갯벌에는 흔하게 놀던 바다 생물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공터에서 몇몇 조개 구이 포장마차는 그대로인데 몇 해 전 몹시도 바람 불고 싸락 눈 날리던 날 석쇠 가득 조개를 얹어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잔돈 몇백 원 챙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는데 「평생 젊어 있을 줄 알아! 늙으면 돈도 떠나는 거여…….,」 하시며 주차장까지 오셔서 기꺼이 잔돈 쥐어 주시던 할머니네 포장마차 “태숙이네 조개구이집”은 개발에 밀려 사라 진지 오래인 듯 흔적도 없다. 방조제 돌 틈 사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가 사사로웠기에 되려 외로움을 노래 하던.. 2022. 12. 11. 日記 (조선인 윤씨와 和田貞夫씨) 궁핍하기 이를 데 없는 초라한 방파제를 지나가다 어부의 물질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스치듯, 찰나에서 노인을 보며 '인간이 저토록 고단하게 늙을 수도 있구나' 방해가 될까 싶어 망설이다가 열서너 걸음 하면서 다가갔다 ' 안녕하세요' 한마디에 귀찮아하는 내색은커녕 눈물 글썽이며 내 손을 꼭 잡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는데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윤 씨였다 1942년, 징용당한 지, 반년이 지날 즈음부터 탄광 화약 열기에 눈물은 말라버리고 부모 형제 그리운 밤이면 목 놓아 울고 싶어도 울음마저 잊어버렸단다 내가 아니었으면 그 누구와 병이 된 마음 털어내셨을지!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 지난달엔 상주가 고향인 정 씨가 향수병에 시름 거리다 하늘로 떠났고 엊그저께 목포가 고향.. 2022. 12. 4. 日記 (남겨진 시간) 남겨진 시간 趙司翼 알고 있기에 익숙할 때도 되었는데 올가을도 그렇다 푸르기만 했던 나무들이 황금색으로 변할 때 평생 처음이 듯 이토록 멋진 경험을 하면서 잊고 지냈던 초등학교 때 짝꿍을 비롯 어릴 적 기억들이 산불처럼 되살아 나곤 했는데 가을이 떠나겠다고 한다 갈바람에 쌉싸래이 민들레 늙은 향기 속에 색색의 나뭇가지 비밀스런 왈츠 춤 별이 총총한 하늘 더욱 성숙한 달빛이 첼리스트가 되어 소나타 은은한 선율을 선물 하고 그러했던 여러 추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오늘은 문득 내가 마음 둘 데가 없다 며칠 전부터 가을이 붉은 가슴을 높은 하늘에 헹구기 시작한다 올 가을과 이별을 말할 때가 온 것이다 퇴색한 이파리가 낯선 거리에 구를 것을 생각하니 오늘 밤에 그리다 만 가을 캔버스도 접어야 할 것 같다 .. 2022. 11. 19. 日記 (선물 . 膳物) 선물.膳物 긴 초월 명상(超越 冥想)을 하면서 서재 촛불 하나에 감각을 의지하고 슈베르트 음악을 들을 때 나한테만 주어진 공간에서 문재 해결 책을, 아이디어를,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용기를 얻는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스케치 북을 펼치고 노트북에 글을 쓰면 한결같이 하는 질문.........! 작가인가요? 이 세상 작가, 화가가 아닌 사람은 없다 삶을 고민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하고 이 모두 표현과 방법의 차이일 뿐 우리는 작가의 길을 아름답게 가고 있다 나 역시 모든 분야에 열정을 갖는 작가이고 싶다 생각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구태에 머물지 않게 변화를 모색하며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나를 응원하고 지지함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물적 선물보다.. 2022. 11. 10. 病床日記 . 後死 世界에서 病床日記 . 後死 世界에서 사계절이 오고 갈 때마다 남기고 간 뒷얘기들이 병실로 뛰어 들 때면 인내로 버티어 온 깊게 앓던 모든 것들이 외르르 무너지면서 침묵보다 무서운 세월에 갇히고 만다 간밤에도 가을이 떠나면서 통곡하는 절규가 내 아픈 흔적 가득한 병실 찾을 때 기도가 막힐 듯 거친 호흡의 밤이었다 한 세월을 병원에서 계절이 오고, 가고, 쓸모 없이 보낸 시간을 생각할 때면 응급병동 신음소리도, 장례식장 이별 소리도, 나에겐 맥락 없는 허무이다가도 가슴에 찬 혼자만의 울음 쏟으며 하루라도 어서 땅에 눕게 해달라고 소원하던 주문을 손에 쥐고 가슴에 포갠다 좋아질 거라고, 빌며 가다린 세월이 너무 길었다 몸이 아파 뒤틀린 고통보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겨울 오기 전에 먼 길을 떠나려 결심 .. 2022. 10. 3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