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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 편지 . 수필

病床日記 . 後死 世界에서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0. 31.

 

病床日記 . 後死 世界에서

사계절이 오고 갈 때마다 남기고 간 뒷얘기들이
병실로 뛰어 들 때면 인내로 버티어 온
깊게 앓던 모든 것들이 외르르 무너지면서
침묵보다 무서운 세월에 갇히고 만다

 

간밤에도 가을이 떠나면서 통곡하는 절규가
내 아픈 흔적 가득한 병실 찾을 때
기도가 막힐 듯 거친 호흡의 밤이었다


한 세월을 병원에서 계절이 오고, 가고, 
쓸모 없이 보낸 시간을 생각할 때면
응급병동 신음소리도, 장례식장 이별 소리도,
나에겐 맥락 없는 허무이다가도
가슴에 찬 혼자만의 울음 쏟으며
하루라도 어서 땅에 눕게 해달라고

소원하던 주문을 손에 쥐고 가슴에 포갠다

좋아질 거라고, 빌며 가다린 세월이 너무 길었다
몸이 아파 뒤틀린 고통보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겨울 오기 전에 먼 길을 떠나려 결심 하니
병실 밖 깊은 밤을 찬비가 내리고
바람을 스치는 가을 옷깃에 눈물이 뚝뚝
창문 사이사이로 푸른 별처럼 흘러내린다

낯설고 푸른 하늘로 떠나기 비롯하면
죽음 없는 짙은 숲 낯선 길 헤맬지라도
몸도 마음도 고통이 배인 병실을 벗어나
저 하늘 끝없는 숲길을 거닐며
마주치는 풍경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가 하고 싶다


나 지금 먼 길을 떠나려 하나니

소복 차림으로 오는 겨울은 너무 슬플 것 같고 
가을 옷자락을 붙잡고 가야겠다


내가 가게 될 영원에도
사랑은 존재할 것 같아 마음 편히 가야겠다

2006. 11.10

 

 

  편집등록   성우혁     B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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