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낭송시 . 영상시43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수선화 질 때 우리 만나자 . 趙司翼 별이 빛나는 밤 반딧불이 등불 삼아 말없이 간다 극지점이 물결치듯 녹아내리고 대륙이 활화산처럼 불타 오르고 갈기갈기 대지는 내장을 드러 내놓고 피눈물 잦아질 날 없는 세상 소리 피해 가듯 여름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간다 대지가 몸을 달구고, 바닷물 끓어 오르고 네 잘못도 아닌데 얼마나 소연(蕭然)하랴 갈색 구름 하늘 많아지면 캔버스 속 푸른 풍경이 그리울 것만 같고 밤 귀뚜라미 원음 잦아질 때면 어느 낯선 골짜기에서 펑펑 널 찾아 헤맬 것 같다 벌링턴 언덕에서 너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너를 '여름'이라 말하며 잊지 않겠다 시낭송 같은 봄이 가고 수선화 꽃 질 때 우리 만나자 * Let's meet when the daffodils fall by David.. 2023. 9. 1.
낭송시 .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 趙司翼 먼지 쌓인 추억을 손바닥으로 지우면서 내 오랜 세월이 예저기 흩어져 은하계를 떠도는 유영을 보았고 이야기를 들었다 수 없이 독백하며 홀로였던 밤 그 많던 시간이 담쟁이덩굴처럼 월계수에 쌓여 비밀처럼 과거라 해도 불꽃같은 오늘이어도 이 모두가 나였었고 나인데 남이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내가 그립지도 않았는지! 낯선 시선이 오고 갈 뿐 아무런 말이 없고 맥 끊긴 삶의 간극이 너무 길었던 이유였을까? 별이 빛나는 라플란드의 밤 과거 속에 오늘을 그려 넣고 오늘 안에 지난 이야기를 새긴다 Starry Night   by   David choAs I erase dusty memories with my palms he years of my life have been scattered here.. 2023. 7. 29.
趙司翼 . 인생은 모순이다 인생은 모순이다 趙司翼 자고 날 때마다 낯선 세상을 만난다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로 하여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어느 길로 가기에는 저울추에 얹혀 어리바리 차일피일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을', 이분(二分)의 논리, 그 모순에서 지극히 단순해지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올바른 가치를 찾는 노력일 뿐 하루하루, 급기야 마주치고 마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기도문이든, 소원이든, 애원이든 마법 같은 주문을 먹고 사는 게 인생이다 Life is a contradiction by David cho Every time I wake up I meet a strange world With more than you want to know Shall we.. 2023. 6. 13.
朗誦詩 . 노천명(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朗誦 . 이종환 A Nameless Woman by No Ch'onmyhong I wish to be a nameless woman way out on a small hillside. With gourd-vines on the roof of my cottage, pumpkins a.. 2023. 5. 28.
누이와 이별하던 날 누이와 이별하던 날 趙司翼 기어이 나의 누이는 원래 고향으로 갔다 장례식 마루판 침상에 누워 흐르는 눈물 속에 떠 나고, 보내는 손길 훌쩍이는 자국 흥건히 흰 국화꽃마저 울음 우는 가물가물 장례식장 불빛 무심한데 슬픔처럼 우짖는 별무리 먼 곳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내 누이를 기다리는 별이었으면 좋겠다 누이 가는 길 행여 추울까 싶은, 저린 발 질퍽거린 줄도 모른 채 장례식 삼일 내내 봄을 기다렸는데 가슴에 내 누이 유골을 꼬옥 안고 송도의 사찰에 도착하고 나서야 보았다 애 태이 찾던 봄은 흰매화와 노랑 수선화 꽃무리를 동행하고 이미 납골당 앞마당에 와 있었다 머릿결 봄바람에 스치는 것이, 그랬던 것을 번역 낭송(프시케) . 영상제작(신유라) The day I parted with my sister Da.. 2023. 5. 19.
映像詩 . 정호승(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별들은 따뜻하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The Stars are Warm . Chung Ho seung The sky has eyes. I don’t have to be afraid. When in dark, dark winter I walk on the snow-covered barley field and meet the night without dawn, the st.. 2023. 4. 23.
詩朗誦 . 못내 그리운 이름으로 하여 못내 그리운 이름으로 하여 趙司翼 바닷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소멸돼 가는 경기만 별이 빛나는 볼음도(乶音島 )의 밤 검은 안갯속을 어른거리는 발자취는  민낯 드러난 새벽 바닷 자락을 개밥바라기 초저녁 별이 울며 가는 소리였다  어스름 피어오르는 요옥산의 새벽  북방 한계선이 드러나는 순간  새벽바람 휘청휘청 하늘 먼 곳  알지 못해 더욱 가슴이 아픈 북녘하늘  날아가는 철새들은 어디서 밤을 지새웠을까  못내 그리운 이름으로 하여  젖은 눈동자는 오늘도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마른 풀잎처럼 오랜 그리움을 곁에 두고  죽어서도 소원일 것 같다는 실향민  통일 노래 슬픈 잔을 눈물로 채우며 * with a name that I miss Immeasurably by  David cho which is carrie.. 2023. 4. 20.
詩朗誦 . 윤동주(별 헤는 밤) 윤동주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2023. 4. 12.
詩朗誦 . 얼마나 더 살아야 얼마나 더 살아야 趙司翼 무시로 울더니 잠시 멈춘 하늘 토막 난 구름은 남으로 가는데 인생 이야기 같은 버드나무 나붓나붓 얼굴 비비는 가지 그늘에서 저 구름과 마지막일지도 모를 술잔을 비운다 오늘도 하루만큼 또 떠나는 내 청춘과 이별할 때 배웅하며 흘려야 할 눈물 대신 석양 붉게 물든 강물 위에 유서를 쓴다 가버린 청춘 그 기억 하나 챙기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감출 수 없는 고민으로 살아왔다지만 간절했던 위장일 뿐 그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 순수는 아니었다 세상에 손 내밀며 선량하지도 못한 양심으로 잡담에 불과한 인생을 이야기했을 뿐 비 몰이 같은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바람만 탓하며 내 청춘에 무심했음을 * How much longer do I have to live? David cho The sky .. 2023. 4. 6.
詩朗誦 . 박목월(나그네) 박목월 .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낭송(이종환) The Wayfarer by Pak Mok-wol Across the ferry by the path through the corn like the moon through the clouds the wayfarer goes. The road stretches south three hundred li every wine-mellowing village afire in the evening light as the wayfarer goes like the moon through the clouds 번역(조사익) . 편집 등록(성우혁) 2023. 4. 3.
映像詩 . 윤동주(서시)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Prelude . Dongju Yun Let me have no shame Under the heaven Till I die. Even winds among the foliage Pained my heart. With a heart that sings of the stars, I'll love all dying things. And I must fare the path That's been allotted to me. Tonight also The wirids sweep.. 2023. 4. 1.
詩朗誦 . 안개비 내리던 날 안개비 내리던 날 趙司翼 작은 빵집과 꽃 가게가 아래층을 채우고 있는 둔탁한 소리를 내는 통나무 계단을 열서너 번 오를 즈음. 그 옛날 이름 없는 무명 화가가 가난을 그리다 간 흔적과 건반에 올려 보지도 못한 악보가 먼지 낀 다다미 방바닥에 나 뒹구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데 긴 한숨을 타고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가 생성과 소멸의 반복 속에서 창밖 안개비 속으로 사라져 가는 풍경을 건네며 나를 맞이하는 시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전시회에 내걸었던「하늘 시인」이라는 포스터와 릴케의 「장미」라는 글이 빼곡한 그림 한 장이 송판때기 벽을 채우고 있을 뿐 호사스러운 풍경들은 그 어디에도 없건만 왜 이렇게 내 마음은 따뜻하게 전율하는 것일까 향 진한 녹차를 건네는 친구의 미소에서 행복을 훔친다. 간간이 불어오는 안개비 .. 2023.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