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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송시 . 영상시43

박인환 . 목마와 숙녀 박인환 . 목마와숙녀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 2022. 10. 4.
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낭송 이혜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2022. 9. 25.
김현승 . 가을의 기도 김현승 . 가을의 기도 시낭송 . 이종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편집등록 신유라 2022. 9. 24.
서정주 . 꽃밭의 독백 서정주 . 꽃밭의 독백 노래가 낫기는 그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 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 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시낭송 . 최현숙 2022. 9. 18.
노천명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노천명은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자이다 朗誦 . 이종환 2022. 9. 15.
정호승 . 미안하다 정호승 .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詩朗誦 . 김세원 2022. 9. 15.
윤동주 . 별헤는 밤 윤동주 별헤는밤 시 . 윤동주 낭송 . 이종환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 2022. 9. 10.
조병화 .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낭송 . 이종환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 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 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2022. 9. 9.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시낭송 : 이종환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씨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 2022. 9. 8.
조사익 . 꽃무덤에 눕는 날까지 꽃무덤에 눕는 날까지 趙司翼 詩朗誦 : 전향미 달빛에 젖은 술잔의 술을 마시면 어떤 감정이 나를 힘들게 할까 손 끝에서 솟아오르는 구상을 고독의 잔에 그려 넣으면서 생리적으로 힘든 고독을 생각한다 한 장의 캔바스에 그려지는 그림처럼 소리를 잃어버리고 망가진 것과 사라져 버린 것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인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내 스스로 생각했던 모든 것들과의 한계를 넘은 대신에 마음을 잃어버렸다 고독을 사랑하는 당신과 고독을 무서워하는 나 변화를 싫어 했던 당신과 변화를 즐기면서 살아온 나 우리는 철저하리만큼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일관된 자기그림을 그려왔지 영혼이 꽃무덤으로 장식되는 그날까지 이미 늦어버린 사랑을 힘들어하면서 편집등록 신유라 제목 2022. 9. 7.
김재진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시 . 김재진 낭송.오미희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2022. 9. 6.
유안진 .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詩(유안진) 朗誦(오미희)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엔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던 사람아 때 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편집등록 신유라 2022.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