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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송시 . 영상시

윤동주 . 별헤는 밤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9. 10.

 

윤동주 별헤는밤
시 . 윤동주

낭송 . 이종환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BGM - Wagner O du mein holder  abendstern form opera "Tannhaeuser"

   편집등록    성우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