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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고 싶다 꽃이 되고 싶다 趙司翼 기울어가는 햇살 멀리 노을 익어 가고물색 하늘 너울대는 들판 멀리풀숲 우거진 언덕까지 억새 무성한데그동안을 사는 동안 나는 무엇을 남기며 살아왔을까그저 바라보면서 참고 견디기엔슬퍼 오면서 떨린 가슴만 절름거리고옆구리를 툭툭 무언가가!그것은 들길을 하염없는 내 모습이었고풀벌레 울음 같은 저녁 들판에서무게를 더하며 어두워 가는달맞이꽃 외롭고 쓸쓸하고보고 있자니 눈시울이 붉게 젖어나도 너처럼 밤을 기다리는 꽃이 된다가물가물 나뭇잎들이풍선처럼 그런 계절이라 더욱 그렇다 2020.10.08 - 長岡京(나가오카교)  제목 2024. 9. 22.
로렌초 메디치. 소네트(1) 로렌초 메디치. 소네트(1)나는 계곡물 흐르는 시냇가에서 한 여인을 보았다 처녀들 웃음소리와 푸른 가지가 휘감기는 곳 그 원초적이고 열정적인 표정을 지닌 나는 그처럼 부드럽고 친절한 그녀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잠시 동안 갈등만으로도 만족해야 했고 잠시였지만 내 슬픈 영혼의 위안을 받았다 아, 그 순간은 지나가고 없으나 더욱 커지기만 한 고통과 슬픔 좀 더 이른 시간 서쪽으로 지는 해를 보면서 난생처음 이렇게도 비참해 있는 동안 나는 또 난생처음 짓눌린 행복을 마음에서 느꼈다 눈 깜짝할 순간 행복했던 순간은 지나가는데 그 행복했던 기억은 왜 그리도 오래가는지 Lorenzo Medici   by   Sonetto(I)I SAW my Lady by a purling brook With laughing mai.. 2024. 9. 16.
추석.안전하고 건강하게! 제목 2024. 9. 15.
알면서도 때로는 알면서도 때로는趙司翼 흐릿하고 황량한 도시를 떠나 와도 서러운 모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낭만 하염없이 살겠노라 그러했던 내가 지는 꽃잎처럼 그저 남일 같고 까닭 모르겠다 이를테면 죽음을 목전에서   순간까지 차디찬 몸짓으로 그게 내 모습일지 모른다 몸을 뜨겁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계 소리 스러히듯 울렁이는 거친 호흡 잠든 밤처럼 조용해질 날은 숙제처럼 남겨 두고 고갈된 마음 몸부림을 쳐서라도 부끄러울 것 하나 없는 별 같은 밤이 되자 다행이도 삶이 밤 늦도록 별 내리는  그 자락에 젖어 날 때 모습으로 쓰러지고 싶은 밤이니 2021.9.23 -  京都 木津川(가즈가와)에서  제목 2024. 9. 9.
최돈선 . 겨울나무 그림자 최돈선   .  겨울나무 그림자 거기, 누가 아직도 남아있을 것만 같다 바람이 햇빛을 몰고 간 자리 햇빛의 상처만 거뭇거뭇 그을어 남은 자리 아직도 이야기할 무엇이 있기에 기다림에 지친, 목이 긴 사람들의 얼굴이 돌아앉아 조용조용 웅얼거리고 있을 것만 같다 타버린 실핏줄처럼 땅 위에 누운 채 왠지 거기 오래도록 잊혀진 나뭇잎의 그리움들이 흔들리고 있을 것만 같다 The Winter Tree’s Shadow by Choi Don-sun There, someone still appears to stay. The site where the wind has driven away the sun, the site where only the blackishly tanned scars of the sun remain,.. 2024. 9. 9.
남원산성 선국사 남원산성 선국사 趙司翼 귓가로 깊어지는 바람에서 세월을 듣는 동안 올 때마다 그때가 그리워 차마 그리운 곳 천년 고찰 선국사(善國寺)는 연화문향 빛바랜 화관을 노을에 물들이고 그냥 호국 도량 대웅전을 자기 욕설처럼 기대 울던 중생들이 머물다 간 흔적 남지 않게 지워지라고 비가 내린다 만리장성 작은 모습처럼 성곽 축성된 둘레 돌 채송화가 화석으로 피어 갈변된 세월 속을 부도탑 저토록 흐릿한데 여래좌상 자태가 곱게도 아름답고 느릿느릿 그 미소가 꽃잎처럼 향기로이그림자 깊어 오는 절간 노을을 등에 지고 또 하루가 쓸쓸하게 어두워간다 불경소리 열린 길로 멀던 밤이 돌아온다2024. 08. 25 남원 교룡산성 내에 있는 선국사는 1340년 전인 685년(신문왕 5)에 창건되었으며 교룡산 허리둘레를 쌓은 3,120.. 2024. 9. 2.
에게해의 밤 에게해의 밤 趙司翼 저 바다 물빛 같은 별이 정수리로밤의 여신 닉스의 축복이라 한들 여관집 남색 창문 어둠 깊어지면서 야심할수록 발길 뜸한 거리의 불빛만 거세어 오고 사람 그리운 정을 이기지 못해 이럴 땐 차라리 윤곽뿐인 일상이 되자 오늘도 세상 물정이  이별하고 죽어 가고  나 혼자인 것을 알게 되면서 드러난 고독의 무게를 억제할 수가 없어 얼굴에 쌓인 눈물 털어 내봐도 홀로 숙연한 시간을 빗물처럼그 이상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거무스레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말고,일주일을 함께 했던 어부 Yannis Moralis 씨는 코로나로 2021년 3월 19일 아테네 리모스텐 병원에서 사망하였다는 메일을 아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제목 2024. 8. 29.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 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아아, 아직 처녀인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그러나 지금 우리는불로 만나려 한다.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저 불 지난 뒤에흐르는 물로 만나자.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올 때는 인적 그친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If We Could Meet in Water  by  Kang Eun kyo If we could become water and meet Wouldn’t any family of d.. 2024. 8. 27.
페닌 알프스에서 페닌 알프스에서趙司翼 유령들 포옹 속에 피를 나누며 내 영혼을 살해하고 땅 속 깊이 봉인한 밤이었다 스치듯 새벽 별 마주치는 순간 도망하듯 상처뿐인 밤이 귓전에서 멀어져 간다 땀내 흥건했던 밤을 머리맡에 내어 놓고 심장 뿌리 깊은 피의 범벅에서 어둠 뒤에 숨은 새벽이 보이는 순간 악몽으로 떨었던 밤 마지막 물결이 가고 산 여우 밤새 울던 텐트 밖 보라 빛 라벤더 향이 안갯속을 바람처럼 날아간다 선돌인지 묘비석인지 주변 공기가 희소하며 삭막해진다 잠자리는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군 산악대대의 매몰지였다 표지판이 4군데나 있었어도 날 어두워 접근금지 표식을 보지 못하고 수만 유골 무덤에서 악몽의 밤을2017년 3월 18일 야영지였던 몽블랑 드 셰이론(Mont Blanc de Cheilon)은 스위스 발레 .. 2024. 8. 25.
곽재구 . 은행나무 곽재구 . 은행나무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 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대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2024. 8. 23.
린든나무 산책로 린든나무 산책로趙司翼 일던 바람 못 견디게 꿈틀거리기도 하는 린든나무 줄지어 선 릴케의 산책로 무한 고독을 인지하는 순간 꽃향기 우거진 무덤 터를 목전에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고 세월 거슬러 시인의 구체(具體)가 숨결처럼 울렁인다 어렴풋이 그 세월을 짐작하는 동안 바람에 우는 잎들 슬픔도 슬픔이지만 나 지금을 어떻게 뉘우쳐야 할까 그도 나처럼 천상을 생각하며 울었던 적 있었는지! 달 밝고 별 빛나는 어느 날 밤남은 세월 그 완성을 빌던 기도를 내려놓고 별이라 불리는 느낌을 찾아 푸르고 늘 푸른 세상으로 가야지 2016.08.27  -  Switzerland Beiras Muzot에서  제목 2024. 8. 19.
척 그래슬리 . 뉴욕의 새벽 척 그래슬리 . 뉴욕의 새벽 하늘 낮은 고요한 언덕 너머로 맨해튼 지붕과 첨탑과 우울한 돔이 온다 내 영혼이 그 영혼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거대한 도시는 잠들었고 밀고 밀리는 군중도 없고, 쿵쿵거리는 발걸음도 없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몇 대의 차가 삐걱 거리며  이상하게 유령 같은 짐을 싣고 지나간다 화려한 밤의 여자들과 남자들 그들의 눈은 와인에 젖어 취해 있고 흐트러진 옷 불타는 전등 아래 괴이한 광경 그림자가 사라지고 새벽이 눈뜨는 뉴욕 Dawn In New York   by   Chuck Grassley Out of the low still skies, over the hills, Manhattan's roofs and spires and cheerless domes My spirit to its .. 2024.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