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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구름처럼 방황을 했다 떠도는 구름처럼 방황을 했다趙司翼숨어 지낸 세월이 너무 길었던 걸까침묵으로 봉인된 입술은 미소를 모르겠고뜸뜸이 전봇대가 서 있는철길 쓸쓸한 간이역으로 몰려드는 밤길 건너 철강 공장 사내들이 무너지면서곤한 몰골을 술집 평상 위에 펼쳐 놓고취한 밤을 모습들이 둘러앉아부어라 마셔라 술잔이 도리뱅뱅을 한다더러는 가고, 더러는 남고,둘러앉은 사람들 틈에서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나는 방황을 했다먼 하늘에서 길섶 위에 내린 별처럼그런 아이들 모습이 생각나고또 아이들처럼 웃는 세상이 보고 싶다2020.10.29   이별노래(한상훈색소폰) 2024. 7. 3.
안주철 . 은빛 송사리 안주철  .  은빛 송사리 그런 저녁이 있는 거야 저무는 해가 낮은 골짜기에서 보이지 않지만 노을을 떠올리면서 울어야 하는 흐린 저녁이 있는 거야 좁아진 개울에서 찬바람이 한 마리씩 방죽으로 기어올라오고 송사리 떼가 은빛 배를 번갈아 뒤집으면 밤이 되는 거지 옅은 어둠을 한 번씩 튕기는 소리랄까? 귀를 기울이면 노을 지는 소리를 들으려고 나는 지금 울고 있는 걸까? 그만 살자 이 말을 믿지 않지만 그만 살자 우리 이제 잘살자는 말로는 버틸 수 없는 때가 왔는지 모르지만 송사리 떼가 은빛 배를 뒤집으면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어 어둠이 길고 긴 한 마리가 되기 전에  김필.청춘 2024. 7. 2.
시화집 (열도에 내리는 비) 삽화 모음 列島에 내리는 비 (一)열도에서 분주한 세상을 실어 나르는 철길 위에남쪽 끝에서 밤 내내 눈 비비며달려온 새벽안개가 또 어떤 창백한 얼굴을 동경에서 그릴 것인가서울이나 동경이나 그 누가 우리 가슴에송곳 날보다 살벌한 칼을 들이대고두 얼굴에 흉터를 남기려 하는가혼자일 때는 고이 시를 쓰다가도둘일 땐 다시 뭉쳐서 서울에 대고 천 년 원수보다 혹독한핏발 서린 앙갚음을 해대는 이들이여동해를 넘나드는 바람 길 따라하룻밤만 자고 나면 서울 거리는 열도를 닮았는데동경도 서울처럼 거리인 채 모습대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명동이 시부야이고 부산이 나고야이듯닮아버린 문화 행렬은 밤낮 모르고 넘나드는데모퉁이 가게일지라도 진열대에 앉지도 못하고거리로 내몰린 Made in Korea나마저도 국제도시라고 불렀던 동경,국제인 같은.. 2024. 6. 30.
랭스턴 휴즈 . 꿈 꿈 .  랭스턴 휴즈 꿈을 굳게 붙잡으세요 꿈이 죽으면 인생은 날개 부러진 새에 불과합니다 꿈을 단단히 붙잡으세요 꿈이 사라지면 인생은 눈으로 뒤덮인 황량한 들판에 불과합니다 Dreams  By Langston Hughes Hold fast to dreams For if dreams die Life is a broken-winged bird That cannot fly Hold fast to dreams For when dreams go Life is a barren field Frozen with snow '제임스 머서 랭스턴 휴즈'는 1901년 2월 1일 미국 미주리주에서 출생하여 1967년 5월 22일 66세에 사망하였다 컬럼비아대학교와 링컨대학교 ( BA ) 출신의 시인, 사회 운동가, 소설가, .. 2024. 6. 27.
노래의 날개를 타고 노래의 날개를 타고趙司翼감정 표현이 추상적일지라도비둘기 구구구, 평화의 전령처럼 그러한 내가 되고 싶다어두운 세상 작은 빛을 느껴서라도오동나무 향이 배인 바구니에주섬주섬 이슬처럼 꽃 같은 꿈을 담아야겠다잔잔하게 아롱진 날이다가도까만 밤처럼 어둠을 흔들면서바람 불고 파도치는 삶의 굴곡이때도 없이 찾아드는 깜깜한 절벽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분별 모르고 산다는 것은몸 따로 마음 따로 나와 내가 겉도는 일별 푸른 밤을 누워서 보는 이러한 때유쾌하게 불러 보고 싶던 노래저 먼 별로 노래의 날개를 타고 2017.10.24 - in Paris, Musée d'Orsay에서  제목 2024. 6. 26.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趙司翼 抒情도 아니면서 浪漫도 아니면서어쩌자고 살아온 세월 슬픈 흔적이안개 자욱한 벳푸의 저녁 들판을 말없이 간다풀 냄새 가득 십자가 외로운 성당에서전후 맥락도 없이 손 모으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그토록 단단했던 내가침묵은 많아지는데 말수는 줄어들고그 많던 사랑의 말도 훌훌 떨린 채나 스스로를 뭉개버린 고통이독살처럼 원주(原株)로 남아가슴을 움켜쥐고 숨이 막힐 때마다살면서 그래도 참아내던 인내가버럭버럭 불길처럼 솟아오르고노을빛 뉘엿뉘엿 해당화 핀 시골인데도못내 안타까운 눈물만 이러한 내가 된다 2021. 05.09  -  大分 別府(오이타  벳푸)에서  Sergei Trofanov-Djelem 2024. 6. 23.
고독에 대한 송가 고독에 대한 송가 趙司翼 서서히, 시나브로, 발끝까지 퍼지면서 아득히 먼 듯 한없는 어둠에서 나는 이윽고 고독한 나무가 된다 홀로 외로운데 빈 오케스트라가 울리는 스위스 바젤을 흐르는 라인강 무릎 부근에서 삶의 윤리를 고뇌하며 빗속 노을 같은 생의 한 자락을 계절처럼 내어 놓고 그렇게 머물다 간 프리드리히 니체, 칼 융, 칼 야스퍼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비롯 헤르만 헤세까지 시대를 살다 간 시인들 생애가 세월의 그림자를 마시며 또한 세월 따라 라인강을 흐르고 물 위를 아른아른 내 모습을 보면서 낯설고, 무색하고, 외로워서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스스로를 운다2017. Swiss Basel  제목 2024. 6. 14.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趙司翼 보편적 일상을 글로 함축하면서 가뜩이나 할 말도 많고, 쓸 말도 많고, 그 많게 보고 들은 것을 종이와 주고받는 동안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이면 더욱 그렇다 외롭기에 외로움을 적시하면서도 또 다른 무엇을 영원처럼 느끼는 동안 고독은 눈물이 되고 눈물은 또 다른 고독으로 허공을 흐르면 바람이 되고 계곡을 흐르면 물이 되고 세상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이치가 그러하듯이 모든 있어 왔던 사실을 정의하고 삶의 감정에 진실하고 싶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종이가 사람보다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2024.06.04   제목 2024. 6. 10.
여름날 푸른 비가 내린다 여름날 푸른 비가 내린다趙司翼 휘적휘적 어둠을 지우고 이슬을 털어 내고 먼 별에서 별로의 길섶을 지나 침묵 속에 여름날이 살랑살랑 푸른 비를 내린다 눈길만 더해도 꺼질 듯 적적한 황홀 나 지금 무심을 가장한 채 침착해 봐도 비처럼 쏟아지는 눈물 어찌할 수가 없고 노각나무 푸른 숲을 그저 보는 동안 소멸된 청춘의 고뇌가 일렁거리고 인생 의미가 역설적으로 자욱해 오는 순간 귓가를 희미하게 저 소리는 몸을 다해 깊은 밤이 푸른 비를 받아 내고 있다 도시의 불빛 자정으로 가는데 물빛 모래 언덕을 홀로 그렇게 호젓했다 2024.06.02 - 가고시마(鹿児島)에서 제목 2024. 6. 7.
주기도문 주기도문 (1662년 성공회 공동기도서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 오며 당신의 왕국이 임 하소서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한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우리를 악에서 구해 주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께 있사옵나이다 아멘 The Lord’s Prayer (Taken from the Anglican Book of Common Prayer, 1662)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hallowed be thy name. Thy kingdom come. Thy will be done on earth as it .. 2024. 6. 6.
끝내 슬픈 여행이 된다 끝내 슬픈 여행이 된다 趙司翼울타리 너머 쌓인 세월을 바라보는 동안 굳게 닫힌 시선 허물어지면서 꿈인 듯 사실처럼 오랜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내 지쳐 울던 지난날은 어디쯤에 있을까 더부룩하게 늙어 가는 발자국을 뒤로하고 들장미 외롭게 핀 강변 따라 무심한 세월 홀로 중얼거리며 은둔(隱遁) 한 여행자는 끝내 눈물이 난다 빗방울에 시든 꽃이 고개를 들고 물결처럼 기폭을 흔든다 해도 언젠가는 창백한 공허 속에  메아리만 남기고 영혼의 행렬 따라 슬픈 여행자가 된다 비록 내가 하나님처럼 오래 살도록 선고를 받았다고 할지라도2018, 9, 12 - Trafalgar St. James London   제목 2024. 6. 3.
나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나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趙司翼갈 때마다 이끼를 더하며 슬픈 시간이 울고 있다 다테야마 성(立山城), 그늘진 곳 떼를 이룬 무연고 조선인 비석에는 돌채송화가 들국화처럼 피어 있다 벌떼처럼 보랏빛 백리향 꽃 널브러진 풀밭으로 이팝나무 꽃 비가 내리고 회갈색 목덜미를 한 방울새가 날아오른다 나 지금 열도에서 낯선 사람으로 내 눈에는 에덴동산이라고, 오늘도 억척스레 최면을 내 걸었는데 어제 같은 오늘 뿐으로 하는 짓이라니 조선인 피의 흔적을 지우고 충성 가득 일장기가 내걸릴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비 내리는 거리를 그냥 우두커니 1945 년, 거슬러 피의 역사만 거머쥐고2024.05.25 - 京都 立山 城에서  제목 2024.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