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에 대한 송가
趙司翼
서서히, 시나브로, 발끝까지 퍼지면서
아득히 먼 듯 한없는 어둠에서
나는 이윽고 고독한 나무가 된다
홀로 외로운데 빈 오케스트라가 울리는
스위스 바젤을 흐르는 라인강 무릎 부근에서
삶의 윤리를 고뇌하며
빗속 노을 같은 생의 한 자락을
계절처럼 내어 놓고 그렇게 머물다 간
프리드리히 니체, 칼 융, 칼 야스퍼스,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비롯 헤르만 헤세까지
시대를 살다 간 시인들 생애가
세월의 그림자를 마시며
또한 세월 따라 라인강을 흐르고
물 위를 아른아른 내 모습을 보면서
낯설고, 무색하고, 외로워서
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스스로를 운다
2017. Swiss B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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