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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4년24

남원산성 선국사 남원산성 선국사 趙司翼 귓가로 깊어지는 바람에서 세월을 듣는 동안 올 때마다 그때가 그리워 차마 그리운 곳 천년 고찰 선국사(善國寺)는 연화문향 빛바랜 화관을 노을에 물들이고 그냥 호국 도량 대웅전을 자기 욕설처럼 기대 울던 중생들이 머물다 간 흔적 남지 않게 지워지라고 비가 내린다 만리장성 작은 모습처럼 성곽 축성된 둘레 돌 채송화가 화석으로 피어 갈변된 세월 속을 부도탑 저토록 흐릿한데 여래좌상 자태가 곱게도 아름답고 느릿느릿 그 미소가 꽃잎처럼 향기로이그림자 깊어 오는 절간 노을을 등에 지고 또 하루가 쓸쓸하게 어두워간다 불경소리 열린 길로 멀던 밤이 돌아온다2024. 08. 25 남원 교룡산성 내에 있는 선국사는 1340년 전인 685년(신문왕 5)에 창건되었으며 교룡산 허리둘레를 쌓은 3,120.. 2024. 9. 2.
여의도를 지나 청계천에 이르기까지 여의도를 지나 청계천에 이르기까지趙司翼 https://blog.kakaocdn.net/dn/dL0ZpH/btrIpF1efuR/Y0TwsIIH8WBCzJI2fpcfLK/%EC%95%8C%EB%9D%BC%EB%AA%A8%28Alamo%29.mp3?attach=1&knm=tfile.mp3" autoplay="autoplay" loop="loop"> 제목 https://blog.kakaocdn.net/dn/dL0ZpH/btrIpF1efuR/Y0TwsIIH8WBCzJI2fpcfLK/%EC%95%8C%EB%9D%BC%EB%AA%A8%28Alamo%29.mp3?attach=1&knm=tfile.mp3" autoplay="autoplay" loop="loop"> 제목 그것들이 점령한 서점가(書店街)는기억하는 추억.. 2024. 7. 21.
어느 날 해 질 무렵 어느 날 해 질 무렵 趙司翼 푸른 바람이 들녘을 강물처럼 뒤덮어 오고 모래 위를 지긋이 뒤척이며 몸을 적시는 나는 외로운 존재가 된다 열린 노을 풍경 속을 삐딱하게 이러한 내가 모순인 줄 알면서도 어두워가는 하늘 캔버스에 삶의 흔적을 못질하면서 해 저문 야영지에서 물밖으로 튀어 오른 힘겨웠던 시간들이 몸통을 술독처럼 뒤뒤 감아도 단 한 번도 그 세월을 미워한 적 없었다 고단했던 하루가 잠기는 강변에서 사는 이야기가 무엇이든 혈관 뜨겁게 뛰는 삼장이면 된다 해질 무렵 산에서 부는 바람이 곱다 2024.07.15 - 여주 신륵사 인근에서  제목 2024. 7. 18.
떨어진 꽃잎 떨어진 꽃잎 趙司翼 풍경 흐린 날 지는 꽃들로 괜한 눈물이 흐르고 이별의 찬가 부르며 쓸쓸한 노을이 뚝뚝 그렇게 진다 제각각 사연 바람에 날리는 언덕에서 여름을 매미처럼 그냥 지켜보는 동안 언덕 너머 밀려드는 황혼에 젖어 꽃무리 눈물 자국 어두워오는데 곤한 사람 울며 가는 황혼이 구성지게 슬프다 그 장면이 무엇이든 하루는 그냥 세월처럼 지나간다2024.07.12  (세월) 2024. 7. 13.
칠월이 지나가는 동안 칠월이 지나가는 동안趙司翼 한 낯을 타는 듯한 냄새가 지나간다 그것은 바람 없는 침묵 속에 계절 익어 가는 소리가 그랬었다 황무지처럼 주변이 외로워 오고 해 지면서 매미처럼 진동하는 고독 속에 이 모든 그리움을 다 어쩌지! 싸리 울타리 이글거리는 나팔꽃 속살 터지듯 운명이라 할지라도 끊어 낼 수도 없고 물결 깊은 곳으로 기어가는 푸른 밤그 뒷모습을 보면서 내 고질적인 텅 빈 허무를 본다 별 무한한 언덕에서 그냥 칠월을 붙들고 담담하게 우는 일이다2024.07.10 해바라기 OST 2024. 7. 11.
시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시를 말하는 사람이라면趙司翼흡사 달빛 비 오듯 쏟아지는 밤일종의 문 밖 세상이 반쯤 완성된 문장처럼시의 운율이 행간(行間) 대열을 이루고푸르다 깊어진 하늘 그 밤을 떠가는 별을 보면서쓰다 지우기를 하고 또 쓰고일 년 전 다른 나라에서 쓰다 만암흑의 별들 아스테르 이야기까지글로 깎아 만든 연(聯)과 행(行),고독을 살다 간 시인들 슬픈 이야기만 아니라면어느 날이 눈물처럼 쓸쓸한 밤누군가 시를 말하는 사람과 모여알고 싶다수 많게 내 인생 슬픈 서사(敍事)를  2024.07.03 - 신동엽 시인 문학관에서  제목 2024. 7. 7.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趙司翼 보편적 일상을 글로 함축하면서 가뜩이나 할 말도 많고, 쓸 말도 많고, 그 많게 보고 들은 것을 종이와 주고받는 동안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이면 더욱 그렇다 외롭기에 외로움을 적시하면서도 또 다른 무엇을 영원처럼 느끼는 동안 고독은 눈물이 되고 눈물은 또 다른 고독으로 허공을 흐르면 바람이 되고 계곡을 흐르면 물이 되고 세상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이치가 그러하듯이 모든 있어 왔던 사실을 정의하고 삶의 감정에 진실하고 싶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종이가 사람보다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2024.06.04   제목 2024. 6. 10.
여름날 푸른 비가 내린다 여름날 푸른 비가 내린다趙司翼 휘적휘적 어둠을 지우고 이슬을 털어 내고 먼 별에서 별로의 길섶을 지나 침묵 속에 여름날이 살랑살랑 푸른 비를 내린다 눈길만 더해도 꺼질 듯 적적한 황홀 나 지금 무심을 가장한 채 침착해 봐도 비처럼 쏟아지는 눈물 어찌할 수가 없고 노각나무 푸른 숲을 그저 보는 동안 소멸된 청춘의 고뇌가 일렁거리고 인생 의미가 역설적으로 자욱해 오는 순간 귓가를 희미하게 저 소리는 몸을 다해 깊은 밤이 푸른 비를 받아 내고 있다 도시의 불빛 자정으로 가는데 물빛 모래 언덕을 홀로 그렇게 호젓했다 2024.06.02 - 가고시마(鹿児島)에서 제목 2024. 6. 7.
나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나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趙司翼갈 때마다 이끼를 더하며 슬픈 시간이 울고 있다 다테야마 성(立山城), 그늘진 곳 떼를 이룬 무연고 조선인 비석에는 돌채송화가 들국화처럼 피어 있다 벌떼처럼 보랏빛 백리향 꽃 널브러진 풀밭으로 이팝나무 꽃 비가 내리고 회갈색 목덜미를 한 방울새가 날아오른다 나 지금 열도에서 낯선 사람으로 내 눈에는 에덴동산이라고, 오늘도 억척스레 최면을 내 걸었는데 어제 같은 오늘 뿐으로 하는 짓이라니 조선인 피의 흔적을 지우고 충성 가득 일장기가 내걸릴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비 내리는 거리를 그냥 우두커니 1945 년, 거슬러 피의 역사만 거머쥐고2024.05.25 - 京都 立山 城에서  제목 2024. 5. 31.
너와 나는 슬픈 동무였다 너와 나는 슬픈 동무였다 趙司翼 잘 있었느냐고, 잠시 물결과 인사하는 동안 숲처럼 고요했던 바다가 흔들리면서 비명 속에 십 년 세월이 되살아 나고 덥석 다가와 나를 반기는 친구 마음은 아니었는지 닫힌 문이 열리 듯 안개 걷히면서 내가 서 있는 항구의 해안으로 푸른 파도가 울음 울며 격한 몸부림을 한다 뒤틀리고 움틀대는 해안선을 보면서 내게로 오는 친구 몸부림일까 싶어  몸을 굽혀 바닷물에 얼굴을 묻어 봐도 기억에 있는 실루엣만 물결 위를 일렁인다 어둡고 별이 빛나는 밤처럼 슬픈 환상이 눈물지며 낭송을 한다  친구가 내 곁을 떠난 지도 10년 세월이 흘렀다 계절 푸르고 싱그럽게 익어 가던 어느 날 열도의 남쪽 바다 나가사키에서 친구와 나의 동행은 멈췄다 각기 다른 세상 살면서 친구 그리울 때면 찾는 바닷가.. 2024. 5. 10.
하얀 찔레꽃 하얀 찔레꽃 趙司翼 이별하면서 흘린 눈물이라면 저런 모습일까바람 불고 비가 내리고울타리진 싸리나무 겨드랑이 사이에서쓸쓸한 밤을 찔레꽃들은 몹시도 울었었나 보다빗물에 뚝뚝 흰 꽃잎이 핏자국처럼소복을 하고 눈물짓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이 모든 슬픔 어루만지는 일은모름지기 시인의 몫이 된다강물 위로 별빛 푸르게 흐르던 밤눈부시게 은혜로운 달빛 아래찔레꽃 너는 그렇게 피어난 꽃이었고,오월에 핀 장미보다고귀하고 우월하고 화사했다고,세상에서 그 말만 빌리기로 했다느닷없이 찾아온 슬픔 모두 지우며.  2024.05.03 - 京都 今出川 작업실에서 떨어진 하얀 꽃잎들이 비에 젖어 나뒹구는 처절함   제목 2024. 5. 5.
4월을 말하며 4월을 말하며 趙司翼 물빛 푸르게 뿌리내릴 무렵이라 그랬을까 어둠을 등지고 순식간에 하늘이 열리고 그 모습에 놀란 내가 털린 영혼처럼 멍하니 그러는 동안 뜰에 쌓인 라일락 꽃향기가 나비처럼 날며 풍기는 허공에서 또한 5월이 푸르게 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구부정한 몸통 살구나무에서 재잘재잘 새들은 꽃을 피워 날리고 몰래 모르게, 알지 못하게몸을 구부렸던 것일까 보이지 않던 4월 이야기가 푸르게 모습을 하고  개울물 흐르는 실개천으로 온다2024.04.12 갤러리 ▶ https://ykcho.ivyro.net/Gallery/001.html 제목 2024.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