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해 질 무렵
趙司翼
푸른 바람이 들녘을 강물처럼 뒤덮어 오고
모래 위를 지긋이 뒤척이며
몸을 적시는 나는 외로운 존재가 된다
열린 노을 풍경 속을 삐딱하게
이러한 내가 모순인 줄 알면서도
어두워가는 하늘 캔버스에 삶의 흔적을 못질하면서
해 저문 야영지에서
물밖으로 튀어 오른 힘겨웠던 시간들이
몸통을 술독처럼 뒤뒤 감아도
단 한 번도 그 세월을 미워한 적 없었다
고단했던 하루가 잠기는 강변에서
사는 이야기가 무엇이든
혈관 뜨겁게 뛰는 삼장이면 된다
해질 무렵 산에서 부는 바람이 곱다
2024.07.15 - 여주 신륵사 인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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