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趙司翼
갈 때마다 이끼를 더하며 슬픈 시간이 울고 있다
다테야마 성(立山城), 그늘진 곳
떼를 이룬 무연고 조선인 비석에는
돌채송화가 들국화처럼 피어 있다
벌떼처럼 보랏빛 백리향 꽃 널브러진 풀밭으로
이팝나무 꽃 비가 내리고
회갈색 목덜미를 한 방울새가 날아오른다
나 지금 열도에서 낯선 사람으로
내 눈에는 에덴동산이라고,
오늘도 억척스레 최면을 내 걸었는데
어제 같은 오늘 뿐으로 하는 짓이라니
조선인 피의 흔적을 지우고
충성 가득 일장기가 내걸릴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비 내리는 거리를 그냥 우두커니
1945 년, 거슬러 피의 역사만 거머쥐고
2024.05.25 - 京都 立山 城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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