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文學 . 2024년

나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4. 5. 31.

 

나는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趙司翼

갈 때마다 이끼를 더하며 슬픈 시간이 울고 있다
다테야마 성(立山城), 그늘진 곳
떼를 이룬 무연고 조선인 비석에는
돌채송화가 들국화처럼 피어 있다
벌떼처럼 보랏빛 백리향 꽃 널브러진 풀밭으로
이팝나무 꽃 비가 내리고
회갈색 목덜미를 한 방울새가 날아오른다
나 지금 열도에서 낯선 사람으로
내 눈에는 에덴동산이라고,
오늘도 억척스레 최면을 내 걸었는데
어제 같은 오늘 뿐으로 하는 짓이라니
조선인 피의 흔적을 지우고
충성 가득 일장기가 내걸릴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비 내리는 거리를 그냥 우두커니
1945 년, 거슬러 피의 역사만 거머쥐고

2024.05.25 - 京都 立山 城에서

 

'■ 詩文學 . 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월이 지나가는 동안  (76) 2024.07.11
시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60) 2024.07.07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60) 2024.06.10
여름날 푸른 비가 내린다  (36) 2024.06.07
너와 나는 슬픈 동무였다  (54) 2024.05.10
하얀 찔레꽃  (63) 2024.05.05
4월을 말하며  (75) 2024.04.16
사월의 노래  (54) 202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