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文學 . 2024년25 4월을 말하며 4월을 말하며 趙司翼 물빛 푸르게 뿌리내릴 무렵이라 그랬을까 어둠을 등지고 순식간에 하늘이 열리고 그 모습에 놀란 내가 털린 영혼처럼 멍하니 그러는 동안 뜰에 쌓인 라일락 꽃향기가 나비처럼 날며 풍기는 허공에서 또한 5월이 푸르게 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구부정한 몸통 살구나무에서 재잘재잘 새들은 꽃을 피워 날리고 몰래 모르게, 알지 못하게몸을 구부렸던 것일까 보이지 않던 4월 이야기가 푸르게 모습을 하고 개울물 흐르는 실개천으로 온다2024.04.12 갤러리 ▶ https://ykcho.ivyro.net/Gallery/001.html 제목 2024. 4. 16. 사월의 노래 사월의 노래 趙司翼 라일락 향기로운 센트럴파크의 봄날굳어있던 절벽이 녹아흐르고 부옇게 안개가 아지랑이를 그린 듯 온통 뒹굴어져 네온처럼 반짝이고 짐을 부리듯 던져진 섬광 같은 봄 햇살에 눈이 부시다 어떤 세월이 그랬던 것처럼 달아오른 햇살이 담자락에 드리울 때면 호숫가 주변 낮은 울타리 개나리와 둘레길 수선화 꽃이 시들어 가고 향기 흠뻑 절정의 날이 오면 꽃과의 이별이 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꽃이 날리는 지점에 시선을 묶고 텅 빈 여백을 만지작거리며 이토록 외롭고 슬플 줄이야 잎 푸른 5월이 무성해 올 때까지 4월의 밤을 뜨거운 숨결로 태우게 될 줄을 나는 미처 몰랐다2024.04.02 - 센트럴파크에서 제목 2024. 4. 9. 봄에는 슬픈 이별이 있다 봄에는 슬픈 이별이 있다趙司翼잠든 밤을 소리 없이 대지가 열리고 먼동에 밀린 어둠이 허공에 얼굴을 묻고 몸을 숨긴다 흰 서리 새벽 아침 해 굵어지면서 잎에 내린 밤샘 서리가 뚝뚝 녹아 흐르고 흙냄새 짙게 서린 매화나무 가지마다 흰꽃들이 악보처럼 널려 있고 눈발처럼 휘날린다 생기 가득 남촌 따라 찾아온 봄 꽃향기 환희로운 지금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멈춘 영역이 아니고 서야 그렇게 또 떠나고 보내야 하는 꽃잎 노을빛으로 익어갈 즈음이면 봄과 이별로 울어야 하는 슬픔이 있다 밭고랑을 고개 숙인 갈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어느 날이면 그럴 것이다2024.03.15 - New York Pelham Bay Park에서 제목 2024. 3. 17. 살며 사는 날까지 살며 사는 날까지 趙司翼 속삭이는 비밀처럼 어떤 날이 그러한 날 간직했던 사랑의 말도 서럽도록 낯설게 느껴지면서 이럴 때는 설명 안 되는 앞날 모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미래를 짐작하지 않았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마지막 무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에도 운율 없고 선율 없는 삶의 이야기만 아니면 된다 물결치는 모래 해변 자두 빛 노을이 포근히 나를 감싸 안고 숨 막힐 지경이면 된다 풀 꽃 우거진 잔디밭에서 온갖 추억을 호흡하고 노래 부르며 삶의 후렴구가 사라질 때까지 능청이는 실버들 그 유연한 애무처럼 아름답게 부드러운 손짓이면 된다 * 2024.03.08일 아침 9시 집을 출발하여 오후 3시쯤 "에드윈 마크햄 (Edwin Markham)" 묘소에 도착하였다 눈발이 날리고 차가운.. 2024. 3. 10. 가난이 몸이 되어 버린 사람들 가난이 몸이 되어 버린 사람들 趙司翼 배회하듯 꾸물대며 깊어 가는 뉴욕의 밤빌딩들이 목각인형 모습을 하고 본능 어긋난 상처뿐인 세상을 뒤척인다버려진 세월처럼 그런 골목우울한 시간을 지친 얼굴들끼리 둘러앉아허기진 술잔 오고 가는데가난이 몸으로 굳어 버린 저들 운명을그저 바라만 보면서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시리도록 찬 가슴이라도 부둥켜안고어둠을 태우는 한 점의 촛불을 켜고 싶다 홀로 들 저런 슬픔울어줄 수도 없고눈 내리는 거리는 텅 빈 모습뿐이다 2024.02.29 - Central Park 제목 2024. 3. 1. 산다는 게 무엇인지 산다는 게 무엇인지 趙司翼 웅성웅성 봄 햇살이 길거리에 내리면서 얼어 있던 서리가 뚝뚝 녹아흐르고 콘크리트 길바닥을 겨울 끝 자락이 알몸으로 누워 있다 월가의 이러한 표정,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세월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단한 사람들은 사람들끼리 오늘따라 꽃샘바람이 차다고, 시간이 왁자지껄 삐걱이는 도시에서 맨해튼을 비벼대는 몸살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도란도란 깃든 봄날을 웅크리고 두런거리는 사람들 한숨소리 자주 있어도 희망이랄지! 행복이랄지! 지나가는 말이라도 그런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허기진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슬픈 인생 진원지가 여기였던 것이다 2024.02.24 - Manhattan, New York에서 제목 2024. 2. 27.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趙司翼 황무지를 제동 풀린 말 떼가 질주하듯 짓누르고 가마우지처럼 검은 비명소리가 계절 사이를 울부짖고 찰스타운(Charlestown) 거리의 꽃밭에는 밤샘 폭설에 찢기고 패인 피의 얼룩이 어스름을 울고 있다 또 한 세월 겨울 가고 봄이 오고 작별 인사를 이루면서도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꽃샘추위는 찾아오고 순탄한 계절은 한 번도 없었다 길거리를 꽃들의 상처 입은 옷자락이 떠다니고 그걸 보면서 슬픈 밤 술집에서 아직도 혼수상태에 있는 일시성 야생화를 비롯 데이지꽃 수선화에게 물었다 별 푸른 밤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가지뿐이라서 밋밋한 말채나무 거리에는 하얀 침묵 속에 저녁 안개 자욱한데 싸락싸락 눈 내리는 거리에서 바람에 쫒겨 날리듯 겨울이 가고 있었다 2024.02.25 - Charl.. 2024. 2. 25. 空港의 獨白 空港의 獨白 趙司翼 마음 단정하게 몸을 가꾸고 행동 올바르게 밥상머리 그 여유마저 내게 주어진 시간은 아니었고 부모 말씀 따라가기 힘들어 사춘기를 울던 날 많았다 이러한 모든 사라지고 공항터미널에서, 전절에서, 찻집에서, 또 어딘가에서 수치심과 미덕에 대한 감각은 오래전 일로 볼썽사나운 영토가 되어 버리고 삶의 본질과 상충되는 비애가 나는 오늘도 몹시 슬펐다 우리(꼰대) 몫은 죽어야만 하고 그들(엠지) 몫은 신성시하는 요즘 살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보이지 않는 금을 그으며 산다는 것, 족히 개탄하고도 남을 일인데 그래도 안도하면서 살고 있는 내가 두렵다 겨울 정거장에 홀로 서서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 모습 애연했어도 휘적이며 눈 내리는 그 세월이 그리워, 차마 그리워 2024.02.21 - 인천공항에서.. 2024. 2. 21. 기다렸던 봄은 없고 기다렸던 봄은 없고 趙司翼 강화들 먼동 멀겋게 햇살 차 오르는 아침나절 입춘 날 찾아온 봄이 서리 솟은 풀밭에서 알몸으로 떨고 있다 절기로 봐서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었는데 매화나무 여린 꽃가지에 잔설 희끗희끗 보기가 안타깝고 간 밤 나의 모진 애원에도 기다렸던 봄은 없고 주춤거리는 겨울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 봄과 겨울, 겹친 틈을 또 한 계절이 삐걱 거리는 동안 애꿎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들녘에서, 방천에서, 산허리 늘어선 봄기운이 그렇다 이런 날은 아무 때나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02.10 - 설날 마니산 가는 동안 제목 2024. 2. 17. 프라하에 있을 때 프라하에 있을 때 趙司翼 기억으론 몸짓 우아하게 들꽃향이 나고 시대의 모더니즘을 살던 여자 80년대 프라하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 인문학에 갇혀 살던 그 오랜 이야기와 저벅저벅 밤늦게까지 카를교 바닥 돌에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걸었다 연인들 혼잡한 다리 난간을 기대 서서 지금은 수많은 세월이 벽을 두른 옛일이라 할지라도 술 취한 추억이 잔을 들고 또 술을 마신다 보행로 끝 어두운 구석에서 내 그림자가 거리에 누워 있는 동안 한겨울은 자정을 껴안고 깊어 가는데 강물 기어가는 그 수평 위로 판철 조각처럼 연청색 물거품이 유등 되어 침묵을 나대는 밤 울프와 호흡하면서 찬 겨울 카를교에서 2023.11.24 - Czech Prague에서 제목 2024. 1. 30. 어둔 밤을 홀로 외로이 어둔 밤을 홀로 외로이 趙司翼 또 이렇게 흐르는 하루와 이별하면서 도나우 강 전망대 재즈바에서 보는 창밖 사람들 터벅터벅 즐겁게들 행복했는지! 흔들리는 불빛처럼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기쁘고 슬픈 일 모두 그렇듯이 세상 걱정 없어 보여도 가면 속에 비명을 감추고 눈물을 숨기고 평생을 업보(業報)로 이래도, 저래도, 나는 괜찮다 지나치게 현명하려고 발버둥만 아니면 된다 인생이 시련처럼 느껴질 때면 나를 둘러싼 세상 이치가 그런 거라고, 운명의 캔버스에 붓 칠 어루만지며 어두운 밤을 또 어두운 바에서 울림 외로운 쇼팽 녹턴을 청해 들으며 슬픈 도시 부다페스트를 호흡하고 있다 2023.11.23 - Hungary 제목 2024. 1. 17. 나는 어디 있을까 나는 어디 있을까 趙司翼 날리는 눈처럼 멈추지 않는 의문 부호를 네거리에 내어 놓고 지나가는 발자국에 귀 기울여 물어보았다 거리로 쏟아지는 여러 오열을 보면서 불꽃 튀는 세상 성자가 많을까? 죄인이 많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삶의 방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 것 같고 으르렁거린다고 해서 모두 잔인한 것도 아니고 관대하다고 모두가 정의로운 것도 아니었다 소수의 좋은 사람을 만나봐도 다수의 나쁜 사람을 만나 봐도 풀리지 않는 삶을 모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뭔가 실제적 진실을 알기 위해 옛 것을 들춰봐도 행복 곁엔 슬픔이 있고 웃음 곁엔 눈물이 있고 선 곁엔 악이 있다는 것 세상에는 두 부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2024.01.06 제목 2024. 1. 7.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