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봄은 없고
趙司翼
강화들 먼동 멀겋게 햇살 차 오르는 아침나절
입춘 날 찾아온 봄이
서리 솟은 풀밭에서 알몸으로 떨고 있다
절기로 봐서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었는데
매화나무 여린 꽃가지에 잔설 희끗희끗 보기가 안타깝고
간 밤 나의 모진 애원에도 기다렸던 봄은 없고
주춤거리는 겨울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
봄과 겨울, 겹친 틈을
또 한 계절이 삐걱 거리는 동안
애꿎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들녘에서, 방천에서,
산허리 늘어선 봄기운이 그렇다
이런 날은 아무 때나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02.10 - 설날 마니산 가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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