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 있을 때
趙司翼
기억으론 몸짓 우아하게 들꽃향이 나고
시대의 모더니즘을 살던 여자
80년대 프라하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
인문학에 갇혀 살던 그 오랜 이야기와
저벅저벅 밤늦게까지
카를교 바닥 돌에 수북이 쌓인 눈길을 걸었다
연인들 혼잡한 다리 난간을 기대 서서
지금은 수많은 세월이 벽을 두른 옛일이라 할지라도
술 취한 추억이 잔을 들고 또 술을 마신다
보행로 끝 어두운 구석에서
내 그림자가 거리에 누워 있는 동안
한겨울은 자정을 껴안고 깊어 가는데
강물 기어가는 그 수평 위로
판철 조각처럼 연청색 물거품이
유등 되어 침묵을 나대는 밤
울프와 호흡하면서 찬 겨울 카를교에서
2023.11.24 - Czech Prague에서
'■ 詩文學 . 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이 몸이 되어 버린 사람들 (85) | 2024.03.01 |
---|---|
산다는 게 무엇인지 (94) | 2024.02.27 |
봄이 오는 길목에서 (105) | 2024.02.25 |
空港의 獨白 (88) | 2024.02.21 |
기다렸던 봄은 없고 (82) | 2024.02.17 |
어둔 밤을 홀로 외로이 (95) | 2024.01.17 |
나는 어디 있을까 (78) | 2024.01.07 |
지리산 동백 숲에서 (81) | 2024.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