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文學 . 2024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4. 2. 25.

 

봄이 오는 길목에서

趙司翼

황무지를 제동 풀린 말 떼가 질주하듯 짓누르고
가마우지처럼 검은 비명소리가 계절 사이를 울부짖고
찰스타운(Charlestown) 거리의 꽃밭에는
밤샘 폭설에 찢기고 패인 피의 얼룩이 어스름을 울고 있다
또 한 세월 겨울 가고 봄이 오고
작별 인사를 이루면서도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꽃샘추위는 찾아오고 순탄한 계절은 한 번도 없었다

길거리를 꽃들의 상처 입은 옷자락이 떠다니고
그걸 보면서 슬픈 밤 술집에서
아직도 혼수상태에 있는
일시성 야생화를 비롯 데이지꽃 수선화에게 물었다
별 푸른 밤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가지뿐이라서 밋밋한 말채나무 거리에는
하얀 침묵 속에 저녁 안개 자욱한데
싸락싸락 눈 내리는 거리에서
바람에 쫒겨 날리듯 겨울이 가고 있었다

2024.02.25 - Charlestown, Boston에서

 

'■ 詩文學 . 2024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에는 슬픈 이별이 있다  (80) 2024.03.17
살며 사는 날까지  (102) 2024.03.10
가난이 몸이 되어 버린 사람들  (85) 2024.03.01
산다는 게 무엇인지  (94) 2024.02.27
空港의 獨白  (88) 2024.02.21
기다렸던 봄은 없고  (82) 2024.02.17
프라하에 있을 때  (107) 2024.01.30
어둔 밤을 홀로 외로이  (95)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