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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일까 두려워서 슬픔일까 두려워서  趙司翼수척했던 나스펠트 호수의 밤이 가고 과육이 풍부한 시칠리아산 와인으로 햇살 가득 편백나무 발코니에서 물안개에 젖어알프스가 인접한 인스브루크를 멍하니 에든버러와 제네바를 떠나 오면서 다시 오겠다는 약속 굳게 하지 못했다 남은 인생 짧을 것만 같고 왜 그런지 그 약속이 세월 속을 쓸쓸하게 떨며 울고 있을 것만 같아서2023.11.09  -  Innsbruck Tyrol에서  제목 2024. 4. 30.
신동엽 . 산에 언덕에 신동엽 . 산에 언덕에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行人)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 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 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1930년 충청남도 부여 출생 ◆ 단국대학교 사학과 및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되어 등단 ◆ 1967년 장편 서사시 「금강」 발표 ◆ 1969년 4월 7일 (향년 38세) 사망  아들인 서울 의대  신좌섭 교수가  2024년 3월 30일 저녁 6시쯤.. 2024. 4. 29.
변영로 . 봄비 변영로   .  봄비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 아려-ㅁ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누나!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노나! 아, 안 올 사람 기두르는 나의 마음! 제목 2024. 4. 28.
아서 랭보 . 감각 감각 . 아서 랭보 푸르디푸른 여름 저녁 오솔길을 걸어야겠다수수대 거친 풀밭을 눌러 밟으며꿈을 꾸듯 내딛는 발걸음에서 시원함을 느끼며들 바람에 나의 맨머리를 날리게 해야겠다나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끝없는 사랑이 영혼으로 솟아오를 것이다그리고 나는 집시처럼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마치 여인과 함께하듯이 행복하게 시골길 걸으며 (1870년 3월) Sensation   by Arthur Rimbaud On the blue summer evenings, I shall go down the paths,Getting pricked by the corn, crushing the short grass:In a dream I shall feel its coolness on my f.. 2024. 4. 27.
카슈미르에서 온 엽서 카슈미르에서 온 엽서 趙司翼 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흑백 네거티브로 히말라야 그 웅장했던 모습을, 멈춘 기억은 본질이 갖는 변동성마저 묶어 놓고 무심하게도 뜻 모를 영속성만 증폭된 세월이었다 눈 날리는데 카슈미르를 출발하던 날 배낭에서 꾸깃 꾸깃 엽서 한 장 그냥 버리기가 아쉬워서였을까 발신인도, 수신인도, 'David cho'라 하여생각 없이 우체통에 넣었는데 그 오랜 세월 죽지도 않고 어찌 살았는지!  찾아왔는지! 숙소 우체통에서 엽서를 발견하던 순간 기억의 초점마저 흔들거리고 일련의 활성물질처럼 세월에 시들어 가던 세포가 되살아 나면서 省察하는 마음 가지려 해도 굳어버린 내 인생 불가피성이 마음 아프다  2004년 10월 26일  카슈미르를 출발하면서 보낸 그림엽서가 9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지나.. 2024. 4. 24.
Venice .베네치아 광장으로 구급차가 진입하는 것을 보게 될까 두렵고 잠들까 봐 두렵고, 잠 못 들까 싶은 두려움 한밤중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대한 두려움 속에어디를 가든 코끝에 점 있는 여자를 만날까 봐 두렵고 계단 난간을 닦고 있는 청소하는 여자와 마주칠 까봐 못내 두렵다(영안실에서 마주친 ..) 떠돌면서 돈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할까 봐 두렵고 늦을까 봐 두렵고 너무 오래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아름답지 못한 죽음일까가 두려운데 내 죽음보다 더한 두려움이 있다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영안실로 가서  친구 시신을 확인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중해 푸른 물결이 광장까지 넘실 대는 듯 그러했던 팔월 그날 피렌체의 푸른 하늘이 슬퍼 보였는지............... 고통 속에 .. 2024. 4. 23.
지중해의 별 푸른 밤 지중해 별 푸른 밤 <p .. 2024. 4. 19.
4월을 말하며 4월을 말하며 趙司翼 물빛 푸르게 뿌리내릴 무렵이라 그랬을까 어둠을 등지고 순식간에 하늘이 열리고 그 모습에 놀란 내가 털린 영혼처럼 멍하니 그러는 동안 뜰에 쌓인 라일락 꽃향기가 나비처럼 날며 풍기는 허공에서 또한 5월이 푸르게 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구부정한 몸통 살구나무에서 재잘재잘 새들은 꽃을 피워 날리고 몰래 모르게, 알지 못하게몸을 구부렸던 것일까 보이지 않던 4월 이야기가 푸르게 모습을 하고  개울물 흐르는 실개천으로 온다2024.04.12 갤러리 ▶ https://ykcho.ivyro.net/Gallery/001.html 제목 2024. 4. 16.
남원 고향집 2002년 5월 5일 . 남원 고향집을 캔버스에...! 박재삼 . 춘향의 마음 큰 칼 쓰고 옥에 든 춘향이는 제 마음이 그리도 독했던가 놀래었다 성문이 부서져도 이 악물고 사또를 노려보던 교만한 눈 그는 옛날 성학사 박팽년이 불지짐에도 태연하였음을 알았었니라 오! 일편단심 원통코 독한 마음 잠과 꿈을 이뤘으랴 옥방(獄房) 첫날밤은 길고도 무서워라 설움이 사모치고 지쳐 쓰러지면 남강의 외론 혼은 불리어 나왔느니 논개! 어린 춘향을 꼭 안아 밤새워 마음과 살을 어루만지다 오! 일편단심 사랑이 무엇이기에 정절이 무엇이기에 그 때문에 꽃의 춘향 그만 옥사하단 말가 지네 구렁이 같은 변학도의 흉칙한 얼굴에 까무러쳐도 어린 가슴 달큼히 지켜 주는 도련님 생각 오! 일편단심 상하고 멍든 자리 마디마디 문지르며 눈물은.. 2024. 4. 15.
콜로라도 록키에서 콜로라도 록키에서趙司翼누군가를 덮칠 것만 같고, 험준한데감격한 영혼이 심장 솟구치면서 눈물 흘리기 전에 황금빛 천봉 사이 어렴풋한 계곡을 흘러내리는 폭포수 그림 같은 소리를 화폭에 담을 수가 없어 불타는 태양 조각들로 쓸쓸함을 채워야겠다 달 없는 밤 고요한 어둠처럼 콜로라도를 흐르는 록키 산맥 깎아지른 슬픈 순간들만 하염없이 산은 문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캔버스를 물빛처럼 풀어헤치고 침묵 속에 우두커니 푸른 하늘 운모의 보석처럼 빛나고 루비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와 자수정으로 보고 있기가 견딜 수 없어 그 거대한 성채에 가슴을 문지르며2012.08.24 -  Colorado Rockies에서  갤러리 ▶ https://ykcho.ivyro.net/Gallery/002.html  제목 2024. 4. 14.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Natasha, the White Donkey, and Me by Baek Seok Tonight the .. 2024. 4. 13.
세월이 슬픈 것은 세월이 슬픈 것은 趙司翼 피카소 덧칠 같은 군상(群像)들이 에워싼 스트라스부르크 낯선 거리에서 감기듯 휘젓는 센강 흰 바람이 새들처럼 날아간다 누군가의 미소 자욱한 거리에서 저무는 하루가 저녁으로 깊어 가는데 곤하게 슬픈 인생들 틈에서 내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차라리 말하자 어스름을 지금 시간이 밤 일곱 시, 네온이 비명을 지르는 동안 나 외로워서 허둥대는 쓸쓸한 거리에는 어느 해 학창 시절처럼 그 세월 이야기들이 눈가를 젖어 흐르고 이루지 못한 꿈들만 양손 가득 휘청휘청 몸을 짓누르는데 인생 무거워진다는 것이 이렇게도 슬픈 세월이 된다는 것을 (프랑스 Strasbourg에서) 제목 2024.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