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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는 날까지 살며 사는 날까지 趙司翼 속삭이는 비밀처럼 어떤 날이 그러한 날 간직했던 사랑의 말도 서럽도록 낯설게 느껴지면서 이럴 때는 설명 안 되는 앞날 모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미래를 짐작하지 않았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마지막 무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에도 운율 없고 선율 없는 삶의 이야기만 아니면 된다 물결치는 모래 해변 자두 빛 노을이 포근히 나를 감싸 안고 숨 막힐 지경이면 된다 풀 꽃 우거진 잔디밭에서 온갖 추억을 호흡하고 노래 부르며 삶의 후렴구가 사라질 때까지 능청이는 실버들 그 유연한 애무처럼 아름답게 부드러운 손짓이면 된다 * 2024.03.08일 아침 9시 집을 출발하여 오후 3시쯤 "에드윈 마크햄 (Edwin Markham)" 묘소에 도착하였다 눈발이 날리고 차가운.. 2024. 3. 10.
에밀리 디킨슨 . 꽃과 함께 꽃과 함께 by 에밀리 디킨슨 나는 내 꽃 속에 숨었습니다 당신 가슴에 달고 있는 꽃, 당신은 의심 없이 나를 입습니다 대부분의 천사들이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내 꽃 속에 숨었습니다 당신의 꽃병에서 사라져 가는데 순진한 당신은 의심도 없이 나를 느낍니다 외로움도 느끼지 못하고 With a Flower by Emily Dickinson I hide myself within my flower I hide myself within my flower That wearing on your breast You, unsuspecting, wear me too And angels know the rest I hide myself within my flower That, fading from your vase You, u.. 2024. 3. 7.
별의 눈물 별의 눈물 趙司翼 쪽 창 유리에 젖은 붉은 노을은 밤 그늘에 지워져 가고 어둠 더욱 진하게 익어가는 밤 어느 봄날 안개꽃이 하늘로 올랐나 보다 꽃씨 되어 하늘에 올라 별이 된 사연 슬픈 얘기들이 은하수 물결에 실려 소심(素心)한 외로움의 나래를 편다 별 너의 사연이 외로움 흥건한 구름으로 내려와 내 마음을 적실 때 가난한 연민에 가슴이 저려온다 눈물 떨구며 사라져 가는 별 진자리에 찌르라미 밤새 울어 이슬마저 슬픈 빛으로 물든 그 밤의 새벽 제목 2024. 3. 5.
후쿠오카 戀情 후쿠오카 戀情趙司翼불빛 장미꽃처럼 타오르는 항구의 밤 달 뜨면서 혈관 속을 오래된 기억들이 꿈틀대는 나 홀로 외롭게 쓸쓸한 밤이어도 매화가 피고 벚꽃 피는 봄날이어서 광기 웅성거리는 항구의 불빛만 울어 주면 된다 휘영청 달 푸른 밤을 젖은 눈동자가 그렁거리고 고깃배 정박(碇泊)한 나루터에서 뱃고동 소리 슬피 우는 밤 임화, 정지용, 윤동주, 오랩도록 있어줄 것만 같던 그들 이야기도 이제는 잔 편(殘片)의 기억 뿐으로꽃잎처럼 별 되어 쏟아지는 밤 갑자기 눈물이 흐르고 항구의 불빛들은후쿠오카 새벽 밤을 젖어 흐르는데2022.03.29 - 福岡에서   제목 2024. 3. 4.
가난이 몸이 되어 버린 사람들 가난이 몸이 되어 버린 사람들 趙司翼 배회하듯 꾸물대며 깊어 가는 뉴욕의 밤빌딩들이 목각인형 모습을 하고 본능  어긋난 상처뿐인 세상을 뒤척인다버려진 세월처럼 그런 골목우울한 시간을 지친 얼굴들끼리 둘러앉아허기진 술잔 오고 가는데가난이 몸으로 굳어 버린 저들 운명을그저 바라만 보면서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시리도록 찬 가슴이라도 부둥켜안고어둠을 태우는 한 점의 촛불을 켜고 싶다 홀로 들 저런 슬픔울어줄 수도 없고눈 내리는 거리는 텅 빈 모습뿐이다 2024.02.29 - Central Park 제목 2024. 3. 1.
텍사스 화재 현장 제목 2024. 2. 29.
산다는 게 무엇인지 산다는 게 무엇인지 趙司翼 웅성웅성 봄 햇살이 길거리에 내리면서 얼어 있던 서리가 뚝뚝 녹아흐르고 콘크리트 길바닥을 겨울 끝 자락이 알몸으로 누워 있다 월가의 이러한 표정,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세월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단한 사람들은 사람들끼리 오늘따라 꽃샘바람이 차다고, 시간이 왁자지껄 삐걱이는 도시에서 맨해튼을 비벼대는 몸살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도란도란 깃든 봄날을 웅크리고 두런거리는 사람들 한숨소리 자주 있어도 희망이랄지! 행복이랄지! 지나가는 말이라도 그런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허기진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슬픈 인생 진원지가 여기였던 것이다 2024.02.24 - Manhattan, New York에서 제목 2024. 2. 27.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趙司翼 황무지를 제동 풀린 말 떼가 질주하듯 짓누르고 가마우지처럼 검은 비명소리가 계절 사이를 울부짖고 찰스타운(Charlestown) 거리의 꽃밭에는 밤샘 폭설에 찢기고 패인 피의 얼룩이 어스름을 울고 있다 또 한 세월 겨울 가고 봄이 오고 작별 인사를 이루면서도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꽃샘추위는 찾아오고 순탄한 계절은 한 번도 없었다 길거리를 꽃들의 상처 입은 옷자락이 떠다니고 그걸 보면서 슬픈 밤 술집에서 아직도 혼수상태에 있는 일시성 야생화를 비롯 데이지꽃 수선화에게 물었다 별 푸른 밤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가지뿐이라서 밋밋한 말채나무 거리에는 하얀 침묵 속에 저녁 안개 자욱한데 싸락싸락 눈 내리는 거리에서 바람에 쫒겨 날리듯 겨울이 가고 있었다 2024.02.25 - Charl.. 2024. 2. 25.
김소월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Mom and Sis by Sowol Kim Mom and sis, let's live by the river; In the yard the glistening golden sand; From over the back gate the song of the reeds. Mom and sis, let's live by the river 제목 2024. 2. 23.
空港의 獨白 空港의 獨白 趙司翼 마음 단정하게 몸을 가꾸고 행동 올바르게 밥상머리 그 여유마저 내게 주어진 시간은 아니었고 부모 말씀 따라가기 힘들어 사춘기를 울던 날 많았다 이러한 모든 사라지고 공항터미널에서, 전절에서, 찻집에서, 또 어딘가에서 수치심과 미덕에 대한 감각은 오래전 일로 볼썽사나운 영토가 되어 버리고 삶의 본질과 상충되는 비애가 나는 오늘도 몹시 슬펐다 우리(꼰대) 몫은 죽어야만 하고 그들(엠지) 몫은 신성시하는 요즘 살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보이지 않는 금을 그으며 산다는 것, 족히 개탄하고도 남을 일인데 그래도 안도하면서 살고 있는 내가 두렵다 겨울 정거장에 홀로 서서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 모습 애연했어도 휘적이며 눈 내리는 그 세월이 그리워, 차마 그리워 2024.02.21 - 인천공항에서.. 2024. 2. 21.
항구의 슬픈 밤 항구의 슬픈 밤 趙司翼뱃일처럼 고단한 밤 파도소리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가 화산처럼 솟구칠 때마다 해거름 보았던 어부의 무사귀환을 빌며 몸을 다해 기도를 껴안았으나 내가 지닌 힘으로는 윤곽뿐 모순에 불과했는지짠내 나는 밤 넋을 놓고 그저 허무하게 어촌마을 사람들 텅 빈 시선 속에 동해가 희미하게 흔들리는 새벽을등 푸른 파도가 울부짖고 또 한 가족 슬픔을 가슴 깊이 낙인찍은 밤이었다 죽변항 어둠을 털고 아침 오면서 눈시울을 묻어 두고 그래도 그 바다로 출항 채비가 뱃전에 쌓일 때까지 여기 모두는 몸에 지닌 슬픔을 말하지 않았다2018 - 울진 죽변항에서  제목 2024. 2. 20.
오세영 . 겨울 들녘에 서서 오세영 겨울 들녘에 서서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Standing by a Winter Field by Oh Sae-young A person suffering from love even once should visit .. 2024.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