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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인생 삶과 인생 趙司翼 그 향기롭던 인생 향연(饗宴)도 해저문 노을로 시름시름 구름처럼 일더니 병통 잦아지면서 익숙한 길 오듯 오는 죽음 남 얘기라며, 멀리멀리 먼 미래에 던져 놔도 알게 모르게 명(命) 줄 다하면서 가는 것이 인생이다 삶은 죽음에서 근원하여 생을 싹 틔우고 사계절을 여행하다가 지지대가 꺾이는 날 왔던 곳 되돌아가는 한 잎 남김없이 한 철 피었다 지는 꽃에 불과하다 죽음은 숙명이고 불변의 진리인 것을 삶이 내일 끝난다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 잠시 세 들어 살던 곳 비워주는 것인데 2005.10.18 보문사에서 제목 2024. 1. 9.
나는 어디 있을까 나는 어디 있을까 趙司翼 날리는 눈처럼 멈추지 않는 의문 부호를 네거리에 내어 놓고 지나가는 발자국에 귀 기울여 물어보았다 거리로 쏟아지는 여러 오열을 보면서 불꽃 튀는 세상 성자가 많을까? 죄인이 많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삶의 방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모두 동의하지는 않는 것 같고 으르렁거린다고 해서 모두 잔인한 것도 아니고 관대하다고 모두가 정의로운 것도 아니었다 소수의 좋은 사람을 만나봐도 다수의 나쁜 사람을 만나 봐도 풀리지 않는 삶을 모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뭔가 실제적 진실을 알기 위해 옛 것을 들춰봐도 행복 곁엔 슬픔이 있고 웃음 곁엔 눈물이 있고 선 곁엔 악이 있다는 것 세상에는 두 부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2024.01.06 제목 2024. 1. 7.
앤 브론테 . 마법에 결려 앤 브론테 . 마법에 결려 내 주변으로 밤은 어두워지고 찬바람 휘몰아치며 불어오는데 악마의 마법에 결려 묶인 채로 나는 갈 수가 없다, 갈 수가 없어 거대한 나무들은 휘어지고 벌거빗은 가지에는 눈이 쌓여 있다 폭풍 빠르게 몰아치는데 그런데도 나는 갈 수가 없다 내 위에는 구름 너머 또 구름이 있고 아래에는 폐기물 너머로 황무지가 있어도 나는 손 끝하나 움직일 수가 없다 내 의지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Spellbound by Anne Brontë The night is darkening round me, The wild winds coldly blow; But a tyrant spell has bound me And I cannot, cannot go. The giant trees are be.. 2024. 1. 6.
지리산 동백 숲에서 지리산 동백 숲에서 趙司翼 서리 숲 붉게 핀 동백꽃들이 넌지시 웃고 있어도 실개천 고향 같은 계곡물 흘러도 외롬에 갇혀 껍질 깨지 못하고 인적 뜸한 청학동 자갈돌 눈길에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눈 녹아 흐르면서 어깨를 훌쩍이는데 이런 때는 숲바닥을 움켜쥐고 기억에 없는 누구라도 이야기할 사람 만나고 싶다 단테처럼 영혼을 예견할 수 있다면 초조하게 견디기 힘든 욕심, 집착, 애착, 모두 비우고 틀에 박힌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눈바람 타고 도약하는 새들 날아가는 노을빛 사이로 저녁 무렵이 찾아들고 속속들이 별무리가 어둠을 차오른다 동백숲 눈에 찍힌 발자국 희미해지면서 2024.01.02 제목 2024. 1. 3.
甲辰年 새해에는 甲辰年 새해에는 趙司翼 침묵 속에 잠든 밤을 흔들어 깨우며 새날이 평화의 궁전처럼 우람하게 세상 속을 밝아온다 예저기 날리는 눈처럼 어느 곳도 빠짐없이 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꿈과 행복 희망 가득 우리 모두의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아침 햇살 든 창가에 새들의 노래가 들리고 별 가득한 밤 세레나데를 노래 부르며 평화의 공존으로 정직한 세상 말고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이념 간 종교 갈등이 사라지고 전쟁이 멈추는 평화와 사랑이 정착하기를 소망합니다 한 번뿐인 인생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이해와 배려로 누군가가 넘어질 때 도움의 손길이 되고 누군가의 아픈 소리를 더 많이 듣고 마음으로 기억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회를 소망합니다 제목 2023. 12. 31.
버려진 민족 버려진 민족  趙司翼흙먼지 무겁게 바람에 날리는 여백을 헐떡이며 부서진 꿈이 잔해물로 넘쳐나고 타고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고 달리 표현할 길 없어 나는 이곳을 운명이라 부른다 거리는 생사를 넘나드는 아우성이고 또 하루를 견뎌보기로 한 나조차도 죽어야 끝이라는 느낌이 눈앞에서 얼쩡 얼쩡견딜래야 견딜 수 없는 고통인데 어쩌다 마주치는 눈빛은 할 말 가득해 보여도 너덜거리는 삶의 자락을 만지작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새처럼 저승길 그림자가 날아다니고 세상 눈에서 멀어져 가는 민족 이들을 보면서 눈물이 글썽이고 멸종만이 답이라고,............!! 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올까 봐 못내 두렵다2018년 2월 5일 - 아프가니스탄 Syria에서  제목 2023. 12. 28.
세밑 소원 세밑 소원 趙司翼 알 수 없는 기억, 기억, 환상, 너의 패륜에 치가 떨린다 죽은 자들 행렬 따르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비탄에 빠지고 경멸할 지경에 이르고 그곳에는 고립된 결핍으로 굴레에 갇힌 고통뿐 삶의 현실은 없었으니 우글거리는 악몽으로 밤이면 밤마다 변질된 기억 견디기가 힘들어 펜에서 잉크가 마를 때까지 사실을 적시해 봐도........... 내 비록 중세 시대 시인의 묘비를 쓰다듬고 장미꽃을 머리맡에 그들 세상을 만나는 요즘이라고 해도 숨이 막히고 죽을 것만 같고 만난 적 없는 그들 그리워하며 살아왔을지라도 믿기 힘든 실상 믿고 싶은 상상 모두와 이별하고 싶다 * 중세 흔적(10.4 ~ 12.18)을 찾아다니는 동안 내내 악몽에 시달렸다 * 2023.12.26 제목 2023. 12. 27.
윤동주 . 내일은 없다 윤동주 . 내일은 없다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아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There is no Tomorrow by Yun Dong-ju They repeatedly say, "Tomorrow, tomorrow." I ask them, "When does it come?" And they reply, "When it dawns, tomorrow comes." I search for the new day myself. When I awake and look around I find no tomorrow. Rather I find the today that has already come. My folks! Ther.. 2023. 12. 25.
방황하는 영혼 방황하는 영혼 趙司翼또 한 해가 널 판지처럼 세월의 강 건넌다 벼랑 같은 시간만 먼지처럼 쌓이고 날개 없는 새의 모습뿐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오늘도 도시의 절규 피해오듯 돌아오면서 유학시절 타국에서 시간을 놓고 살던 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길에 깔리는 어스름 마주칠 때면 잠잘 곳, 예비된 것 하나 없이 내가 울고 있는 동안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하늘의 별뿐이었다 이제는 인생 꼭짓점을 지나 내리막에서 몹시 내가 외로워 보이고 쓸쓸하게 홀로 걷는 것만 같고 흙냄새에도 자주 눈물이 글썽이는데 왜 그런지! 구걸하듯 이유를 묻느니 차라리 슬프자 2023.11.23 -  Prague, Czech Republic 제목 2023. 12. 24.
슬픈 판타지아 슬픈 판타지아 趙司翼 자정이 넘도록 문간방 덧문 밖을 휘몰아치더니어머니 손길 끊일 날 없던 장독대를 감싸 안고 눈이 내렸다뒷 뜰 가득 녹색 지대 대나무 울타리가장막 속에 유령처럼 고개를 숙이고또 다른 나무들이 하얀 등대처럼 우뚝 솟은 모습을 보면서불과 몇 살로 기억되는 어릴 때가지금은 가고 없는 누이와 화롯가에서세상 유일한 할머니 옛이야기를 먹고 자란그 시절이 눈 내리는 강둑에서 헤엄치듯 불쑥 불쑥 오른다마치 오래된 겨울이 다시 온 것일까흐릿하게 미소 띤 할머니가 상상 속에 고요한데환희의 눈부신 외침 한번 없이구름 속을 번개처럼 날아다니며 살아 온 세월인간 본성이 느끼는 고독 우울하게추억이 소멸되면 그때는 탓할 운명도 없겠지요람에서 무덤으로 함박눈이 쏟아진다2001년 1월 18일 제목 2023. 12. 22.
홀로 외로운 섬 홀로 외로운 섬 趙司翼 동경에서 겨울밤,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내내 눈물이 난다 날리는 눈처럼 시골집 어린 날은 기억 희미한데 문짝 흔들면서 사랑방 창틀이 삐걱거리고 못내 그립고 보고 싶은 할아버지 미소가 생전처럼 가물거린다 명주실 꾸러미 같던 수염을 댕기머리 땋던 유년 때 할아버지 무릎도 타버린 유성처럼 어디론가 뿔뿔이 날리는 눈처럼, 그래도 들춰낼 얘기가 남아 있어서일까 울새가 날아가는 북쪽 하늘 노을 검어지면서 푸른 밤 둥지 트는 별들의 합창 따라 그리움을 울어야 하는 나는 홀로 외롭게 떠다니는 섬이 되고 눈 내리는 철길 멀리 할아버지 걸음이 터벅터벅 오신다 1999.12.24 제목 2023. 12. 20.
런던의 겨울 3개월 유럽 일정 마무리하면서 : 2023년 12월 20일 ~ 런던 출발 ........!! 제목 2023.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