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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홀로 외로운 섬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12. 20.

 

홀로 외로운  

趙司翼

동경에서 겨울밤,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내내 눈물이 난다

날리는 눈처럼 시골집 어린 날은 기억 희미한데
문짝 흔들면서 사랑방 창틀이 삐걱거리고
못내 그립고 보고 싶은 할아버지 미소가 생전처럼 가물거린다


명주실 꾸러미 같던 수염을 댕기머리 땋던 유년 때 
할아버지 무릎도 타버린 유성처럼 어디론가 뿔뿔이
날리는 눈처럼, 그래도 들춰낼 얘기가 남아 있어서일까


울새가 날아가는 북쪽 하늘 노을 검어지면서
푸른 밤 둥지 트는 별들의 합창 따라 그리움을 울어야 하는
나는 홀로 외롭게 떠다니는 섬이 되고
눈 내리는 철길 멀리 할아버지 걸음이 터벅터벅 오신다

 

199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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