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초상
趙司翼
햇살처럼 버들가지 나부끼는 개울 따라
나뭇잎 붉은 가을이 억새 우거진 두렁길로 왔다
이를 증언하듯 달과 별이 머물다 간 문밖에는
하늘 한구석이 갈색 깃발 펄럭이며 높이를 밀어 올리고
이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일수록
심각성을 꿈에서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 때나 외로운 것들이 불꽃처럼 터지는데
어쩔 것이냐! 이 한없는 그리움을,
몸부림을 해서라도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어야 한다
내 쓸쓸하고 외로운 생각이 헤맨 밤
어둠에 묻힌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르고
이슬에 젖은 가을밤은 쓸쓸한 그리움이 된다
달 뜬 밤 무엇이건 원고지에 쓰다 말고
골목을 기웃기웃 인사동에서
무명 시인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처럼
온통 모든 것들이 가을날 초상이 된다
'■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로 외로운 섬 (81) | 2023.12.20 |
---|---|
이별처럼 슬픈 가을 (62) | 2023.10.30 |
우울한 노래 (47) | 2023.10.28 |
이별 후에 (56) | 2023.10.06 |
흐르는 강물처럼 (36) | 2023.09.30 |
가을비 쓸쓸한 밤 (40) | 2023.09.28 |
친구의 바다 (37) | 2023.09.19 |
시골 간이역에서 (37) | 2023.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