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간이역에서
趙司翼
계절마다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예술적 영감에도
해가 갈수록 붓질 흐려만 지는 모순의 목덜미를 쥐어 잡고
거대 도시를 피해 오듯 피해 오면서
가로수 설레게 익어가는 남원행 시골 간이역
그 오랜 기억 거세게 밀려들면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촉촉한 눈가에 술래잡기 하던
캔버스 주위를 산책하는 어릴 때 친구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그 천진하던 얼굴을 그려야겠다
박 냄새 익어 가는 초가주막 쉼터에서
간직했던 시를 술상 곁에 펼쳐 놓고
가을달 둥근 밤 별을 기다리는 동안
아득히 노을 먼 하늘이 물결처럼 곱다
계절은, 가을은,
갔다가 되돌아온데
나 홀로 쓸쓸한 새벽
돌아올 수 없는 징검다리 길 별 보며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