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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시골 간이역에서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9. 15.

 

시골 간이역에서

趙司翼

계절마다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예술적 영감에도
해가 갈수록 붓질 흐려만 지는 모순의 목덜미를 쥐어 잡고
거대 도시를 피해 오듯 피해 오면서
가로수 설레게 익어가는 남원행 시골 간이역
그 오랜 기억 거세게 밀려들면서
갈대처럼 흔들리는 촉촉한 눈가에 술래잡기 하던
캔버스 주위를 산책하는 어릴 때 친구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그 천진하던 얼굴을 그려야겠다

박 냄새 익어 가는 초가주막 쉼터에서
간직했던 시를 술상 곁에 펼쳐 놓고
가을달 둥근 밤 별을 기다리는 동안
아득히 노을 먼 하늘이 물결처럼 곱다
계절은, 가을은,
갔다가 되돌아온데
나 홀로 쓸쓸한 새벽
돌아올 수 없는 징검다리 길 별 보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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