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슬픈 연가
趙司翼
바다 품을 파고드는 쉴 새 없는 노을 멀리
파도 떼가 갈팡질팡 눈덩이처럼 밀려들고
깊은 어둠 물결 휘몰아치는데
등불 몇 개 뱃머리에 걸고 새벽까지
홍어 잡는 어부는 텅 빈 시간을 그물에 싣고
어둔 바다만 훌쩍훌쩍 파먹고 돌아오기 일쑤라 했다
이런 밤 흔히 말하는 번뇌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라는 외로움도 아니다
홀로 쓸쓸해도 울컥하지만 않으면 된다
흑산도 앞바다 파도 출렁이는데
머리맡에 새벽 별을 풀어놓고
바다와 한 몸 되어 있는 동안
섬사람들 서러운 인생 이야기가
깊은 밤 소리 없이 서성거리고 있다
2016.08 - 흑산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