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쓸쓸한 밤
趙司翼
탱자나무 울타리를 퍼득이는 열매에게도
살아가는 이야기 있듯
들국화와 코스모스, 여러 들꽃들도 삶의 무게는 있어
부러질 듯 목덜미를 쥐어 잡고
찬 비 내리는 밤 그 냉기와 가속을 받아 내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이별 이야기가 가을로 든 길목에서
저마다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장독대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감나무 붉은 잎에도 생기는 남아 있어
그 짜릿한 중독성처럼
마루판에 낡은 캔버스를 펼쳐 놓고
인적 끊긴 밤 홀로 외로이
잎새들 이별하는 모습을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