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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유안진 . 아버지의 마음    휴학생의 아버지가 찾아와 하소연했다 씀씀이가 하도 헤퍼 용돈 적게 줬더니 등록금을 쓰고 휴학해버렸다고 돈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식 아까워서 그랬다는데 맞다 하느님 아버지도 내가 아까워서 낡은 날 더 망치게 될까 봐 달라는 대로 즉각 다 주시진 않는 거다 제목 2024. 4. 11.
사월의 노래 사월의 노래 趙司翼 라일락 향기로운 센트럴파크의 봄날굳어있던 절벽이 녹아흐르고 부옇게 안개가 아지랑이를 그린 듯 온통 뒹굴어져 네온처럼 반짝이고 짐을 부리듯 던져진 섬광 같은 봄 햇살에 눈이 부시다 어떤 세월이 그랬던 것처럼 달아오른 햇살이 담자락에 드리울 때면 호숫가 주변 낮은 울타리 개나리와 둘레길 수선화 꽃이 시들어 가고 향기 흠뻑 절정의 날이 오면 꽃과의 이별이 된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꽃이 날리는 지점에 시선을 묶고 텅 빈 여백을 만지작거리며 이토록 외롭고 슬플 줄이야 잎 푸른 5월이 무성해 올 때까지 4월의 밤을 뜨거운 숨결로 태우게 될 줄을 나는 미처 몰랐다2024.04.02 - 센트럴파크에서  제목 2024. 4. 9.
'세바스찬 브랜트'를 만나던 날 무형의 힘을 만나고 싶다 趙司翼 보이지 않는 현실, 논리적 모순을 찾아 '세바스찬 브랜트'를 만나기 위해 '스트라스부르'로 창 밖 풍경이 모자이크처럼 따라 흐르는 지중해 물표면이 잔물결을 일렁일렁 열차에 몸을 맡기는 동안에도 부둣가 역에서 흐느끼는 이별이 보이고 살아온 세월 양손 가득 삶이 버거운 노인도 있다 그림판에서 색상 버무린 팔레트처럼 중세문학 인문주의를 호령했던 그였어도 지금은 오래된 성터에서 쓸쓸하게 묘비석만 무덤을 울고 있었다 본능이 상실되고 잊힌 이름으로 내가 그리 될 때까지 짙푸른 해안선을 향해하면서 운명의 여신이 나를 떠나는 날까지 잠든 시인의 영혼을 캔버스에 눌러 새기며 2018.07.28 - Strasbourg Sebastian Brant묘소에서 제목 2024. 3. 31.
中川秀直 (사익에게) 司翼에게 . Hidenao Nakagawa 나의 뇌 골수를 자극하는그대의 언어는 만돌린입니다 열도가 뒤집히던 날 이 땅에는 어리석게도 무덤 같은 망령이 눈 뜨는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들이 남긴 유산은 결론도 없는 의식을 머리에 담고 오늘도 도쿄 거리에서 그들만의 제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나 그러하거늘 그대 이방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시부야에서 정종을 마시며 시대정신에 뒤떨어진 의식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며 뜨거운 감정을 토하던 그대 司翼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러한 열도의 풍경을 보면서 司翼이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데 언어라는 표현으로 가슴 아픈 노래를 불렀고 나 또한  가슴 뜨거운 비애를 느꼈습니다. 나 이제 司翼이한.. 2024. 3. 30.
그랜드캐년 작은 숲 그랜드캐년 작은 숲 趙司翼 협곡이 울부짖어도 손 내밀 수가 없어 눈을 딴 데로 지나치려 는데 늙은 나무가 말했다 " 이봐요 우리는 콜로라도 먼지바람에 실려 천길 낭떠러지 캐년계곡에서 시작된 숲이랍니다 사시사철 절벽이 무너져 내리고 자갈 널브러진 비탈면 골짜기 황토뿐으로 패인 상처 달래려 해도 이제는 가슴마저 말라버리고 고향 아닌 고향에서 소나무, 미루나무, 참나무, 너도밤나무까지 신음하듯 우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살아갑니다" 귓가를 스치듯 들려오는 소리는 계곡물소리만인가 했더니 바람의 몸을 빌려 숲이 우는 소리였다 그런가 하면 신음하듯 때때로 들려오는 소리는 가슴 적시며 내게서 지는 눈물이었다 2017.08.19 - grand canyon에서 제목 2024. 3. 28.
이정하 . 마지막이라는 말은 마지막이라는 말은 by 이정하 마지막이란 말은 하지 말기를 설사 지금 떠나서 다시 못 본다고 해도 마지막이란 말은 결코 하지 말기를 앞으로 우리 살아갈 날 수없이 많이 남아 있으니 지금 섣불리 마지막이라고 단정 짓지 말기를 사람도 변할 수 있고 사랑도 변할 수 있는 법 지금 공연히 마지막이라는 말을 해서 다음에 만날 수 있는 그 가능성마저 지워 버리지 말기를 숨을 거두기 전까지 우리 절대로 마지막이란 말은 입에 담지 말기를 最後という言葉は by イ・ジョンハ 最後という言葉を口にしないこと。 たとえ今、別れ、再び会うことがないとしても 最後という言葉は決して口にしないこと。 これから私達が生きていく日々は数え切れないほど多いのだから。 今、軽々しく最後だと決めつけないこと。 人も変わっていくし 愛も変わっていくもの。 今、不必要に最後.. 2024. 3. 26.
밀레의 만종(The Angelus) 밀레의 만종 (The Angelus) 趙司翼 들판 희미하게 노을 짙어 지면서 고개 숙인 농부의 삼종기도가 숙연하다 밀레는 어찌 이 좁은 공간에 광활한 평원을 끌어 들일 수 있었을까 명상과 기도 소리가 들리는 듯 무한이 숨어 있는 빛과 그림자를 표현하면서 농부의 마음을 불변의 리듬으로 기도 하는 짧은 휴식, 한 순간에 집중할 뿐 삼종기도(The Angelus), 숭고함도 감정 두드러지게 말하지 않고 그림 뒤에서 침묵하는 성스러운 고요만 있다 하늘 어둡게 타오르는 동안 붐비듯 물든 노을이 사라지고 슬픈 생각만 집단처럼 쌓이는데 적막을 머뭇머뭇 캔버스는 고요만 외롭게 연기처럼 자욱하다 (2018.12.21 - 오르세 미술관에서) 삼종기도 : http://namu.wiki/w/%EC%82%BC%EC%A2%85%.. 2024. 3. 23.
에밀리 디킨슨 . 낮은 하늘 구름이 예사롭지 않다 낮은 하늘 구름이 예사롭지 않다 에밀리 디킨슨 낮은 하늘 구름이 예사롭지 않다 휘날리는 눈송이는 헛간을 가로질러 문틈을 통해 어디에 어떤 곳에 내릴지 분노한 바람이 하루 종일 분다 어떤 사람이 그를(자연) 어떻게 대했는지 자연도 때로는 우리처럼 갇힌다 초라한 여자들처럼 ◆ The Sky is Low, The Clouds Are Mean Poet: Emily Dickinson The sky is low, the clouds are mean, A travelling flake of snow Across a barn or through a rut Debates if it will go. A narrow wind complains all day How some one treated him; Nature, lik.. 2024. 3. 22.
봄에는 슬픈 이별이 있다 봄에는 슬픈 이별이 있다趙司翼잠든 밤을 소리 없이 대지가 열리고  먼동에 밀린 어둠이 허공에 얼굴을 묻고 몸을 숨긴다  흰 서리 새벽 아침 해 굵어지면서 잎에 내린 밤샘 서리가 뚝뚝 녹아 흐르고  흙냄새 짙게 서린 매화나무 가지마다  흰꽃들이 악보처럼 널려 있고 눈발처럼 휘날린다 생기 가득 남촌 따라 찾아온 봄 꽃향기 환희로운 지금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멈춘 영역이 아니고 서야 그렇게 또 떠나고 보내야 하는 꽃잎 노을빛으로 익어갈 즈음이면 봄과 이별로 울어야 하는 슬픔이 있다 밭고랑을 고개 숙인 갈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어느 날이면 그럴 것이다2024.03.15 - New York Pelham Bay Park에서  제목 2024. 3. 17.
新川和江 . 인간의 의미 인간의 의미 新川和江 (Kazue Shinkawa) 기쁠 때 웃음을, 슬플 때 눈물을 분노는 인내로, 불의가 있을 때 강함을 죄책감이 있을 때 용서를 변화를 느낄 때 성장을................ 오늘도 불신의 눈물로 꼭 찬 세상에서 의미 없는 하루 이틀,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해가 가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슬프다 ( 以下省略) * 위대한 정신분석가 빅터 프랭클은 인간이 경험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한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제목 2024. 3. 15.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윤동주 - 또 다른 고향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었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을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 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가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白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故鄕)에 가자. Yet Another Home - Dongju Yun The night I came back home My bones that followed lay in the self-same room. The dark chamber was on.. 2024. 3. 15.
아직도 시모노세키는 울어야 한다 아직도 시모노세키는 울어야 한다 趙司翼눈 감으면 그뿐 이라고, 생각하기엔  성난 바다 겨울 폭풍처럼 지옥 같은 아침이었고 늑약(勒約)의 조선인에겐 하루가 한 세월처럼 길었을 것이다 징용으로 낱낱이 절단된 자유는 탄광에서 핏물 가득 바람처럼 흘렀을 것이고 바다 밑 갱도에 이르기까지 곱새등 히로히토 천황 만세를 부르짖는 박수소리 울릴 때마다 막장 더욱 깊숙이 허리를 굽히고 휘~휘~ 땅 위에서 숨 한번 내 쉬지 못하고 1942년 10월 17일, 죽어서야 자유의 몸이 된 거제가 고향이라 쓰인 박 씨의 비석 곁엔 그 세월이 깊게 배인 흔적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머리털이 곤두서는데 역사 일그러진 시모노세키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썩어 문드러져 흥청망청 모습들이 가슴 아프다 살인자, 약탈자로 내 나라.. 2024.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