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畵集(1) : 열도에 내리는

아직도 시모노세키는 울어야 한다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4. 3. 13.

아직도 시모노세키는 울어야 한다

趙司翼

눈 감으면 그뿐 이라고, 생각하기엔 
성난 바다 겨울 폭풍처럼 지옥 같은 아침이었고
늑약(勒約)의 조선인에겐 하루가 한 세월처럼 길었을 것이다
징용으로 낱낱이 절단된 자유는
탄광에서 핏물 가득 바람처럼 흘렀을 것이고
바다 밑 갱도에 이르기까지
곱새등 히로히토 천황 만세를 부르짖는 박수소리 울릴 때마다
막장 더욱 깊숙이 허리를 굽히고
휘~휘~ 땅 위에서 숨 한번 내 쉬지 못하고
1942년 10월 17일, 죽어서야 자유의 몸이 된
거제가 고향이라 쓰인 박 씨의 비석 곁엔
그 세월이 깊게 배인 흔적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만으로도 머리털이 곤두서는데
역사 일그러진 시모노세키에서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썩어 문드러져 흥청망청 모습들이 가슴 아프다
살인자, 약탈자로
내 나라 내 동포에 지은 죗값
소멸될 유효기간은
왜놈들, 양심으로 말해줄 것이오니
아직도 시모노세키는 쉬지 말고 울어야 한다

 

2017.08.15 .-  下関 彦島에서 

 

'■ 詩畵集(1) : 열도에 내리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娼女村 悲歌  (72) 2024.05.04
후쿠오카 戀情  (92) 2024.03.04
니혼바시 증권거래소  (114) 2024.02.05
가을밤을 동경에서  (48) 2023.10.14
비와 천둥  (11) 2023.07.08
후지산. 富士山  (7) 2023.06.17
슬픈 마음 되어 봐도  (5) 2023.06.08
항구의 부르스  (14) 202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