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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 편지 . 수필36

편지 (교토에서) 교토에서 유난히 옷깃 스치는 바람소리 무심한 날이면 새벽 숙소 대나무 잎에 내린 이슬 보면서 생각입니다 당신도 혹시! 마당에서 '애디론댁' 산기슭 보다 더더욱 먼 곳에 시선을 두고 무슨 이야기라도 좋을, 내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한 가슴이 두근거리고 여기 와서 한 달 새, 두 번 이별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던 '오시이 미나토'씨가 교통사고로, 꽃가게 옆 찹쌀떡 집 노인께서도 심장발작으로, 두 분께서 하늘로 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슬펐습니다 내가 그토록 예민해하던 일본인들인데도 동기간처럼 지냈던 분들인데 지난, 비가 내리던 퇴근길에서 서점을 하던 미나토 씨 아내가 교차로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서 힘들었던 그 밤이었습니다 이러한 슬픔은 채 .. 2022. 10. 28.
日記 (家族) 家 族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삶의 이유가 된다 물리적으로 얻을 수 없는 긍정의 위대한 힘과 용기를 갖게 하고 애쓰지 않아도 절로 솟는 관심과 사랑의 자연스러움이다 사랑, 애정, 이별, 슬픔에 이르기까지 눈에 잡히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끈으로 죽는 날까지 관심을 우위에 두는 마르지 않는 사랑의 감정 샘이다 아래를 봐도, 위를 봐도 아이들, 동기간, 무보님께 사랑, 포용, 관심과 이해로 힘들 때도 힘든 줄 모르고 무한 책임이며 무한 관심과 사랑이다 2022.10.16 . 숙소에서 편집등록 신유라 BGM . Anthony Quinn(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제목 2022. 10. 27.
천 의 바람이 되어 천 의 바람이 되어 趙司翼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거기에 나는 없습니다 잠들어 있지 않습니다 천 개의 바람으로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드넓은 하늘을 날며 노닐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빛으로 화전 밭에 내리 쬐고 겨울에는 다이아몬처럼 빛나는 눈이 되고 아침이면 새의 울음이 되어 당신을 눈뜨게 하고 밤이 오면 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거기에 나는 없습니다 죽지 않았습니다 천 의 바람으로 천 개 바람이 되어 드넓은 하늘을 날며 노닐고 있습니다 천 의 바람으로 천 개 바람이 되어 A Thousand Winds David cho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 2022. 10. 19.
日記 (심적 가난을 그릇된 밑음으로) 심적 가난을 그릇된 밑음으로 趙司翼 어둔 밤을 깨우는 새벽 기도소리가 내어 준 길 따라 가을도 겸손한 몸으로 오는데 문제는 예수가 아니라 기독교 교단에 있다 그것은 히스테리적이고 외설적이며 그릇된 교리를 내세워 의존적인 삶, 그들 생활환경 안으로 좀비처럼 서서히, 그렇게 인간 된 가치관 빈약한 가슴을 파고 나약한 정신을 지옥으로 정죄(定罪)하는 거짓 숭배만을 강요하는 인륜은 없고 사탄의 저주뿐인 내가 누구인지! 서서히 좀 먹히듯 자신을 놓아버리고 인간 삶의 의미가 실종된 세상 안에서 길들여진 기도소리란 아멘. 아멘. 아멘 편집등록 신유라 제목 2022. 10. 18.
日記 (그리움, 진한 흔적만) 그리움, 진한 흔적만 어찌 우리, 지난 청춘을 이별이란 말로 대신할 수 있을지! 나, 사는 내내 희박해질까 오랜 추억을 가슴 깊이 묻고 살았는데 자고 날 때마다 무사하길 바랬고 어느 한순간도 우리 추억을 놓고 살아본 적 없다 널 만나던 날, 울컥한 맘 누르느라 시선 돌렸는데 지난 세월 너무 두꺼 진심인 내 맘 알지 못한 너였든 것을 추억이 눈가에 맺혀 눈물 억누른 일로 달빛 진 쓸쓸한 터를 들꽃처럼 흔들린 너였던 것을 순간 눌러 참느라 고개 돌렸을 뿐, 너 그대로인 것을 알지 못했다 미안 한말, 그 한마디 말로는 오늘을 기다리며 애태운 날이 먼 강을 흐르는 물길처럼 너무 길었다 이러한 다방 분위기, 익숙하기엔 너무 이른 청춘이었는지! 달궈진 연탄난로를 사이에 두고 들끓는 주전자 뚜껑 꿀렁꿀렁 오르는 열기.. 2022. 10. 12.
당신께선 잘살고 계십니까? 여러 색으로 혼탁을 살게 될까 봐! 가을이 오기 전에 푸른 마음을 떠나는 여름 편에 묶어 보내려 했는데 다 보내지도 못하고 오늘도 가을 안에서 하루가 저물어간다 빨라도 너무 빠른 세상의 순환 속에서 근본 없는 그림이 쏟아지고 막돼먹은 언어가 쏟아지고 인격이 실종된 사진이 쏟아지고 제 아무리 빛의 속도로 흘러가는 세상이라지만 근본도 없이 쏟아지는 물결을 보면서 세상이 원망스러운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모르겠다 부모로부터 내가 세상에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듯 자유도 좋고, 개성도 좋지만 인간 근본이 무시되고 혼탁해가는 가치관마저 무너져버린 요즘을 살면서 중심 추로 견디어야 할 자기중심을 갖지 못하고 맥락도 모르고, 따르며 뒤 쫏기만 하다간 자기 인생을 잘 살고 있다고 과연 얼마나 자신 있게 말할 수 .. 2022. 10. 10.
日記 (도나우강 슬픈 비) 도나우강 슬픈 비 趙司翼 아! 슬픔이여 다뉴브 강 하늘을 봐요 그 하늘, 비 구름을 봐요 내리는 비 그들의 눈물이 그들의 눈물 비가 강에 내립니다 원혼의 눈물 물결 위를 헤매는 영혼 눈물이 납니다 강물이 차갑습니다 고향으로 가십시다 조국으로 가십시다 Donau river sad rain Oh! sadness Look at the river sky the Danube Look at the rain clouds and the rain pouring down is their tears. Their tears rain down the river Tears of a ghost A ghost wandering above the blue wave Tears are raining The river is cold Let.. 2022. 10. 6.
內的 試鍊 內的 試鍊 趙司翼 목발에 의지한 채 부러진 육신이 가야 할 무섭고 불편한 편견에서 함께 걷던 목발을 불 싸지르고 싶었다 끊임없는 울분은 부풀어 오르고 가슴속 자취로 남아 눈물짓는 내 안의 흔적들 이 모든 것들이 기억으로 남아 무너지는 침묵은 맥없는 미소로 울고 치 떨리는 처절함 속에 걷기 위한 몸부림 옛날 같은 나와 또 나의 우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인기척 모두 침묵하는 밤 내 안엔 폭풍이 몰아치고 병동은 밤을 흐르는 별빛처럼 고요한데 서릿발 날 선 고통을 눌러 참는 인내 대신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아, 감격의 슬픔까지는 아니어도 앉아 생각하는 무언가는 내 처한 현실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이 모두가 너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편집등록 성우혁 BGM - Richard Clayderman(Mariage D'A.. 2022. 10. 1.
日記 (공존의 그늘) 공존의 그늘 趙司翼 이 광장서 국정농단을 촛불이 횃불처럼 출렁였고 질서 의연함에 지구촌이 놀랐고 세계인이 울었는데 저들 **노총 꽹과리는 불을 튀는 폭죽처럼 들끓고 그들 말로는, '단결과 투쟁' 인파로 물결진 함성은 세종로에서 종로거리까지 메아리로 무법천지 발버둥이 넘쳐난다 마치 세렝게티 초원에서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먹으려는 자와 먹히는 자, 말고는 그 어떤 형식이어도 섬뜩한 그들만의 질서 속에서 민주 절서를 열망하는 오고 가는 거리의 시선들도 외면인데 장마철 낙뢰처럼 자유의 모순된 존재들이 업으로 일삼는 이 추악하고 막돼먹은 물결이란......! 나의 지난 투쟁도 광장이었다 우리로 말할 것 같으면 민주와 인권을 말함이었고 피 흘리며 목숨을 난도질당하면서까지 이유 있기에, 온 국민들의 염원이었기에 일.. 2022. 9. 30.
항구는 변함없는데 항구는 변함없는데 趙司翼 이별하면서 마음 아파 못다한 이야기들이 수척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드는 밤이 새도록 지난 기억을 붙들고 파도가 운다 당시만 해도 처지가 나약했던 터라 애써 잊으려 했고 잊고 있었던, 그래서 였는지! 잊고 싶었던 그 친근했던 우정이 혈관을 타고 피눈물로 우는 줄 모르고 무디게 살았다 내 견고했던 침묵을 가르고 참아내며 눌러왔던 설움이 낙수처럼 쏟아진다 친구야 너 떠나던, 뇌우가 피도 치던 날 어찌할 줄 모르고 나약하기만 했던 나의 원망이 가슴 깊이 밑동에 박혀 죄인 된 마음은 일곱 해를 보내면서 견디기 힘든 날이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다 매몰돼 우정이 떠나버린 너의 잔영만이 바다를 가물거리는 나가사키 항구의 깊은 밤을 홀로 서서 편집등록 성우혁 BGM - 森進一 (港のブルー.. 2022. 9. 28.
日記 (델라웨어 해변에서) 델라웨어 해변에서 . Delaware Beach '델라웨어' 저 광활한 바다의 포악한 출렁거림이 나를 집어삼키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내 불안함만 키우며 심기를 휘젓는다 저들 무한한 무식함을 알기에 나는 감히 바라만 본다 버다 먼 곳에서 갈매기 떼로 몰려와 위험하니 떠나라며, 온갖 날갯짓으로 떠들어댄다 저 갈매기 울음소리가 나를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로 직면할지도 모르는 방파제에서 닥칠 시련 견딜 수 있으면 맘대로 하라며, 시야에서 멀어진다 바람과 파도의 공모 작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젊지도 않은 호기심이 불을 지핀다 피 끓어오르던 한창일 때 젊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오기로 볼러 모은 들끓는 감정이 우글거린다 유물처럼 간직해온 내 젊은 날의 흔적이 과감하리만치 늙어버린 추억에 불과하다 차.. 2022. 9. 23.
동경에서 쓰는 편지 동경에서 쓰는 편지 여관집 문틈으로 보이는 처마 끝 하늘이 한가롭다 타국에서 홀아비는 제 창을 열어젖히고 늙은 여자의 가슴살 닮은 넝쿨장미 유혹의 손길을 끝내 거부하지 못하고 어디로든 걷고 싶다 남으로 난 1평짜리 통창을 달궈오는 햇살을 보며 홀아비도 발끝에서 손끝까지 달아오르는데 정원에 핀 장미꽃 향기마저 코끝을 마비시킨다 숙소에서만 견디기엔 그 누구인들 불가능한 일, 이윽고 숙소를 나서는 하늘은 숨을 죽이고 괴괴한데 언제였는지도 모를 술집 여자의 안부가 궁금했는지! 본능적으로 도쿄 3번가 골목길로 홀아비의 걸음을 재촉한다 길어진 햇살을 걸으며 긴자 거리의 3블록에서 그때를 잊고 지낸 줄로만 알았는데 골목을 들어서고 보니 그때 만났던 술집 여자와의 추억이 기억 속에서 책장 넘어가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 2022.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