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진한 흔적만
어찌 우리, 지난 청춘을 이별이란 말로 대신할 수 있을지!
나, 사는 내내 희박해질까
오랜 추억을 가슴 깊이 묻고 살았는데
자고 날 때마다 무사하길 바랬고
어느 한순간도 우리 추억을 놓고 살아본 적 없다
널 만나던 날, 울컥한 맘 누르느라 시선 돌렸는데
지난 세월 너무 두꺼
진심인 내 맘 알지 못한 너였든 것을
추억이 눈가에 맺혀 눈물 억누른 일로
달빛 진 쓸쓸한 터를 들꽃처럼 흔들린 너였던 것을
순간 눌러 참느라 고개 돌렸을 뿐, 너 그대로인 것을 알지 못했다
미안 한말, 그 한마디 말로는 오늘을 기다리며
애태운 날이 먼 강을 흐르는 물길처럼 너무 길었다
이러한 다방 분위기,
익숙하기엔 너무 이른 청춘이었는지!
달궈진 연탄난로를 사이에 두고
들끓는 주전자 뚜껑 꿀렁꿀렁 오르는 열기에 섞여
안개처럼 피는 커피 향 진한 냄새가
할 말 가득한 너의 얼굴 스칠 때까지
서로 다른 길을 운명으로 살아온 탓이 오늘의 슬픔이다
때론 시간을 무겁게 붙들며 식어버린 커피 잔만,
밖을 어둠이 채워가는 시간은 또 어디로 가는지!
긴 침묵만 내 가슴에 던져놓고
잔 채 식어버린 커피 향은 탕약처럼 쓰디쓴데
노을이 내린 문밖으로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느 가을 '갈매기 빵집' 유리 창밖, 마로니에 잎 지던 날
우리 청춘을 책갈피에 꽂던 날이
이처럼 흔적으로 남아
또 가을이면 밟히는 낙엽 소리마저
가슴 스미는 외롭고 쓸쓸한 추억일 줄이야
당시는 내 허기진 청춘을 병으로 앓는 줄도 모른 채
외롭고 고독했던 날로 보낸 세월이 너무 길었던 터라
울며 갔을 네 맘 모르고 쓸쓸히 돌아선 너를 그냥 보내야 했다
2003. 10. 18
중학교 여자 친구를
고등학교 졸업 1년 후 만났던 날을 회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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