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 쓰는 편지
여관집 문틈으로 보이는 처마 끝 하늘이 한가롭다
타국에서 홀아비는 제 창을 열어젖히고
늙은 여자의 가슴살 닮은 넝쿨장미 유혹의 손길을
끝내 거부하지 못하고 어디로든 걷고 싶다
남으로 난 1평짜리 통창을 달궈오는 햇살을 보며
홀아비도 발끝에서 손끝까지 달아오르는데
정원에 핀 장미꽃 향기마저 코끝을 마비시킨다
숙소에서만 견디기엔 그 누구인들 불가능한 일,
이윽고 숙소를 나서는 하늘은 숨을 죽이고 괴괴한데
언제였는지도 모를
술집 여자의 안부가 궁금했는지!
본능적으로 도쿄 3번가 골목길로 홀아비의 걸음을 재촉한다
길어진 햇살을 걸으며 긴자 거리의 3블록에서
그때를 잊고 지낸 줄로만 알았는데
골목을 들어서고 보니 그때 만났던 술집 여자와의 추억이
기억 속에서 책장 넘어가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어느 아낙이 거문고 열두 줄을 다 튕겨도
여관에서의 밤은 길기만 했는데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고개 끄덕일 때마다
心 脈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손 시계의 초침이 발바닥에 불을 지핀다
골목을 서성이며 걸음을 멈춘 것인지!
잠시 멍했던 순간,
땀에 젖은 이부자리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꿈인지! 현실인지!
아! 꿈이었다
꿈에서 깬 의식을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
간밤 여관에서의 하룻밤도 양호했노라고,
그제야 꿈이었음을 알아차리고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동경에서의 하룻밤도 양호했었다고,
편집등록 신유라 BGM - 氷川きよし(淺草人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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