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내 아내입니다
趙司翼
서구풍 카페에서 헤즐럿 향 커피보다
분청다기에 록차를 좋아하는 여자
비트가 강한 재즈보다는
황색 등불 찻집에서 전통음악을 즐기며
다갈색 머릿결에 모피코트 중후함보다는
흑갈색 생머리에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여자, 이 사람이 내 아내입니다.
봄이면 보리밭에서 냉이를 캐고
여름이면 섬진강에서 다슬기를 건지고
가을이면 망태기에 이삭을 담고
겨울이면 앞마당서 눈사람을 만들었다며,
유년기의 모습을 리얼하게 재현하는
아이 엄마 같지 않은 여자, 이 사람이 내 아내입니다.
결혼기념일 여행에서 수안보 온천욕보다는
충주호변 민박집 황토방에 솜이불을 좋아하고
햄버거 스테이크에 나이프를 쥐어 주면
「여보 어울리지 않게 뭐 하는 거예요!」
「여보 그냥! 우리 식대로 식사해요.」하면서
다슬기 국물에 밥 한 공기를 주문하는 여자,
이 사람이 내 아내입니다.
출근길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챙겨주고
눈 오는 날이면 문밖까지 나와
목도리를 내 목에 감아주며 미소로 배웅을 하고
퇴근길 도시락을 받아 챙기며
「여보 힘들었지요」하며 나를 맞는 여자
아줌마 냄새 폴폴 나는 이 사람이 내 아내입니다
여보! 오늘이 어제 되고 내일이 오늘 되고
몇십 년 후 얘기해요
백발 성근 빛으로 물든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우리 삶이 화려하지 못하고 촌스러웠으나
그래도 그 시절이 행복했었다고.
참으로 행복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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