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114

메이른호펜에 영혼을 묻고 메이른호펜에 영혼을 묻고 趙司翼 멈출 듯 다시 이어지는 날 선 소름이 심장에 박히고 구름 떼처럼 숙소 문밖을 눈 폭풍이 몰려든다 산새들 간간히 몸을 비비던 창틀 자락을 송곳 날 상고대가 내 걸리고 침묵 속에 지워져 가는 가문비나무 숲을 보면서 시야의 모든 폐허를 버팀목으로 용기로 왔던 의지가 날 선 고통 속에 갈기갈기 무너져 내린다 고요하다가도 순간 무서운 백야 창백한 '메이른호펜(Mayrhofen)'도 신의 분노가 경악을 멈출 때까지 몸을 웅크린다 이이벡스(Ibex), 험난했던 절벽을 저승 문턱이 기웃거림으로 메아리만 남아 눈보라 속을 떠도는 이러함에도 뒤엉킨 시간이 얽혀든 어둠에서 피 흐른 골짜기 처절했던 오열이 소리 없이 투명했던 기억으로 고개를 들고 신의 분노가 서서히 잦아드는 숨소리 빼꼼히 고개.. 2023. 2. 15.
이내 뜨거운 가슴이 된다 이내 뜨거운 가슴이 된다 趙司翼 강변길 어둠 위로 초저녁 달이 떠오를 때면 옛 생각에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오고 가는 여러 주변 이야기들과 한 식구가 되어야한다 퐁네프 다리를 지나 대성당 노트르담으로 가는 굽이굽이 쿠르즈 여객선 뱃고동소리는 울렸었는지 작은 불빛이 박물관 유리 벽에 스미었는지 보이지 않는 그림자뿐으로 외로움을 감싸 안고 추억에 젖어 내 모습에 취해 있는 동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김없이 어둠 안에 별이 빛나고 눈발처럼 날리는 기억을 홀로 쓸쓸히 '다니엘 불랑제' 신작 시집을 가슴에 품던 때가 오래전 일로 낯설게 다가오고 당시가 이글거렸던 꿈도 희망도 아르장퇴유로 가는 철교 어둔 불빛처럼 혼잣말로 지껄이는 이러한 밤에 결사하는 마음으로 다짐을 하고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을 애써 찾지는 말.. 2023. 2. 5.
어머니 세월 어머니 세월 趙司翼 가난이 오한으로 사시나무 떨듯 해도 어떤 날의 두려움이 반복되는 대(大) 바다 난파선 위 어부의 심정이어도 정다웠던 시골 개울물 소리에 장다리 새순 오르듯 자라나는 자식들 눈동자가 있었기에 버티셨다고 한다 형형색색 유리 지붕 같은 삶 치마폭에 눈물 쏟아지고 한줄기 별 보이지 않는 흐린 밤처럼 들쑥날쑥 삭풍(朔風) 같은 모진 세월에도 마음 기대면 느끼게 되는 자식들 심장 커가는 소리 있었기에 봄볕처럼 따사로웠다고 하시었다 무엇 하나까지 한 올마저 모두 내어 주신 그것이 당신 인생에서 궁극적인 삶의 목표이고 진정한 이유였을까요? 어머니! 이 아들 숨소리가 너무 어려 불행한 생애 아프게 살다 가신 당신 눈물 함께 울어주지 못했습니다 2002. 09. 25 작품출처 . 헝가리친구 (Istvá.. 2023. 1. 23.
남겨진 시간 남겨진 시간 '보포르탱(Beaufortain)에서 趙司翼 아비규환 속, 폐허의 무게를 내가 버티기에는 나약했다 세월 속을 시간이 엉켜 저 모습이 된 성당은 초조속에 얼룩 곰팡이 무너진 벽돌담이 얼굴 없는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애를 지탱한 심장이었겠지만 창가를 머뭇거리는 오후의 햇살이 녹슨 난로의 잔해물을 에워쌈으로 하여 그저 있었던 흔적조차 그림자로 스쳐가고 떠난 세월 뒤 남겨진 시간만이 흔들리는 역겨운 냄새 뒤틀린 위장이 참아낼 수가 없다 세월에 금이 가고, 바람에 녹이 슬고 칼날처럼 예리한 침묵에 놀라 소름이 돋는다 의인화되지 않은 사람의 시선으로는 저승터처럼 파괴로 텅 빈 사육장에 불과한 녹슨 그릇 몇 개가 어둔 빛을 몸통에 감고 흡사 저승세계 막다른 골목에 갇힌 듯하.. 2023. 1. 18.
보길도(甫吉島)에서 보길도(甫吉島)에서 趙司翼 여행자 나른한 그림자에 맥박이 묶이고 적자봉(赤紫峰) 석양이 물든 산 너머 노을 속을 촉촉한 구름 바람 타고 지워져 갈 때 붉가시나무 나른한 언덕배기 풀밭을 빈 들 무성한 초원이 파도처럼 달리는 저물녘 늦가을 침묵인 듯하여도 풀밭엔 바람꽃이 으스러지게 가득 피었다 구실잣밤나무 숲을 뜬 별과 함께 바다는 깊은 밤을 소리 없이 울음 울고 해안가 불빛들이 등대처럼 모습 속에 뱃고동이 쉴 새 없이 드나들어도 어부들 지나가는 발자취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안풍 멀어져 간 고요한 밤에 내 머물다 간 자취를 별에만 남겨야겠다 2011.09.23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1. 16.
토네이도. Tornado 토네이도. Tornado 趙司翼 잠시 전까지 롱아일랜드 아침 바다도 그랬었고 촉촉한 아침 이슬 연두색 잔디에서 양파 소스 곁들인 샌드위치 생각도, 그것을 끝으로 저승사자 떼 지어 오듯 나선형 몸통을 한 물기둥 하늘을 가르고 번개 내리 칠 때마다 내 가까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뗏장처럼 날라가고, 분간할 수 없다 잔해물 말고 모두 사라진 곳은 기억에만 희미하게, 다정했던 아침도 허허벌판 뿐으로 하물며 롱아일랜드 푸른 바다도 꾸깃꾸깃 주름진 모습이 되어 산더미만 한 거친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그 많던 오렌지색 지붕 모두 사라지고 잔해물이 점령한 거리는 악의 모습뿐 무너져 내린 지붕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거기가 집터였는지! 살았다는 게 이상할 뿐 노인은 그곳에 있었다 거리는 어느새 햇살의 일부가 .. 2023. 1. 13.
겨울 남이섬 겨울 남이섬 趙司翼 침침한 밤 삐걱이며 홀로인 봉화산이 휘적이며 눈발 날리기를 비롯하면 안갯속을 짐짝처럼 꽉 차 오른 밤이 남이섬을 감싸기도 하고 호수로 녹아지기도 하고 먹물처럼 얼어든 밤을 세콰이아 빽빽한 길 거닐며 그래도, 그래도 견딜 수 없는 것은 밤이 새도록 얼음장 밑을 튀는 동가리, 쏘가리, 버들치와 물속 여러 운명처럼 차 오른 눈길을 발목에 매고 설웁도록 싸늘한 그림자뿐으로 무슨 결별에 임하듯 다부지게 별이 뜬 밤 사랑했던 그 이름도 얼굴로 하여 가슴 아프지는 말자 남자 가슴 뜨건 눈물짓지 말고 눈이 쌓인 그늘 아래 그냥 덮어두자 편집등록 (성우혁) . BGM - Andy Williams (Love Story) 제목 2023. 1. 11.
이들 마음이 되어봐도 이들 마음이 되어봐도 趙司翼 거리는 울부짖는 짐승 떼 같고 웅성웅성, 방치된 캔버스 속 풍경뿐으로 불빛 번뜩이는 에펠탑을 보고서야 혼자였다는 외로운 시선 속에 십자성(十字星) 붉은 모습이 되어 질주하는 차량 행렬 물결처럼 펄럭이고 이 얼마나 고립으로 외로웠으면 천근 생각은 눈물 말고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지난 한 해 동안을 마르스광장에 장마당처럼 펼쳐봐도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한 나의 이러한 마음이라면 당신네는 어찌하겠습니까 물결처럼 퍼지는 사크레쾨르 대성당 종소리 울려오는 자비를 위안으로 행여 이들 마음 알지 않을까 싶어 수잔 발라동, 장 드 라 퐁텐, 폴 엘뤼아르를 생각하는 밤 편집등록(성우혁) . BGM-Art Sullivan (Mourir ou vivre) 제목 2023. 1. 11.
인생.人生 ! 인생.人生 ! 趙司翼 고귀하고 소중한 인생도 흙으로, 바다로, 그 무덤에 묻히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삶의 끝없는 전장을 행동하기도 박찬 세상에서 숭고하게 빛나는 삶이면 된다 덧없는 인생! 즐거움이었다 해도, 슬픔이었다 할지라도, 결국엔 공허한 꿈에 불과한 편집등록 . 성우혁 BGM . 남택상(La Tristesse De Amour) 제목 2022. 12. 15.
세월을 무심히 보내고도 세월을 무심히 보내고도 趙司翼 그 억 년에도 몽블랑은 곁을 주지 않았다 감히 다가가서 몸부림할 수도 없고 절규만 끌어안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 떠나던 순간을 아직도 나는 형언할 수가 없다 어느 막다른 곳에 다다를 때는 타협도 협상도 하지 말고 로프를 끊어내라고 그게 산꾼이라고 했던 말처럼 벼랑은 친구의 영원한 안식이 된 곳이다 최후의 결별에 임하던 너의 순간을 나 지금 하늘만 쳐다보면서 마지막 이야기가 생각날까 봐 잊었다고, 가슴을 해보건만 그래도 그래도 여러 흔적이 눈발처럼 날린다 빈 배일 줄 알았던 내 가슴엔 아직도 너와의 추억이 2017.12.24 편집등록 (성우혁) . BGM - Johnny Dorelli (L'immensità) 제목 2022. 12. 14.
홀로 외로웠던 밤 홀로 외로웠던 밤 趙司翼 오늘도 이방인 된 마음이 사뭇 서러워 온다 쓰다만 원고지처럼 의미 없는 시간이 달빛 헐렁한 그물코를 뚫고 수만 별 우수수 낫알처럼 쏟아지는 센강 뒷동산에서 몸을 비비며 강 풀 우는 동안이 사랑에 목 마른 늙은 여자의 아우성 같다가도 외로움 쥐어짜는 홀아비 뜨거운 숨결 같기도 한 내 영혼의 몸부림을 보면서 이 존재가 지극히 하염없음을 알았을 적에 앓았던 몸부림을 지우고 라일락 꽃이 핀 푸른 오월을 캔버스에 그려 넣어봐도 처절했던 밤 통곡했던 이야기뿐으로 오랜 시간을 눈물 쏟으며 외로워했다 편집등록(성우혁) BGM - Tombe La Neige 제목 2022. 12. 12.
부소산 고란사 扶蘇山 高蘭寺 . 부소산 고란사 趙司翼 성터처럼 쌓인 연화 문양 초석 위에 천년 세월 고란사는 홀연하기를 비롯하였다 오랜 전설인 듯 그리 되어버린 별빛 푸르게 쏟아지는 부소산의 밤을 나는 보면서, 낙화암을 떠도는 삼천궁녀 피맺힌 통곡의 눈물 들리 듯 쪽빛 모습을 하고 달 뜬 하늘 고란사 역사 이야기들이 빗장처럼 쌓인 밤 퇴색된 수묵화 풍경이라 한들 나무랄 데가 없는 고요한 밤에 고란사를 태명(胎名)한 고란초가 숭어 떼 비닐진 것 양, 제 모습을 하고 적막한데 백마강 굽이굽이 물줄기 흐르듯 또 어느 만년을, 고란사는 나도 너처럼 너의 모습이 되고 싶다 편집등록.성우혁 BGM-꿈꾸는 백마강 제목 2022.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