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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3) : 바람이 울고간

남겨진 시간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3. 1. 18.

 

남겨진 시간 '보포르탱(Beaufortain)에서
趙司翼
아비규환 속, 폐허의 무게를 내가 버티기에는 나약했다
세월 속을 시간이 엉켜 저 모습이 된 성당은
초조속에 얼룩 곰팡이 무너진 벽돌담이
얼굴 없는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연상시키는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애를 지탱한 심장이었겠지만
창가를 머뭇거리는 오후의 햇살이
녹슨 난로의 잔해물을 에워쌈으로 하여
그저 있었던 흔적조차 그림자로 스쳐가고
떠난 세월 뒤 남겨진 시간만이 흔들리는
역겨운 냄새 뒤틀린 위장이 참아낼 수가 없다

세월에 금이 가고, 바람에 녹이 슬고
칼날처럼 예리한 침묵에 놀라 소름이 돋는다
의인화되지 않은 사람의 시선으로는
저승터처럼 파괴로 텅 빈 사육장에 불과한
녹슨 그릇 몇 개가 어둔 빛을 몸통에 감고
흡사 저승세계 막다른 골목에 갇힌 듯하다
이 오랜 성당의 세월인데도
깊은 산 '보포르탱' 하늘처럼
맑은 모습으로 성당의 깨진 유리창 밖을
전나무 무성한 가지들만 고요하다

20213.07.12

 

 

  편집등록   성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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