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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4) : 길 위의 날

몬테 로사 . Monte Rosa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11. 6.

 

몬테 로사 . Monte Rosa

趙司翼

고요가 자취를 감추려 들고
산새가 머물기를 거부하고 떠나기 비롯하면
가늠이 안 되는 전쟁 전야와도 같은 고요
울림이 계곡을 따라오는 동안
이 무서운 백야를 눈앞에 뿌려 대고 
그 많던 봉우리들이 무더기로 없어졌다
폭설이 내 시야를 질질 끄는 통에
펼쳐 논 텐트와 배낭, 화구와 캔버스를 버리고
조끼 주머니에 여권과 비행기 표만 구겨 넣어
못다 그린, 눈이 부시게 흰 세상
'몬테 로사' 날 선 부리는 남겨둔 채
나도 모르게 폭설의 그물망을 찢으며
걷다가 뛰다가 구르기를 비롯했는지!

 

수년이 내게 오는 동안
그날의 기억은 죽어야 했던 어둠이 되어
대낮인데도 백야를 경험하는 그 순간
캔버스가 미완의 자취로 남아
눈뿐인 세상 한구석에 뒤엉켜 있고
혼돈이며, 어렵게 잊혀진 것들이
검은 차림을 하고 다시 오기도 한다

 

편집등록(성우혁) . BGM - A Fistful Of Dollars (황야의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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