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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4) : 길 위의 날

황지천 (黃池川)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9. 24.

황지천 . 黃池川

趙司翼


암반수로 흐르던 때가 절실한, 여과의 기미는 요원하고
물풀들 밑동 문드러진 줄기마다 흐물거리는
황 갈빛 물길 버티느라 몸통을 얽어매고 뒤틀린 채로
살겠다고,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붉게 흐르는 침출수에 심장을 내뱉는
수생이건, 수변이건, 살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죽어야만 끝을 보는 하루만이 흐르는 황지천
차마 못 보겠고, 통곡 흐르는 물소리가 두렵다
내장을 뱉어서까지 견디고 있는 고통이 가슴 아프다

뜨건 햇살이 물에 닿을 때마다
산화(酸化)로 뻘겋게 흐르는 물살 고통만 더할 뿐
황지천을 터로 사는 이 모든 것들에게는
죽는 것 외엔 기다림이란 없다
뼈를 갉아가며 죽어가는 황지천
인간의 이기가 흐르게 하였으니
이제라도 인간 양심이 흐르게 해야 한다

 

 

  편집등록    신유라       BGM- Saddle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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