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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4) : 길 위의 날60

괴테 만나 던 날 괴테 만나 던 날 趙司翼 괴테여! 당신은 나의 젖은 심장을 타오르게 히는, 당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몸부림을 미래로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버려진 사람처럼 슬픈 눈을 하고 목마른 육신 욱신거리는 상처를 운명처럼 부둥켜안고 끊임없는 신음으로 지친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리워서 외로웠던 날, 고독이 차 올라 슬펐던 날, 수많은 무엇이든 모두 데리고 무릎까지 차오른 눈길 헤쳐 와서 베아트리체 마지막 눈물처럼 나도 슬픔이 되어 펑펑 눈물 쏟습니다 내 앞에 이 모습이 당신이란 말입니까? 2015년 1월 19일 - 괴테 묘를 찾던 날 1832년 괴테는 심부전으로 '바이마르'에서 사망했다. 그의 의사 '칼 보겔'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말은 'Mehr Licht'였다 하지만 괴테가 사망한 순간 의사가 이 방에 없었기 때문에.. 2023. 6. 3.
또 다른 일출 또 다른 일출 趙司翼 나는 저 칠흑같이 어둡고 광활한 풍경 너머 플로리다의 서해안에서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수평선으로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껴안고 태양을 향해 소리 질렀다 국적, 종교, 언어, 성별, 피부색,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 마법 같은 순간을 태평양 밤바다를 떠오르는 태양이 선물해 준 것이었다 아름답게, 아름다운 세상을 생활 터전에서 보이지 않는 담을 두르고 편 가르기에 익숙한 줄 알았는데 고립감, 그 압박을 벗어던지고 하나 된 마음으로 지향점에 서는 순간 경계의 담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보는 저 일출처럼 하나 된 마음만 있다면 서로에게 월계관을 씌워 줄 수 있다는 것을, 마음만 열면 또 다른 일출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세상, .. 2023. 5. 27.
그 섬에서 최후를 보았다 그 섬에서 최후를 보았다 趙司翼 하늘 한 자락이 물결처럼 휘청일 때마다 울타리를 한 레모네이드 연한 풀밭으로 때 아닌 우박 덩어리가 섬광처럼 쏟아진다 절벽 높은 해안가 간이 막사의 밤 죽음 앞에서 살기만 을 목 놓아 울면서 트라우마가 사라질 때까지 내버려 두는 동안에도 심장을 가로질러 남아 있는 피의 얼룩 죽음 말고는 성찰의 여지가 없다 재해의 숙주가 된 엘리뇨는 동반한 낙뢰를 눈앞에 뿌려 대고 사지로 몰린 지구의 분노가 긴장 상태가 된 세계의 뇌간을 가로질러 으르렁으르렁 목덜미를 움켜쥐고 피의 만찬을 즐기려 들 때 지구가 떠나는 장승곡 슬픈 연주 속에 나 또한 괴물로 변이가 되어 뒤를 따르며 환희의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을지도 2014.10.15 ~ 10.17 : 아이슬란드 스나이펠스네스(Snæfells.. 2023. 5. 14.
피렌체 깊은 밤을 피렌체 깊은 밤을 趙司翼 내가 나인 것 같지 않은 흑백을 앉아 달빛 헤어드는 중세시대 골목길엔 가로등뿐 물보라 유연한 분수 정원을 달빛 흐르는데 피렌체 오래된 성당 십자가 불빛 아래 새벽 풀밭에 진리의 이슬이 맺히고 지중해 졸린 파도가 중얼거릴 때 치유를 갈망하는 여명의 고요한 숨결을 호흡하면서 야수가 다스리는 힘에 굴복하여 나는 단지 비밀리에 정욕을 노래 부른다 할 일 없는 도시의 밤은 부나방처럼 나를 설레게 하고 소경이 시력을 얻었을 때 분별없이 비틀거리듯 덧없는 시간 속에 밤의 외침을 울먹이며 풍선처럼 떠도는 영혼 없는 그림자였다 편집 등록 . 정민재 제목 2023. 4. 17.
그 섬에 살고 싶다 그 섬에 살고 싶다 趙司翼 태평양 푸른 바다를 홀로 쓸쓸한 듯해도 오팔 빛 호수가 찰락거리는 그 섬은 청새치 갈빗살을 야자잎 밥상머리에 펼쳐 놓고 오손도손 웅기종기 북중미 혈통 원주민 또 다른 터전이고 밀림 숲을 벌 떼처럼 우구구구, 덩굴 숲 외줄 타는 유인원 여러 종족의 고향이다 비취빛 앵무새 섬이 정박해 있는 파도 우글거리는 돛 단 배 유혹 속에 모든 빛나는 명상적 희년이지만 바닷새와 매, 가파른 절벽에서 희미한 얼룩 안개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는 별 푸른 밤이 못내 그리운 그 섬 편집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3. 27.
오르베텔로 봄 오르베텔로 봄 趙司翼 초록빛 음영 무성한 지중해가 보이는 곳 에메랄드 얼룩덜룩 반짝거리고 이 도시에서 버려진 듯보여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토기 화분 분방한 저마다의 모습에서 지친 여행자 참으로 행복하면 될 일이다 중세 도시 해안 마을 오르베텔로(Orbetello), 꽃 가득 벽돌담 테라스가 아름다운 햇살 벽에 비발디 사계 선율이 물결처럼 흐른다 창문 밖을 여러 국적 여행자들 줄지어 가고 아스파라거스를 베이스로 한 지중해식 클래식풍 레스토랑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행복한 시간 단 한 번도 날 배신한 적 없는 지중해 그리웠던 순간을 마주 하는 지금 분산하는 에스프레소 향에 취해 무심결 캔버스를 펼치는 나는 화가였다 이탈리아 오르베텔로에서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3. 12.
민들레 핀 들길에서 민들레 핀 들길에서 趙司翼 황금빛 주말 연둣빛 술렁술렁 비밀처럼 흔들리는 수양버들 그림자를 눌러 밟고 물오른 아지랑이와 하나 된 마음이어 봐도 흰 구름만 소리 없이 오고 가고 신작로 길 작은 꽃밭에서 오렌지색 베고니아, 분홍 데이지가 투명한 바람 타고 향기로이 날아오르는 저 하늘 한 자락을 가슴에 담아 봐도 불쑥불쑥 쓸쓸함만 더욱 커지는 세월의 아픈 목소리가 갈비뼈를 찔러대고 얼룩얼룩 희미한 지평선 끝엔 너도 외로운 시골 버스 정류장이었다 종달새 재잘재잘 아름다운 하늘도 달궈진 홍채 뜨건 눈물뿐으로 들꽃 가르랑거리는 길 위에 서서 나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이 된다 편집 등록 . 정민재 제목 2023. 2. 18.
얼마나 더 살아야 얼마나 더 살아야 趙司翼 무시로 울더니 잠시 멈춘 하늘 토막 난 구름은 남으로 가는데 인생 이야기 같은 버드나무 나붓나붓 얼굴 비비는 가지 그늘에서 저 구름과 마지막일지도 모를 술잔을 비운다 오늘도 하루만큼 또 떠나는 내 청춘과 이별할 때 배웅하며 흘려야 할 눈물 대신 석양 붉게 물든 강물 위에 유서를 쓴다 가버린 청춘 그 기억 하나 챙기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감출 수 없는 고민으로 살아왔다지만 간절했던 위장일 뿐 그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 순수는 아니었다 세상에 손 내밀며 선량하지도 못한 양심으로 잡담에 불과한 인생을 이야기했을 뿐 비 몰이 같은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바람만 탓하며 내 청춘에 무심했음을 시 낭송 . 한송이 편집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2. 1.
아무르강 자작나무 숲에서 아무르강 자작나무 숲에서 趙司翼 포식성 어류의 돌격 끊일새 없어 울며 흐르는 수천리 물길 그 세월을 나는 모른다 우박덩어리 강으로 진격을 하는 물과의 참혹한 육탄전 살벌해도 넌지시 피어 오른 물안개에 촉촉이 젖어 계곡을 흔들면서 흐르는 아무르 강 국경은 언제나 거기에 서 있고 한 발짝만 건너면 '헤이룽 장'으로 그렇게 또 강은 낯선 이름이 되어 그 많은 지류를 밟고 타타르 해협으로 간다 귓가를 바람결 한결 차게 느껴져 오는 늦가을 따오기 슬픈 울음에도 어느새 별이 된 하바롭스크 깊어 가는 밤 그토록 행복하고 싶었던 것도 인생이라는 책장 한 페이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목창(木窓)으로 드는 창백한 달빛뿐으로 강가를 울타리 한 자작나무 숲에서 내가 왜! 강 인근에 와 있냐고, 누군가가 넌지시 물어 온다면 어떤.. 2023. 1. 24.
맨해튼 월가 . Manhattan Wall Street 맨해튼 월가 . Manhattan Wall Street 머리 위로 무수한 거리가 쏟아지고 그 거리서 투쟁이 익숙한 어둠으로 득실댄다 이 도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조각하고 누가 보기엔 어찌 견딜 수 있을까 싶지만 절실함에 동서양 걸음이 휘황한 거리로 쓸려 흐른다 의도건, 아니건 간에 우리는 넋을 버려야 압박을 견딜 때도 있다 빌딩 숲에 묻혀 지내야 하는 불가분의 시간 속에서 나락으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한 내내 곳곳서 음탕과의 협상을 찾아 방황하지만 또한 누구는 성공으로 탈출할 줄 몰라하며 있으나마나 한 시간들이 에워싼 거리는 도박판이다 우리는 도시를 삶의 경계처럼 떠받들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 우박처럼 떨어져도 처박히고 부러져도 살기 위한 몸부림은 이 악물고 견뎌야 한다 인내심을 팔아서라도 , 멍이 들고.. 2022. 12. 27.
눈 오는 날의 풍경 눈 오는 날의 풍경 趙司翼 이 잔인한 계절 허공을 흔들면서 순백의 별 쏟이지듯 날리는 눈꽃이 건초 무성한 가시덤불 마른 가지 위로 무수히도 소복소복 내리는데 지금 생각이 침묵보다 깊어있는 나, 이러한데 억새 울부짖는 피의 절규가 우두둑 우두둑 내 가슴을 파고 든다 펑펑펑 눈 내리는 호남선 철길 위로 열세 칸 완행열차는 기적을 뿌리며 내달리고 나의 먼 옛날 서울로 가던 유학길 오랜 추억이 푹푹 눈의 모습을 하고 되돌아오는 호남평야 기억의 들판을 어릴 때 그 모습으로 다시 걷고 싶다 하얗게 하얗게 송이송이 쌓일수록 수정처럼 맑아만지는 눈 나도 너처럼 깨끗한 마음이 되고 싶다 등록 (성우혁) . BGM - Andy Williams (Love Story) 제목 2022. 12. 17.
들 꽃의 말 들 꽃의 말 趙司翼 그대!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밟히고 채여 관심 없는 시선에 묻히느니 그대 화병서 말라 서런 슬픔이어도 물 냄새 향긋이 좋았다고 단 하루일 때도 내 선택 옳았다 말할 겁니다 떠가는 구름이 부럽기로서니 나의 타고난 운명이 바람의 노예라서 애가 탄들 들에 핀 게 죄일지라도 마지막 말라죽은 모습조차 바람에 날려 사라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일 것 같고 작은 꽃 병서 하루라 해도 그대 시선 속에 머물고 싶다 하여, 나의 작은 꽃을 꺾어가세요 등록(성우혁) BGM- 꽃이피는날에는 제목 2022.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