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畵集(4) : 길 위의 날62 서울역 에트랑제 서울역 에트랑제 趙司翼 그래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고독한 생애가 아킬레스건으로 맥박의 그림자마저 지워버리는 소멸돼가는 의욕과 음울한 삶의 벼랑에서 독한 소주라도 부어가며 질식해가는 목구멍을 뜯어말리는 것이다 폭풍이 휩쓸고 간 사막처럼 푸석한 먼지바람 모래 언덕을 서글피 검은 파도가 압도하는 인생의 바다 위를 떠가는 저승길 운명처럼 검은 외투를 두르고 괴도를 이탈한 시간의 공포 속에 우울하게 서울역 초조한 밤이 깊어 간다 2014. 08. 15 étranger = 이방인 편집등록 신유라 BGM - 고목나무 제목 2022. 9. 14. 他人의 距離 他人의 距離 趙司翼 이단(異端 )들 관행이 우짓는 도시의 그늘 끼어 살아야만 하는 내 처한 현실이 가슴 아프다 존재 희미할 뿐, 나는 보이지 않고 타인들 영혼으로 가득하기만 한 그릇된 교리의 영향을, 누구랄 것 없이 根本主義건 資本主義건 종속(從屬)되어야만 하는 인간 아우성이 들불처럼 메아리치고 모세의 기적처럼, 그럴싸하지만 밤낮 없는 저승길 외침들로 혼란스러움이란! 허황이 번쩍이는 네온빛에 감전되고 마는 끊일락 말락 숨통을 쥐어뜯는 아우성 속에서 삼 년 전 별이 빛나는 아라비아 황무지에서 여건을 탓하며 밤을 새 던 모기떼 집단을 앓던 때가 오히려 그리운 횡량했던 사막 그 하늘 별 뜬 밤이 못내 그립다 미시시피를 흐르는 강물처럼 거대 시간의 강이 흐르는 뉴욕에서 어쩔 수 없는 이 모든 현실이 빗길 재촉하.. 2022. 9. 2. 프로스트를 만나던 날 로버트 프로스트를 만나던 날 趙司翼 나는 '베닝턴 버몬트'에서 프로스트를 만났다 그가 걸었던 길 따라 걷는 쓸쓸한, 아직 단풍잎은 보이지 않고 무심히 빛바랜 구름이 흘러갈 뿐 또 한 세월이 자작나무 숲으로 사라져 간다 지중해 멀리 바라보며 '가을 소나타'를 들었고 전나무 숲에서 앵무새 노래도 나는 들었다 풀숲은 토종 나비 줄지어 날아가고 고목나무 껍질을 발판 삼아 하얀 거미 떼들이 나방 잡기를 기다린다 여기는 다들 기다림의 시간이다 밤을 기다리는 솔부엉이 지루한 시간 속에 나의 시선은 고향 하늘 별을 기다리는데 광활한 우주는 저 홀로 장엄한 밤을 연출하고 숲에는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았다 2021 .08. 25 편집등록 성우혁 BGM - 고엽 제목 2022. 8. 26. 이었음을 이었음을 趙司翼 저 높은 허공을 푸르게 그리는 이가 바람이었음을, 저 깊은 강을 쪽빛으로 물들이는 이가 하늘이었음을, 비 내리는 날 들길 걷다 보면 풀빛 초원을 그리는 이가 빗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새벽 장터에 가볼 일이다 외로 운이, 고단 한이, 나뿐만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등록 신유라 제목 2022. 8. 25. 오후 네시가 지날 무렵 오후 네시가 지날 무렵 趙司翼 계절 뒤숭숭한, 왔을지도 모를 가을 아무 말 않고 잠시 생각했을 뿐인데 잊힌 날이 무성해가는 들녘 멀리 모래 둑에 자갈색 갈대 익어가는 냄새가 짐작만 해도 수십 년 세월일, 자주색 농막 양철지붕을 가을 아지랑이가 억새 흐드러진 언덕을 지나 어디로든 날며 날리다가 다랭이 논 둑 코스모스 꽃을 머뭇거리고 문견초(文見草)가 바람에 날릴 때마다 예전의 기억, 이제는 모두 끊어진 소년 시절 어린 추억이 여물어 가는 개망초 흰꽃처럼 날리려 한다 갈빛 엉켜가는 멀리 먼 곳으로 편집등록 성우혁 제목 2022. 8. 21. 돌아올 수 없는 길 돌아올 수 없는 길 趙司翼 빌딩의 밤을 어둠이 물결로 휘어도는 뉴욕에서 검은 허공 광활한 지평을 별이 빛난다 한들 침묵뿐인 시간 속에 옛 추억을 품어 안고 밤 깊어갈수록 피톤치드 알싸한 향내가 옛 추억을 유혹하는 뉴욕의 밤이다 나는 왜 보이지 않는 것만 어루만지며 그리워했다 먼 곳 잣나무 숲을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심장을 할퀴고 간 이별마저 그리운 밤 갈색 눈가에 연기를 머금은 남자(我)가 젖은 가지 모닥불 밤을 밝히고 수정 같은 별은 반짝이는데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오늘도 나는 가고 있다 2021 - new york 편집등록 신유라 BGM - Sting (Shape Of My Heart) 제목 2022. 8. 19. 캣츠킬 캠핑에서 캣츠킬 캠핑에서 趙司翼 계곡 흐르는 물소리가 점령한 캣츠킬 산맥 낮은 구릉 넓은 벌판으로 세콰이아 '머세드 그로브스' 숲이 떠다니고 아이리스 보라색 꽃들이 동행하는 산맥을 휘도는 새벽 바람에 아쇼칸 댐을 우수수 떨어지는 물줄기 안개처럼 날리며 열리는 동쪽 하늘엔 물밀듯 밀려드는 문명을 통곡했던 원주민 영혼의 뿌리 깊은 아픔이 깃들였다 산 깊어 인적 들리지 않는 터 오르는 먼동을 밟아 걸으며 풀잎 하나 따 들고 걷는 길 새들의 합창소리 고요한 아침 머언 데서 새벽 기차소리가 한없이 맑다 On the Catskill camping The sound of the valley water occupied the surroundings Catskill Mountains to the low hills and wide.. 2022. 8. 18. 가을에 서서 가을에 서서 趙司翼 그 해 침묵 속에 낙엽이 지는 길목에서 바람 날리는 소리뿐 별 없는 밤이면 준비 없이 밝아오는 새벽이 두려웠습니다 풀밭 귀뚜라미 울음을 눌러앉아 겨드랑이를 스미는 바람 길 따라 달빛 같은 푸른 추억, 참으려니 더욱 간절한 갈대꽃 하얗던 추억은 간 곳이 없습니다 갈피갈피 숨겨둔 이야기처럼 기억 모두 세월의 뿌리 밑에 침묵만 하는 지난 청춘의 절대자로 군림하던 옛일이 된 그 세월을 홀로 걷는 가을에 서서 가지마다 흔적으로 펄럭이는 추억 얼룩진 이파리 사각거릴 때면 그 소리 너무 슬퍼서 영혼의 강을 흘러가는 세월이 쓸쓸합니다 편집등록 : 성우혁 제목 2022. 8. 6. 을숙도 . 乙淑島 을숙도 乙淑島 趙司翼 미로로 얽힌 물길이 혈관으로 흐르는 난개발 기웃거리는 김해평야를 가로질러 이별을 그리다 만 수채화 풍경처럼 푸른빛 지나가는 하늘이 물에 내린 습지 무성한 갈대숲을 해가 질 때까지 바람과 함께 동행하려 한다 갈대의 지난 세월 거푸집 얼기설기한 풀 방천을 눌러앉아 황새와 재두루미, 저어새와 청둥오리 논병아리 부산한 물질 소리 휘청이는 소란에도 철학을 논하고 싶던 내 의미에 무정했던 지난날 생각하니 눈에 고인 눈물 방울이 여울처럼 흐르고 이 얼마나 원시적 아름다움인데 김해 비행장 여객기가 허공에 던진 중력처럼 습지를 옥죄는 개발 회오리가 닥칠 것 같은 한 발짝씩 날름거리는 인간 이기(利己)가 있어 철새도래지 천연기념물이 품페이오처럼 낙동강 하구까지 존재했었다고, 어느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 2022. 8. 5. 느티나무 느티나무 趙司翼 또 나는 밤새도록 암흑 같은 망상에 시달렸고 雜'잡'것 욕망이 육신까지 점령한 밤, 태풍이 몸통을 뒤흔드는데도 부러질 듯 ‘휘~ㄴ’ 나뭇가지에 생명의 끄나풀 같은 저항의 다른 한쪽이 머무는 것을 보고 경이로운 전율을 느낀다. 뽑히고 꺾이고 부분 부분이 바닥에 나 뒹굴면서도 그것은 불가분의 고통이라고 내일을 향한 희망이 있기에 처참한 순간을 넘어서야 한다며, 의연함에 나는 또 경이로운 전율을 느낀다. 그것에게는 사투의 긴 밤이 지나고 잃어버린 것은 가지와 잎과 감지되지 않은 고통으로 비명이 난무하는 울음바다일 줄 알았는데 진흙밭에서 흙투성이가 된 망초꽃 무리가 울고 있을 뿐 느티나무는 상처로 얼룩진 그 무게의 눈물겨움보다는 바람 불러 잎을 살랑거리게 하고 매미 불러 울음 울게 하고 햇살에 .. 2022. 8. 3. 날리는 나뭇잎처럼 날리는 나뭇잎처럼 趙司翼 떠돌면서 몸에 쌓인 외로운 처지를 알프스 무심히 흐르는 구름에게 묻기도 한다 빙벽 흰빛이 돌로미티를 녹아내린 흐르다 고인 가르다(Garda) 호수가 물무늬 찰랑이는 것은 별다른 뜻도 없어 보이고 물 위를 떠가는 구름도 무심한데 그조차도 외면한 타국을 외진 길 방황하는 나그네의 슬픔이라 말한다 거리를 서성일 때마다 찬바람 떨고 있는 나뭇잎처럼 끌어안을 수 없는 가지 끝으로 내몰리고 마는 지독한 외로움 베니스도, 밀라노도, 내 몸 하나 뉘일 곳 없는 어둠에 불과하고 호수서 일렁이는 바람에도 끝내 휘청이고 마는 정다운 것은 호수를 떠다니는 물새들이다 September 10, 2015 in Milan like a leaf Birdsong brings relief to my longing.. 2022. 8. 1. 텍사스 시에라 블랑카 텍사스 시에라 블랑카 Sierra Blanca, Texas 趙司翼 과달루페 국립공원으로 가는 남미 대륙 횡단 열차가 '파사로'의 그림 같은 차창 밖 풍경을 그린 간이역 시에라 블랑카 역에서 내렸다 어디를 가나 인적 있는 곳이면 포옹이건, 눈물이건, 여행자 지친 마음 어루만지는 손길이 있다 적막한 벌판 해묵은 생애가 늦가을 푸석한 계절로 흐르는 노천카페 G선상의 아리아, 첼로 음 사색에 젖어 슬픈 줄도 인지하지 못한 채 늙은 첼리스트의 비애에 찬 시선과 마주칠 때 가슴속 뿌리처럼 박혔던 눈물이 흐른다 수시로 변하는 텍사스 허허벌판인 줄, 듣던 얘기라 놀라울 일도 어니건만 순식간에 피며 오르는 회오리바람에 목장 마구간이 휘청이고 들에 선 전신 줄이 질풍(疾風)에 휘말리는 비자나무 가지들이 절규처럼 나대 끼고.. 2022. 7. 29.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