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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畵集(4) : 길 위의 날

느티나무

by 조사익시문학(運營者) 2022. 8. 3.

느티나무

趙司翼

또 나는 밤새도록 암흑 같은 망상에 시달렸고
雜'잡'것 욕망이 육신까지 점령한 밤,
태풍이 몸통을 뒤흔드는데도 부러질 듯
‘휘~ㄴ’ 나뭇가지에
생명의 끄나풀 같은 저항의 다른 한쪽이
머무는 것을 보고 경이로운 전율을 느낀다.

 

뽑히고 꺾이고 부분 부분이 바닥에 나 뒹굴면서도
그것은 불가분의 고통이라고
내일을 향한 희망이 있기에
처참한 순간을 넘어서야 한다며,
의연함에 나는 또 경이로운 전율을 느낀다.

 

그것에게는 사투의 긴 밤이 지나고
잃어버린 것은 가지와 잎과
감지되지 않은 고통으로
비명이 난무하는 울음바다일 줄 알았는데


진흙밭에서 흙투성이가 된
망초꽃 무리가 울고 있을 뿐

느티나무는
상처로 얼룩진 그 무게의 눈물겨움보다는
바람 불러 잎을 살랑거리게 하고
매미 불러 울음 울게 하고
햇살에 그림자 드리운 풍경이
너그러울 수가 있는지
의연함에 또 나는 경이로운 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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