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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文學 . 2022년 . 2023년89

봄날은 가는데 봄날은 가는데 趙司翼 파도의 몸부림이 해안가에 충돌하는 벼랑에 앉아 물보라를 눈물로 쓰는 바위 벽 슬픈 흔적을 괜히 생각하면서.......... 고통의 죄절이 곤두박질하던 긴 미로 뒤틀린 운명을 펜과 잉크로 새겨가면서 영혼의 본질을 애써 지우고 슬픈 환상에 젖어 눈물짓던 때가 생각난다어쩐지 오늘도 집 생각에 동해를 넘나드는 남풍은 멀기만 하고 꽃나무 우거진 봄날은 가는데 찬사도 이제는 싫다 도쿄만 가와사키(川崎) 항구를 훨훨 나는 갈매기처럼 날고 싶다 운명이 궁하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2023.03.19 편집 등록 . 정민재한영애.봄날은간다 2023. 3. 19.
미술관 자화상으로 하여 미술관 자화상으로 하여 趙司翼이유 없이 쓰려던 원고가 서랍장을 흠뻑 적시고 울부짖는 패배자의 피맺힌 비명 속에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자화상 그 순간이아직도 미결(未決)로 남아 뜬 눈으로 새는 밤그 모습과 눈이 마주쳤을 때머리를 감쌌던 순간 밖에 기억나는 게 없어서,아득히 밝아 오는 새벽 마음을 닫고 시력(視力)을 감는다 뜨겁게 혈관을 우글거리던 청년 시절 GPS가 터 준 끝없는 안목만 지녔어도, ......이제라도 AI와 어깨동무하고 전시회 열리던 날 요코하마 항구의 물빛 이토록 화창한 날 금새우란, 양달개비 꽃밭에서 코끝을 찌르는 매화향에 취하고 싶었으나 예삿일처럼 또다시 익숙한 번뇌에 묶이고 마는, 왜냐하면! 横浜美術館에 내걸었던 자화상도 내 하루를 구원해 주지 못하는데하물며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 2023. 3. 17.
그 밤 나의 봄은 오지 않았다 그 밤 나의 봄은 오지 않았다趙司翼검게 탄 황혼 그림자로 어두운 밤  갈보리 언덕 잃어버린 시선 속에  몸도 마음도 깊은 밤은  들보가 드러난 계곡 같고 자비 없는 영혼 굶주림으로 가슴 아프다  설원 하이에나 슬픈 울음처럼  흔히 고개 숙였던 우울함을 드러 내놓고  가까웠던 밤이나 먼 새벽까지  별빛인가 하여, 다가 가면  오히려 찔레나무 가시덩굴이 길을 막는다  이 봄을 광휘(光輝)는 멀기만 하고  아직 나의 봄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서  내 최후의 기도에 절망은 섞지 않으리2023.03.09 핀집 등록 (정민재) 2023. 3. 10.
봄을 노래하며 봄을 노래하며趙司翼 긴 겨울잠을 털고 이리저리 흐르는 세타가와(瀬田川) 강둑을 가로질러 벚꽃 만발한 너른 벌판물오른 버드나무 잔가지들 휘파람 소리에모래 턱에 제비꽃이 피어나고라일락 향기 이슬처럼 사라져 가는길 없는 초원 텅 빈 허공을봄을 시샘하는 꽃바람 소용돌이에 까마귀 떼 비명 소리 날 선 울음이어도지혜로운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후쿠이현(福井県) 분수령을 서서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처럼만지작 거리는 봄을 노래 부르리봄이 왔다고!순환의 지혜를 알게 하는 봄2023.03.08  편집 등록 . 정민재   제목 2023. 3. 9.
꽃잎처럼 잠시 머물다 간다 꽃잎처럼 잠시 머물다 간다趙司翼 어디서 꽃향기 들락거리는 덧문 밖을 벚나무 꽃길도 꽃길이지만 연인들 발길 쌓여 가득한 거리에서 멍든 줄 모르고 미친 듯이 떠돌았던 지난날로 이내 울컥울컥 기억에 젖어들고 심술궂게 마음 상했지만 굶주린 대지에 싹이 트고 꽃이 피고 봄이 올 것 같지 않아 서글펐는데 지지직 터지는 생명들 숨소리에 감탄하면서도 달리 표현할 마법을 지니지 못해 경외의 눈물만 글썽거리고벚나무 꽃잎 날리는 거리에서이 짧은 인생이 슬퍼도 운명이란 유령처럼 그렇다는 것을,떠도는 몸통 밖에 가진 게 없다  2023.03.06 핀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3. 8.
흔들리는 꽃 흔들리는 꽃趙司翼백화목(白花木), 별처럼 푸른 밤 눈동자를 사로잡은 꽃들로 하여 여관방에서 생각 없이 쓰인 간 밤 이야기를 데리고 개나리 울타리를 한 찻집을 홀로 앉아 봄햇살이 싸락 눈처럼 날리며 향기로워도 그냥 써 뒀던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목까지 차올라 풍선처럼 떠다니는 꽃들의 환희가 친구같이 친근한 이웃으로 다가온 줄 몰랐다 꽃 같은 눈동자로입가에 온화한 미소 띤 얼굴을 하고 두 팔 벌려 꼭 안아 주면서 끊질긴 외로움에 귀 기울여 처진 어깨 토닥이며 함께 걸어주는 그러했던 것을, 그래서 꽃들은 몸을 비비며 흔들었던 것이었다 무릎이 후들거려도 이들 옆에서 내 인생 후렴구를 아름답게 지상에서 임무 끝날 때까지 이리저리 꽃과 나비처럼   2023.02.25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2. 26.
사랑하는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趙司翼 자연이 뱃속에서 또 한 계절을 끄집어낸다 다부진 손 끝으로 혹독한 겨울을 산고(産苦)의 인내로  잔설 어두운 밤 소리 없이 복수초를 틔웠다외로운 침묵이 청자빛 멜로디로 채워지는 푸른 깃발 아래 초록 안개가 새싹을 돋우고 꽃망울이 맺히면서 보리수 언덕에 수선화가 그 많은 꽃무리를 이루고 깃털 달린 생물이 둥지 트는 날을 우리 얼마나 그리워하지 않았던가 아이들 숨소리로 놀이터가 새싹 여린 꽃잎처럼 일곱 빛 무지개 타고 아름다울 때 겨울이 끝났다는 것을, 아 그리운 사람아 대지의 고독했던 정적을 벗어던지자풀냄새처럼 가슴속을 파고드는 어찌할 수 없는 우리 사랑이 그립지 아니 한가 사랑하는 사람아 지친 우울을 걷어 버리고 봄을 노래하자 223.02.18 편집 등록(성우혁) 제목 2023. 2. 22.
광화문 연가 광화문 연가趙司翼골목 마디마디를 더듬거리며 아쉬워해 봐도 눈동자는 낯설고 그 어디에도 기억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누가 들으면 지나친 비약 같지만 침묵보다 깊어 있는 추억의 말도 마음만 허무하고발길마저 거부해 버린 요즘 세상일 줄을 몰랐다 얼핏 봐도 요즘 모습이 되어 버린 광화문 광장을 휘청이지 않으려고 겉 둥 우둘투둘한 은행나무를 기대 서서 오히려 낯선 감회가 깊었던지 주르륵, 두 뺨 위를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이 거리의 겨울 이야기는 훗날 누군가의 쓸쓸한 기억이 될 것이고 내게는 낯설고 외로운 서울 세월 흐르고 나면 나는 또 어떤 추억이 될까 도시의 하늘 낮 달이 외롭다서울 친구들,진학이, 경희, 병교는 한 통의 전화도 없고2023. 01. 05 편집 등록 . 성우혁 제목 2023. 2. 9.
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 친구가 남기고 간 세월로 하여趙司翼그리다 만 캔버스 남겨진 여백의 말은 어디로 갔을까 찬구 떠난 그 바다를 생각하는 동안 쉭쉭 대는 바람결에 유리창이 휘감기고 싸락싸락 눈 내리는 밤을 쪼그려 봐도 마지막 숨결이 있어 그리운, 차마 눈물이 나는 곳 나가사키 항구 바닷가도 기억에서 흐려져 간다 살아생전 따스하고 다정했던 마음도 파도가 지워버린 모래 위 발자국처럼 그렇게 서서히 옛일이 되어 가고 귓가를 떠도는 친구의 여러 이야기마저 잘못된 기억으로 허구의 거짓일까가 두렵다 아득히 푸른 밤을 잊힌 기억들만 머릿속을 떠 다니고 어두워 가는 여백의 캔버스를 보면서도 친구가 남긴 세월 채울 수가 없어서붓끝에 너의 이름을 남겨 둔 채로 이 밤을 나도 의식 없는 죽음이어야 했다 우정이 매몰된 나가사키 푸른 바다엔 함께 .. 2023. 2. 8.
빈 가슴이 되어 봐도 빈 가슴이 되어 봐도趙司翼 청운을 가슴에 달고 광화문 뒷골목에서, 그립도록 그리운 친구들 모두 어디에 살고 있을까 점박이 물범처럼 희끗희끗 눈 덮인 인왕산도 제 모습을 감추려 들고 와도 와도 너무 멀어버린 지금에 와서 당시 모습을 하고 길 위의 인생처럼 떠돌아 봐도 쌓인 침묵 속에 흔적 없는 그림자일 뿐으로 그러했던 순간을 일려 주는 이 하나 없는 거리는 칠십 년대 청바지에 통기타 노랫말처럼 빌딩 창으로 푸른 하늘만 떠다니고 옛날이 그리워서 미친 듯이 소리쳤지만 잔잔한 메아리도 빌딩 숲은 담아내지 못했다 거리는 보이지 않는 추억들만 떠다니고 서울 사람들 발자국으로 유리알처럼 다져져 번들거리는 광화문 광장 은빛으로 수북수북 입김 날리며 오가는 발길 사이 눈길은 오후의 서울로 물드는데 추억이 된 곳은 그 어.. 2023. 1. 28.
대청봉 이르는 길 대청봉 이르는 길趙司翼그림자처럼 눈 내리는 밤을 미시령 고개도 눈을 뜨고 오로지 남극보다도 모진대륙의 설풍 가운데타래蘭이거나 아니면 이팝꽃 같기도 한 외설악 금강송 붉은 가지 사이로 오는 새벽깊은 어둠을 털고 동해바다 일출이 뜨니줄지어 선 백두대간 여러 산맥이 먼 옛날이야기처럼 꽉 차 오른 안갯속을 기러기 떼가 되어 백무의 흰 물결 위를 떠다니고 희끗희끗 눈발처럼 날리는 의식은 끝내 어디론가 사라져 팅 빈 가슴이 되고 만다거짓처럼 요동치는 이러한 사실 앞에 임인년(壬寅年) 섣달 끝자락과 어깨를 맞대고겨울 한 복판 일천칠십팔 고지 상고대로 결박된 대청봉 표지석에서철학자 모습을 하고 寒계절이 되어 봐도 바람 더욱 거세어 흐르는 눈물로 마냥 울고 싶어 별다른 마음 가질 수가 없다서릿발 갈기 길기 솟아오른오로지.. 2023. 1. 20.
컨테이너 사진 . 곽경태  컨테이너 趙司翼 겉보기엔 일렬횡대 질서 속에 갖춰진 중세시대 의장 행렬이고 정돈된 세상 폭넓은 울림으로 보이면서도 내 가슴 아리도록 아픈 것은 피 터지게 투쟁하는 인간세상 여러 애환이 저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피할 수 없는 원색 향연에도 손때 묻은 이야기들로 허리가 휘고 등골 오싹거리는 아우성으로 들끓는 전쟁터가 되고 마는 컨테이너 너의 운명처럼 나는 어쩔 수 없는 네 모습이 되고 만다 드 넓은 세상 풍경처럼 여유로운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종단열차 같기도 하고 알프스 눈이 쌓인 융프라우를 기어가는 산악열차 같기도 한 누가 봐도 모두모두 저 모습이 되고 싶지만 속살 문드러지고 악취 진동하는 인간세상 숫한 이야기를 청취해야 하는 너의 운명 알지 않을까 싶어서 안타까운 눈물 흐르는 것은 나도 .. 2023. 1. 11.